유럽여행/이탈리아

시칠리아 - 시라쿠사 2

커피대장 2024. 4. 13. 17:11

시라쿠사 여행 이틀째. 오전에 고고학 공원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내내 바다에서 놀았다. 오르티지아에는 두 개의 해변 - Spiaggia Diana nel Forte, Spiaggia di Cala Rossa - 이 있다. Spiaggia Diana nel Forte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성 옆에 있다. 성벽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바위가 있어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Cala Rossa는 해변이 조금 더 길고 폭도 넓어서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두 군데 다 갔다. Diana nel Forte 해변에는 돌이 많아서 게를 많이 잡았다. 잠자리채를 재빨리 휘두르면 작은 물고기도 잡을 수 있었다. 지겨워질 때쯤 Cala Rossa로 옮겨서 물놀이를 했다. 한낮에는 해가 뜨거워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잠깐 수영을 하고 햇볓에 몸을 말렸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해가 넘어가고 찬 바람이 불어 몸이 덜덜 떨릴 때까지 놀았다.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영업 시간이 7시부터였지만 이 시간에 저녁을 먹으러 온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셰프 아저씨와 서버 아주머니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를 보고는 약간 당황해하며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아주머니가 식전빵과 올리브 오일을 먼저 내오셨다. 식전빵은 홈메이드고, 올리브 오일은 시칠리아산이라고 강조를 하셨는데, 먹어보니 강조할만 했다. 갓 구운 빵도 맛있었고 올리브 오일은 부드럽고 향이 정말 좋았다.
 
화이트 와인을 한잔 주문하니 시칠리아산을 원하는지 질문을 하셨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라 정답을 말하고 와인이 적정량보다 훨씬 많이 담긴 커다란 잔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디를 가나 와인 인심이 후하다.
 
문어 요리와 봉골레 파스타, 해산물 파스타, 라자냐를 먹었다. 다른 것도 다 맛있었지만 둘째가 주문한 라자냐가 예술이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라자냐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상큼한 맛이 났다. 아주머니께 이렇게 맛있는 라자냐는 처음 먹어본다고 이야기하니 알고 있다는 의미의 미소를 지으며 비법을 설명해 주셨다.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성당에 갔다. 시라쿠사 성당은 기원전 5세기에 건설된 그리스 신전터에 지어졌다. 성당을 건설하면서 신전의 기둥을 그대로 사용해서 도리아식 기둥에 바로크 파사드가 올라간 특이한 구조가 되었다. 시칠리아에서는 이렇게 그리스, 로마, 중세 건축양식이 혼합된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성당 앞에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이 있다. 멋진 건물들이 늘어서있는 이 광장은 영화 말레나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모니카 벨루치가 하이힐을 신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장면이 여기서 촬영되었다. 광장에 깔린 대리석이 낯에는 햇빛을 반사하고 저녁에는 건물의 조명을 반사해서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광장의 한켠에서는 노년의 음악가가 반도네온으로 영화 대부의 주제가를 연주했다. 연주를 들으며 광합성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길고양이들을 데리고 놀았다. 
 
 

 

  

 
 
 
두오모 광장에는 좁은 골목길들이 미로 같이 연결되어 있다. 골목길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시칠리아의 상징 트리스켈리온 (메두사의 얼굴에 다리 세 개가 달린 모양)이 새겨진 상품과 머리 모양의 자기를 많이 판다. 머리 모양의 자기는 '무어인의 머리'라고 부르는데, 시칠리아의 여인이 자신을 배신한 무어인 연인의 머리를 잘라 화분으로 썼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르티지아의 입구에는 아폴로 신전이 있다. 지금은 기둥과 벽의 일부만 남아 있어 신전의 잔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시끌벅적한 시장 앞에  신전의 규모에서 그리스 시대에 시라쿠사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아폴로 신전 옆에는 시라쿠사가 배출한 슈퍼 스타 아르키메데스의 동상이 있다. 
 

 
 

 

 
 
 
짧은 오전 산책을 마치고 바다에 갔다. 사흘 연속으로 갔지만 어린이들은 처음 온 것처럼 신나게 놀았다. 수영을 하기에는 아직 물이 차가웠다. 맑은 물 아래 물고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이는데도 스노클링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아이들과 다음에 따듯할 때 다시 오기로 약속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오르티지아 시장에 갔다. 네이버에서 시라쿠스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샌드위치 가게 Caseificio Borderi를 찾아갔다. 별명이 샌드위치 마스터라는 보르델리씨와 그의 직원들이 치즈, 올리브, 햄, 야채가 잔뜩 들어간 커다란 샌드위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몰려드는데도 중년의 아저씨들이 매끄럽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착착 내오는 모습이 뭔가 멋있었다. 
 
샌드위치 2개와 햄 치즈 플래터 1개를 주문했다. 샌드위치도, 플래터도 2인분에 더 가까운 양이었다. 다 못 먹고 포장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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