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브르타뉴 & 노르망디

노르망디 - 카부르 Cabourg

커피대장 2024. 8. 8. 04:28

지베르니에서 카부르 Cabourg로 이동했다. 카부르는 도빌과 함께 노르망디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이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시대부터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그 시절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해변으로 갔다. 피곤하기도 하고, 바람이 차니 추워서 나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산책만 하자고 달래서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은 물이 빠진 해변을 보고 마음이 금세 바뀌었다. 잠자리채를 들고나가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새우를 잡았다. 해가 질 때까지 모래놀이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간조 시간에 맞춰서 바다에 갔다. 카부르에는 바다 생물들이 별로 없어서 옆동네 울가트 Houlgate에 갔다. 울가트의 해변에는 조개가 많다. 어린이들이 조개 수확을 너무 많이 해와서 먹을 만큼만 남기고 다시 바다에 놓아주었다. 숙소로 가져온 조개는 해감을 하고 야식으로 먹었다.
 
오전 내내 해변에서 놀았다. 둘째는 바닷물이 빠지고 남은 물웅덩이에서 작은 물고기와 소라게를 잡아서 관찰하고, 첫째는 연날리기를 했다. 노르망디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연날리기가 쉽다. 들고 있다가 손에서 놓으면 바로 하늘로 날아간다. 
 
7월 말이라 해수욕을 하려고 준비해 갔는데 기온이 높지 않고 바람도 차가웠다. 날도 흐려서 바다에 들어가기에는 무리였다. 발만 담그고 모래놀이를 했다.  


 

 
 
점심 먹을 거리를 사러 카부르 시장에 갔다. 프랑스의 소도시로 여행을 가면 항상 시장에 가본다. 어느 도시나 시장은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주로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 해산물, 치즈, 와인 등을 판매하는데 품질이 정말 좋다. 상인들은 (생산자를 겸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로서 제품의 특징이나 레시피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프랑스어를 잘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생선 두 마리와 삶은 게, 새우, 랑구스틴을 사고, 간식으로 먹을 과일과 햄, 올리브도 구매했다. 올리브 파는 아저씨는 바다에 놀러 왔는데 날씨가 흐려서 안타깝다면서 근처 워터파크를 소개해주셨다. 워터파크는 구글맵 평점을 보니 별로 좋은 조언이 아니었지만, 올리브는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올림픽 중계를 보며 쉬다가 저녁 늦게 동네 산책을 나갔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들이 도시 조경을 연구하는 동생의 설명을 들으면서 걸으니 새롭게 보였다. 인도, 가로등, 주차장, 공원 등 공공시설은 모두 나름의 설계 의도를 가지고 배치된 것이었다. 
 
카부르의 중심가인 Avenue de la Mer를 걸으며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고, 노르망디의 특산품인 비스킷과 캐러멜을 샀다. 그리고 해변에 있는 미니골프장에 가서 미니골프를 쳤다. 
 
저녁은 갈레트 전문 레스토랑에 갔다. 갈레트는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메밀가루로 만든 크레페에 치즈, 계란, 햄, 연어 등 속재료를 넣어서 요리한다. 속재료로 돼지 내장을 훈제하고 숙성한 브르타뉴 전통 소시지인 Andouille de Guéméné 를 넣은 갈레트가 있어 호기심에 주문해 봤다.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였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날씨가 좋았다. 햇살에 눈이 부시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래 이게 여름의 프랑스지. 
 
어린이들은 오늘도 물이 빠진 해변에 나가서 갯벌 생물들을 잡았다. 매일 해도 지겹지 않은가 보다. 노르망디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훨씬 커서 갯벌 생물들을 관찰하기 좋다. 해수욕보다는 수렵채집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곳이다. 나중에 어린이들이 해양생물학자가 된다면 아빠와 노르망디에 자주 간 덕분이라고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이날 오후에는 옹플뢰르와 에트르타에 가기로 했다. 동네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홍합 요리와 생선 구이를 먹고 옹플뢰르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