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 & 노르망디

노르망디 - 캉 Caen

커피대장 2024. 12. 17. 03:49

주말을 이용해 몽생미셸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캉 Caen에 들렀다가 몽생미셸로 이동해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몽생미셸을 본 뒤 D-DAY 해안을 거쳐 파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여행이 될 것 같아 캉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과 할 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 비오트로피카 Biotropica 라는 동물원을 발견했다. 동물원 바로 앞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아내가 호수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동물원을 구경했다.  
 
동물원의 메인은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재현한 대형 실내 돔 Tropical Dome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무늘보, 악어, 원숭이, 뱀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두더지가 파놓은 땅굴의 단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두더지들이 굴을 오가며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가장흥미로워했다. 
 
외부 전시 구역에서도 왈라비, 너구리, 펭귄, 치타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양과 염소 같은 작은 동물들이 있는 미니 농장에서는 동물들을 직접 쓰다듬어 볼 수 있었다. 사육사가 지나갈 때마다 미어캣들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몰려드는 모습은 무척 귀여워서 한참을 봤다. 
 
 

 
 

 
 

 
 

 
 

캉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갔다. Boeuf And Cow 라는 정직한 이름의 레스토랑에 찾아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나는 조금 특별한 요리를 먹었다. Tripes à la mode de Caen 이라는 긴 이름의 요리인데, 번역하면 '캉 식으로 요리한 소 내장'이다. 도시 이름을 딴 요리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요리는 소의 양, 우족, 사과, 양파, 당근 등 재료에 노르망디의 사과주 칼바도스를 넣고 10시간 이상 푹 끓인 것이다. 내장 특유의 냄새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와인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다 먹지 못했다. 사실 애초에 다 먹을 자신은 없었고, 아이들이 스테이크를 남길 거라고 생각해 그걸 먹으려 했지만, 아이들은 스테이크를 한 점도 남기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캉 시내 구경을 했다. 먼저 캉 성 Château de Caen에 올라갔다. 캉 성은 11세에 정복왕 윌리엄에 의해 건설한 군사 요새로, 노르망디 공작의 힘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성의 내부는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지만, 테라스에서 시내와 주변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캉은 노르망디의 다른 도시해 비해 신식 건물이 많았다. 전쟁때 파괴가 많이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캉 기념관에서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가 35%가 파괴되었다는 자료를 보았다. 캉 성 근처의 Vaugueux 구역에는 돌길과 전통적인 노르망디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남아 있었다. 
 
 

 
 

 
 

 
 
구시가지를 지나 캉에서 가장 큰 교회인 생 피에르 교회 Église Saint-Pierre de Caen를 방문했다. 12세기에 건립된 고딕 양식의 교회로 스테인드 글라스와 내부 석조 구조가 아름다웠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하고 있어서 더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캉에는 특이하게 여성 수도원 Abbaye aux Dames 과 남성 수도원 Abbaye aux Hommes 이라는 이름의 수도원이 있다. 특히 시청으로 사용되는 남성 수도원 Abbaye aux Hommes이 유명하지만, 비가 오고 시간도 부족해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캉 기념관  Mémorial de Caen 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노르망디의 대표적인 역사박물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박물관의 전시는 히틀러의 집권 과정을 시작으로, 2차대전의 전개와 그 여파로 이어진 냉전의 역사를 조명한다. 나치 독일과 협력했던 비시 정부, 유대인 박해 등 프랑스의 부끄러운 역사도 빠짐없이 다루고 있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독일군이 건설한 70미터 길이의 벙커가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전시실의 구성도 매우 세심했다. 연합군의 캉 폭격을 다룬 전시 공간은 당시 파괴된 캉 시가지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고, 나치 전당대회를 설명하는 구역에서는 붉은색 조명 아래 히틀러의 육성이 흘러나와 관람객의 몰입을 더했다. 360도 영화관에서는 현대 유럽의 역사를 주제로 한 짧은 영화가 상영되었다.
 
2시간이면 다 볼 줄 알고 문 닫기 2시간 전에 갔는데, 결국 전시를 다 보지 못했다. 전쟁기념관 주변의 2차대전 희생자 추모 공원도 가보지 못했다. 이곳에도 충분히 관람하려면 3~4시간 정도는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