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일기

빵은 중요하다 - 프랑스 빵 예찬

커피대장 2024. 11. 11. 01:46

 

빵이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딜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baguette de tradition française 이 있어서 허용된 재료만 넣어야 전통 바게트라거 부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가 목이 잘린 분도 있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집 근처 맛있는 빵집이 문을 닫아서 삶의 질이 현격하게 저하되어 이사 간다는 사람을 만났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네 빵집마다 아침저녁으로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퇴근길 바게트를 안고 끼고 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러 왔을 때 부동산 중개인이 집의 장점으로 강조한 것 중 하나도 괜찮은 빵집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면서 수 많은 빵을 먹어본 결과, 그 말이 맞았다.  전날 구운 빵도 맛있지만, 아침에 갓 구운 빵을 사면 집에 오는 길에 몇 입 뜯어먹지 않을 수가 없다. 

프랑스의 동네 빵집은 대부분 내가 직접 빵을 집어서 쟁반에 담는 시스템이 아니라, 빵 이름을 말하면 직원이 담아준다. 처음에는 제대로 읽지 못해 이거 저거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 큰 어른이 ‘이거’, ‘저거’라고 하는건 좀 부끄러운 일이다. 빵이 남성(un 크로아상)인지 여성인지(une 바게트) 구분해야 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틀릴 일이 없게 두 개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간의 훈련 끝에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빵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 주 토요일 아침, 이제 막 일어난 아이들에게 주문을 받아 동네 빵집에 간다. 
 
"전통 바게트 하나랑 크로아상 세 개 주세요"
 
종이 봉투에 빵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프랑스 살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