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갯벌 생물들을 잡는 것이다. 브르타뉴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 해변에 나가면 게, 새우, 불가사리, 소라게, 망둥어 등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키브롱 반도의 끝 Kergalek 해안은 바위해변과 모래사장이 같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딱 좋았다. 여행기간에 물때도 딱 맞아서 한낮에 물이 빠졌다. 매일 바다에 나가 빠진 바위에서 채집 활동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잡은 사진을 보고 할머니가 눈먼 물고기가 있었나 보다고 하셨지만 아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바다를 섭렵하며 쌓은 노하우와 돌을 몇 개를 뒤집더라도 끝까지 물고기를 쫓아가는 끈기의 결과다.
키브롱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카르나크 Carnac에서는 신석기 시대에 세워진 선돌을 볼 수 있다. 카르나크의 열석은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천년 가량 앞선 기원천 5천 년부터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3천 개가 넘는 돌이 40헥타르의 넓은 지역에 세워져 있다.
카르나크에는 크게 3개의 열석군이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서 다니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주요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투어 버스 탔다. 가장 큰 규모의 메넥 열석군에는 1169개의 돌이 11열로 1km에 걸쳐 늘어서 있다. 사람만 한 거대한 돌이 병사들이 열병을 하듯 끝없이 늘어서있는 장관을 보면 "왜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신석기인들에게 돌을 옮겨와 땅을 파서 일렬로 세우는 것은 고된 노동이었을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돌을 어떻게 옮기고 세웠는지는 대체로 파악했지만 그 이유는 아직 완전히 풀지 못했다.
브르타뉴는 프랑스의 주요 굴 생산지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캉칼 Cancale이지만, 사실 브르타뉴 바다 어디에서나 굴 양식장을 볼 수 있다. 카르나크는 작은 항구 Le Pô 주변에 굴 양식장이 모여 있다.
브르타뉴의 굴은 바다에서 3년 정도 양식을 하고 건져서 깨끗한 수조에서 이틀 정도 정화를 한 뒤 판매한다고 한다. 양식장에서 굴을 판매하기도 하고 까서 팔기도 한다. 굴 한 접시를 사서 바닷가에 앉아 레몬을 뿌려 먹었다.
키브롱에는 프랑스의 통조림 회사 라벨일루아즈 la belle-iloise의 공장이 있다. 하루 두 번 무료로 공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이드가 키브롱항에서 들여온 정어리를 손질하고 조리해 통조림에 담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특히 공정을 현대화했지만 전통 방법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어가 끝나면 통조림을 판매하는 샵에서 시식을 한다. 시식을 하면 입맛이 돌고, 자연스럽게 예쁜 통조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샵을 한 바퀴 구경하고 나면 장바구니에 통조림이 가득 담다. 투어는 무료지만 결국 무료가 아니였다.
키브롱 반도의 서쪽 해안은 꼬뜨 소바쥬 Côte Sauvage 라고 부른다. '야생 해안'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바위 절벽에 파도가 부딪치는 거친 해변이었다.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정신없이 노는 동안 아내와 번갈아가며 산책을 했다.
Port Blanc 해변에는 아치 모양의 멋진 바위가 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촬영지로 최근 유명해진 곳이다. 간조 때만 바위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는 간조에는 바다생물을 잡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았다. 절벽 위에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저녁은 항상 숙소에 돌아와서 먹었다. 바다에 왔으니 해산물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옳지만 테라스에서 보는 항구의 석양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아내는 휴가를 와서 매일 밥을 해야 했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테라스에서 책도 읽고 하늘 구경도 하면서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아침도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와서 테라스에서 먹었다. 아침에는 분주한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낚싯대와 아이스 박스를 들고 배에 오르는 사람들의 들뜬 기분이 멀리에서도 느껴졌다.
에어비엔비에서 숙소 리뷰를 보면서 청결상태나 편의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테라스 이야기만 있어 좀 불안했는데 그럴만했다. 별 10개를 줘도 모자라는 멋진 테라스였다
키브롱을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Kergalek 해변에 가서 한번 더 놀았다. 두 시간 정도 놀았을까, 아이들에게 '점심 먹으러 갈까?' 물어보니 순순히 모래를 털고 일어선다. 정말 실컷 놀았나 보다.
꼬뜨 소바쥬에 있는 바다 전망의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랑구스틴, 게, 홍합을 주문했다. 랑구스틴과 게는 아내와 껍질을 까기 바쁘게 아이들 입속으로 전부 들어간다. 우리는 차갑게 식은 홍합을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주말인 데다 해가 뜨거워서 바다에 요트가 많이 떠있었다. 윤수만 한 어린이들도 단체로 요트 학교에서 작은 요트를 하나씩 들고 바다로 나갔다. 키브롱을 떠나며 바닷가에 사는 삶은 어떨까 잠시 상상해봤다.
'브르타뉴 & 노르망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르타뉴 - 반 Vannes, 렌 Rennes (0) | 2024.05.24 |
---|---|
브르타뉴 - 벨일앙메르 Belle-Île-en-Mer (0) | 2024.05.23 |
브르타뉴 - Rochefort-en-Terre (0) | 2024.05.18 |
노르망디 Cerza 동물원 (0) | 2024.04.21 |
낭트 Nantes (0) | 2023.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