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에게 노르망디의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브르타뉴 사람이 발끈해서 한마디 한다.
"그건 네가 브르타뉴에 안 가봐서 그래"
"나 브르타뉴 가봤어. 생말로 Saint-Malo. 정말 예쁘더라."
"생말로는 진짜 브르타뉴가 아니야. 행정구역은 브르타뉴지만 사실 노르망디야"
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다. 브르타뉴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파리지앵들도 브르타뉴 바다는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진짜' 브르타뉴의 바다를 찾아가 봤다.
2024년 종전기념일과 예수승천일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겹치면서 닷새 연휴가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이 파리를 떠날 거라 예상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파리를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에는 차가 가득 찼고, 8시간 만에 달려 첫 번째 목적지 Rochefort-en-Terre에 도착했다.
Rochefort-en-Terre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마을 광장을 중심으로 반목조 주택과 석조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집집마다 꽃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햇살이 좋은 거리를 채운 관광객들에게서 바캉스의 들뜬 분이기가 가득했다.
브르타뉴에 왔으면 갈레트를 먹어야 한다. 갈레트는 브르타뉴의 대표 요리로 메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얇게 부치고 위에 고기, 생선, 가리비, 치즈 같은 재료를 얹어서 낸다. 빨리 나오고, 양이 부담스럽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점심으로 가볍게 먹기 딱 좋다.
가장 클래식한 조합은 달걀, 햄, 치즈가 들어간 갈레트 콤플레트 galette comple ète 다. 윤수는 갈레트 콤플레트와 버섯 갈레트 버섯 사이에서 고민하다 서버에게 갈레트 콤플레트에 버섯을 추가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메뉴판에 없는 요리를 주문하다니. 자랑스러웠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원조의 맛은 다르다. 전병이 훨씬 더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갈레트는 사과주 시드르와 함께 먹는 것이 프랑스 국룰이지만 아직 운전해서 가야 할 길이 멀어 대신 사과주스를 마셨다.
다시 꽉 막힌 길에서 2시간을 더 보낸 끝에 진짜 목적지 키브롱 Quiberon의 숙소에 도착했다. Haliguen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의 아파트였다.
숙소 호스트 베로니크가 친절하게 집의 구석구석을 설명하고 키브롱의 관광지들도 소개해주었다. 어린이들은 빨리 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이야기가 길어지자 애가 탄다. 짐도 풀지 않고 바로 숙소 앞 해수욕장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놀게 해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테라스에서 항구 뒤로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10시간 운전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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