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에서는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개썰매 투어, 스노모빌 투어, 크로스컨트리 스키, 얼음낚시, 설산 트레킹, 숲 걷기, 오로라 투어 등등. 그러나 어린이와 같이 할 수 있는 투어는 개썰매 밖에 없어 이것만 예약을 했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에 눈 쌓인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라 아이들은 권장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개썰매 투어를 해보니 썰매를 타고 빠르게 지나쳤던 숲이 너무 아름다웠다. 숲 투어를 하지 않고 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어린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투어를 더 검색해 봤다. 마침 밴을 타고 산림공원에 들어가 야생동물을 찾는 투어가 있어서 급하게 예약했다.
출발하면서 가이드가 우리의 기대치를 낮추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투어 목적지인 Nikkaluokta 에는 순록, 무스, 여우, 스라소니, 늑대, 토끼 등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많이 만나려면 숲 트레킹을 해야 한다고 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서는 보통 순록과 무스 정도를 볼 수 있고, 아주 운이 좋을 경우에만 다른 동물들도 볼 수 있다고.
자연공원 지역에 들어가자 가이드가 천천히 달리며 창 밖으로 동물들이 보이는지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했다. 멀리 앉아 있는 무스와 순록을 몇 마리 발견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길가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무스 가족을 찾았다. 무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숲의 왕이라고 불릴만했다. 차에 앉아서 풀을 뜯고 걷고 장난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야생의 동물을 만났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점심을 해먹고 쉬었다. 아이들은 벽난로에 주변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 심심해지면 호수에 나가서 눈을 가지고 놀았다. 집 뒤 언덕에서는 눈썰매를 탈 수도 있고, 바로 근처에 눈 덮인 놀이터도 있었다. 추워지면 다시 숙소에 돌아와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다.
집주인아저씨 코니는 양을 키웠다. 눈이 없을 때는 방목을 하는데, 이때 양들을 몰고 다닐 양치기 개도 세 마리 있었다. 집 바로 옆의 양 우리에서 양치기 개들이 양몰이 훈련을 받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아이들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구경하다가 개들을 쓰다듬어줬다.
3박 4일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코니와 오고 가며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웠다. 호텔로 가지 않고 에어비엔비를 선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숙소 마당에서 장작불에 고기와 소시지를 구웠다. 집주인아저씨가 의자에 순록 모피까지 깔아주었으나 막상 준비가 되니 아이들이 춥다고 집에서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와 기념사진만 찍고 집에 들어가서 먹었다. 숯불에 굽는 것과 장작불에 굽는 것은 맛이 또 달랐다.
저녁을 먹고 동네 교회에서 하는 미사에 다녀왔다. 미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미사 시간에 연주될 파이프 오르간이 궁금했다. 집주인 아저씨가 오르간이 순록 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보고 싶었다. 막상 들어보니 소리가 보통 파이프오르간과 똑같고, 모양도 똑같았다. 아마도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
해가 지고 나면 기다림의 시간이다. 오로라 예보 어플리케이션을 보면서 오로라 지수를 지켜봤다. 지도에서 회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오로라를 볼 확률이 10% 미만, 초록색은 30% 미만, 주황색은 50% 미만이다. 시베리아 지방에만 있던 초록색이 점점 커져서 우리 동네까지 왔다. 그리고 주황색으로 넘어갈 때쯤 창 밖을 보던 아이가 소리쳤다.
"오로라다!"
환한 집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만큼 진한 오로라였다.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숙소 마당에 나갔다. 오로라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커져서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을 모두 채웠다. 마침 외출하고 돌아오던 코니를 만났다.
"굉장한 오로라에요. 오로라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어요!"
"그래요. 오늘 정말 밝은 오로라네요. 좋은 밤 보내세요."
오로라 예보에 의하면 30분 뒤 오로라 지수가 가장 강하고 그 뒤로 점점 약해졌다. 숙소에 들어가서 옷을 더 챙겨 입고 호수에 갔다. 오로라가 마을 하늘을 전부 덮었다. 초록색, 흰색, 붉은색도 있었다. 하늘이 맑아 별도 많이 보였다. 호수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오늘의 행운에 평생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플란드에서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호수에 나가 일출을 봤다. 눈에서 한번 더 놀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눈밭을 신나게 뒹굴고, 언덕에서 썰매도 한번 더 타고, 양치기 개들도 한번 더 쓰다듬어줬다. 코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키루나 공항으로 출발했다.
오후에는 스톡홀롬으로 이동해서 시내 관광을 할 예정이었으나 비행기가 6시간이나 지연되어 밤늦게 도착했다. 하루가 날아갔지만 괜찮다. 여행운은 오로라를 보는데 다 써버렸으니, 비행기가 취소되지 않고 스톡홀름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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