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탈리아

시칠리아 - 카타니아

커피대장 2024. 4. 20. 17:30

카타니아는 팔레르모에 이어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도시의 중심인 두오모 광장은 항상 카타니아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두오모 광장의 한가운데는 코끼리 분수가 있다. 카타니아의 상징인 코끼리는 12세기의 지도에도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다'라고 기록되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두오모 광장(번역하면 성당 앞 광장이다)에는 카타니아 대성당이 있다. 카타니아의 수호성인인 성녀 아가타에게 바쳐진 성당이다. 대성당 바로 옆 성 아가타 교회 Chiesa della Badia di Sant'Agata 에서는 교회의 돔 위에 올라가 볼 수 있다. 돔 전망대에 서면 지중해와 에트나 화산, 그리고 도시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설했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오려된 도시로 보이지 않는다. 17세기 후반 에트나 화산의 대폭발과 지진으로 옛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도시를 재건하면서 잘 구획된 길과 통일된 양식의 건물이 늘어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성 니콜로 베네딕토회 수도원을 방문하면 카타니아 도시 재건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다. 수도원은 현재 카타니아 대학교가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라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 가이드는 커다란 열쇠꾸러미를 들고 비밀 통로를 따라 수도원을 돌며 수도원이 간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578년 건설된 성 니콜로 수도원은 1669년 화산 폭발을 목격한다. 에트나 화산의 폭발은 느린 폭발로, 많은 양의 용암이 서서히 흘러내렸다. 베수비오 화산은 폭발 당일 폼페이를 재로 완전히 덮어버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용암이 카타니아까지 도달하는데는 한 달이 걸렸다. 카타니아 사람들은 그동안 도시 북쪽에 용암을 막아줄 벽을 설치하며 준비했다. 니콜로 수도원에는 당시 건설된 벽이 일부 남아 있다. 벽을 뚫고 나온 용암이 그대로 굳어 있는 모습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방벽이 용암의 흐름을 일부 돌려놓기는 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수도원은 살아남았지만 12m 높이의 용암석에 둘러싸인다. 그리고 1693년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남아있던 건물마저 대부분 파괴되었다.
 
1702년 재건작업을 시작했다. 이때 수도원을 확장했는데 용암석을 걷어내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위로 건물 기초를 올렸다. 수도원 지하에 용암석과 그 위에 세워진 기둥들을 볼 수 있었다. 용암석의 높이가 고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둥의 길이도 이에 맞게 조절을 해 1층 높이를 맞추었다. 
 
수도원에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증축되었다. 그래서 여러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 혼재해 있다. 지하 도서관 근처에서는 수도원이 생기기 전에 있던 로마 시대의 집터도 발굴이 되었다. 지금은 여기서 카타니아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카타니아의 역사를 간직해 온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타니아 시내에는 고대 극장 2곳이 남아있다. 2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로마 극장은 7천 석 규모의 대형 극장과 오데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데온은 지붕이 있는 작은 극장으로, 이곳에서는 주로 공연 전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로마 극장은 6세기경부터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었다. 이후 주민들이 극장 위에 집을 지으면서 주택가 안에 극장이 끼어있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스테시코로 광장에 있는 로마 원형극장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역시 2세기에 건설된 이 극장은 로마의 몰락 이후 방치되었고, 카타니아 사람들은 극장의 석재를 가져가 다른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1693년 대지진 때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카타니아 주민들은 그냥 그 위에 도시를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부분은 원래 극장의 1/10 정도이고, 그나마도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몇 차례 발굴 작업을 하였으나 위험해서 번번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아 있는 부분만으로도 원래 극장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교회나 고대 유적지를 군말 없이 따라가 주는 이유는 오전 일정이 끝나면 바다에 가기 때문이다. 카타니아 해변은 도심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모래 해변이고 넓어서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멀리 보이는 카타니아와 에트나 화산의 풍경도 멋지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쓰레기. 모래사장에 쓰레기가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비수기라 시에서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놀기 전에 근처의 쓰레기들을 걷어냈다. "이렇게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면 어떡해!"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잔소리도 했다. 
 
 

 

 
 
 
카타니아는 오페라 작곡가 빈센초 벨리니의 고향이다. 벨리니는 아름다운 아리아로 도니체티, 로시니와 함께 19세기 벨칸토 오페라 시대를 이끌었다. 카타니아에는 그를 기념하여 건설한 오페라 극장 Teatro Massimo Bellini가 있다. 1890년에 건설된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극장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기간에는 공연도 없고 내부 투어도 하지 않아 밖에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카타니아가 마지막 일정이었기 때문에 시칠리아 음식을 가능한 많이 먹었다. 아침에는 수산시장을 구경하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해산물을 먹었다. 카타니아의 해산물 가격은 파리와 비교하면 비현실적인 수준이었다. 매일 사 먹었다.
 
동네 빵집에서 튀긴 주먹밥 아란치니와 함께 빵집 아주머니 추천 카타니아 대표 빵 치폴리나를 먹었다. 숙소에 가서 먹으려고 샀지만 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다. 빵집 앞 거리에 서서 다 먹고 아주머니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칠리아 슬러시 그라니타, 젤라토, 카놀로도 매일 사 먹었다. 아빠 엄마가 카페 바에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동안 어린이들은 진열대에 보기 좋게 진열된 피스타치오 쿠키와 아몬드 쿠키를 주문했다.
 
여행 마지막 날. 공항 대합실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피스타치오 크림이 잔뜩 들어간 크루아상을 먹던 아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힘들게 운동해서 살 뺀 거 다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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