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탁상달력은 주말마다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내나 내 일정이 아닌 아이들의 일정이다. 주말마다 아이들은 생일파티나 플레이데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내는 아이들의 일정을 챙기고, 나는 아이들의 운송을 맡는다. 친구 집이나 생일파티 장소에 데려다주고, 시간이 되면 다시 데리러 간다. 두 아이가 모두 약속이 있는 날엔 하루에 네 번씩 차를 몰아야 한다. 파리 시내 교통 환경을 생각하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가끔은 아이 친구가 합승을 하기도 한다. 뒷자리에서 아이가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아빠, 우리 노래 틀어도 돼?”라고 물어올 때면 마치 아이들의 전용 택시 기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 덕분에 파리 시내를 자주 다니게 된다. 가끔은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정말 멋진 도시에 살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될 때도 있다. 아이와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파리를 달리는 시간이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 중 하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속 20km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을 달린다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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