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모두 친구 집에서 슬립오버를 했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아내와 파리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레스토랑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직을 나와 산책을 했다.
팔레 후야얄을 걷고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에 갔다. 이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파사주 쿠베르 Passage couvert 중 하나다. Passage는 '통로' couvert는 '덮인'을 뜻한다. 그러니까 passage couvert는 덮인 통로라는 의미이다. 건물 사이의 좁은 보행자 통로 위에 유리 천장을 덮어놓은 구조다. 통로 양쪽에는 상점들이 있으니 옛날 아케이드라고 볼 수 있다.
낮에는 골동품, 책,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우리가 갔던 늦은 시간에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조용했다.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식전주를 마시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인적이 없을 때 파사주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텅 빈 통로 바닥의 모자이크가 조명에 반사되어 빛났다.
파리의 파사주는 1800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1850년대에는 150여 곳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정비 이후 상권이 대로변로 이동하면서 점차 인기를 잃었고, 이제는 10여 곳만 남았다. 1800년에 지어진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파사주 데 파노라마 Passage des Panoramas와 그 근처의 파사주 베르도 Passage Verdeau, 파사주 주프루아 Passage Jouffroy가 대표적인 곳이다. 200년 전 파리의 모습을 간직한 곳인 만큼 오래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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