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코트다쥐르

2. 아를 Arles , 생트마리드라메르 Saintes-Maries-de-la-mer

커피대장 2022. 11. 15. 14:37

아침 일찍 아비뇽을 출발, 아를에 도착해서 주차하는데 고생을 좀 했다. 축제 때문인지 구시가지 주차장 입구를 막아 놓고 우회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차들이 길에 꽉 찼다. 주차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차를 세우고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경기장에 갔다. 로마 콜로세움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지만, 작은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있으니 웅장하게 느껴졌다. 7월은 축제 기간이라 공연을 위해 경기장 안에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투우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경기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경기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밴드가 경기 축하공연 연습을 하고, 이미 잔뜩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술 한잔하고 가라고 초대했다.

아이들이 투우를 보고싶다고 했지만 보지 않기로 했다. 오늘날 투우는 선수들이 소의 뿔에 걸린 실을 잡아채는 경기로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소를 화가 나게 만들어서 경기장을 뛰어다니게 하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한다. 전통 스포츠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존중하지만, 나는 그 스포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를은 반 고흐의 도시로 유명하다. 반 고흐가 아를에 머물렀던 시간은 1년 밖에 되지 않지만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이 기간에 탄생했다. '포럼 광장의 카페 테라스'도 아를에서 그렸는데, 그림 속 카페가 Le Cafe la nuit 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인터넷 평점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반 고흐의 카페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반 고흐의 카페는 그림속의 모습과는 달리 조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조화를 잔뜩 붙여 놓았는데도 촌스럽지 않고 예뻤다. 광장도, 카페도 사람도 활기가 넘쳤다. 밤이 된다고 반 고흐의 그림처럼 적막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음료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커피는 마실 만했는데 케이크가 정말 맛이 없었다. 프랑스의 카페에서 이런 케이크를 내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신용카드도 받지 않았다. 평점이 높다고 좋은 카페라는 보장은 없지만, 평점이 낮으면 반드시 안 좋은 카페다.










구시가지를 돌아보고 Saintes-Maries-de-la-mer로 이동했다. Saintes-Maries-de-la-mer는 전날 밤에 즉흥적으로 결정한 목적지다. 프랑스 남쪽 끝까지 왔는데 지중해를 보지 않고 가기에는 아쉬웠다. 차는 그만 타고 싶다고 했던 아이들도 바다에 가자고 하니 대찬성이다.

아를에서 Saintes-Maries-de-la-mer 가는 길에 Camargue 자연공연을 통과했다. 론강 하구 삼각주의 습지대로 플라밍고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차에서도 주변 호수에 사는 플라밍고를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은 소금과 쌀 생산으로도 유명해서 길가에 지역 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Saintes-Maries-de-la-mer 에 도착해서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이들이 맛조개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구글맵에서 맛조개를 파는 식당을 검색해 찾아갔다. 실컷 먹으라고 1인 1접시를 주문했는데 조개가 커다란 접시에 수북하게 쌓여서 나왔다.

생선과 새우 요리도 양이 정말 많아서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와인 인심도 후했다. 잔 와인을 주문하니 한 잔 가득 담아서 나왔다. 근처 샤토뇌프두파프 마을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으로 상큼하면서도 생선과 잘 어울렸다.








점심을 먹고 바로 바다에 갔다. 즉흥적으로 계획한 것이라 바다에서 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해변의 마트에서 파라솔과 물놀이용품을 샀다.

바다에 들어갔다가 추워지면 모래사장에서 놀면서 몸을 데우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바닷물이 별로 차지 않고, 물 밖에 나오면 해가 뜨거워 몸이 금방 말라서 놀기 딱 좋았다. 사람들이 여름에 남프랑스의 해변을 찾는 이유가 있었다.

윤수는 이 날 처음으로 스노클링에 성공하고, 지수는 처음으로 아빠 엄마 손을 잡지 않고 혼자 바닷물에 떠있을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 비교하면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다.

오후 내내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비뇽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호텔에 가면 수영장에서 한 번 더 놀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막상 도착하니 힘들다고 방에 들어갔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놀이방에서 게임을 조금 하고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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