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물놀이를 하게 해주기로 했다. 오전 내내 숙소 수영장이서 놀았다. 옆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던 필립이 "와! 브라보! 멋지다!” 오버 리액션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물에 뛰어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과 똑같아 웃음이 나왔다.
필립과 크리스틴은 둘 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둘은 우리에게 도르도뉴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고, 우리는 어제 어디 갔는지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 서로 답답했다. 일주일 동안 가족관계, 하는 일, 프랑스에 온 이유, 고향 같은 왕초보 프랑스어 수준의 이야기밖에 못했다. 프랑스에 온지 1년이 지났는데 이런 수준이라니, 부끄럽다.
오후에는 Castelnaud-la-Chapelle에 있는 Castelnaud 성에 갔다. 절벽 위에서 도르도뉴 강을 내려다보는 성과 성 아래 마을, 이제는 익숙해진 도르도뉴의 풍경이다. Castelnaud 성은 12세기에 처음 지어진 성으로 중세 시대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버려졌다가 1966년에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되었다. 성의 외벽과 내벽이 모두 주변의 다른 성에 비해 훨씬 두꺼웠다.
성은 중세시대의 무기를 전시하는 박물관이기도 했다. 투석기, 대포, 칼, 창, 방패, 갑옷 등 수백년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공성전을 그린 그림, 가상 전투 화면, 무기들의 원리를 설명하고 시현하는 동영상 등 흥미로운 전시물들도 많았다.
성에서는 여름 기간 동안 공연과 체험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마당에서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극을 봤다. 나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윤수는 꽤 많이 알아들었다고 했다. 연기를 보며 맥락으로 이해한 것을 알아들은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어쨌든 이해했으니 장하다고 격려해주었다.
대장간에서는 대장장이가 화살촉을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쇠붙이가 뾰족한 화살로 변신하는 과정을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바라봤다.
대장장이가 설명을 하는 중간중간 관객들이 질문을 많이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을 든다. 대장장이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 프랑스 학교 교실의 분위기가 짐작되는 장면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프랑스에 있는 동안 손 드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강에 내려가 물놀이를 했다. 매일 강에 나와서 놀았더니 윤수는 작은 물고기를 잠자리채로 척척 잡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지수도 몇 마리 성공했다. 지수가 잡은 잠자리 유충 한 마리는 놓아주어도 도망치지 않고 지수 손에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윤수도 지수도 그게 좋았는지 몇일 동안 이야기했다.
약속한 대로 아이들이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물에서 고 저녁 늦게 마르케이삭 Marqueyssac 정원에 갔다. 마르케이삭 정원은 절벽 위에 조성되어 공중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절벽 위에 지은 정원이니 규모가 작을 줄 알고 문 닫기 1시간 전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 다 돌아보려면 몇 시간은 걸리는 큰 정원이었다.
정원에는 15만그루의 나무와 폭포, 암석, 미로, 6km 길이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는데,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정원을 가로질러 전망대에 갔다. 바로 아래 La Roque Gageac이 보이고 멀리 Domme도 보였다. 북쪽 전망대에서는 Beynac이 보인다.
일주일 동안 돌아다닌 마을이 한 눈에 들어보니 반가웠다. 전망대 근처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 보니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조명을 키우고 야간 개장을 한다고 한다. 알아보고 날짜 맞춰서 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동네 프랑스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는 좋은 식당이었다. 밥을 먹던 고중에 손바닥만한 여치가 날아와서 지수 다리에 앉았다. 지수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지수보다 더 놀란 여치는 식당 구석에 가서 숨었다.
놀란 가슴이 진정된 지수는 이제 여치를 잡아서 관찰하고 싶었다. 그런데 옆테이블에 있던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여치를 잡아 레스토랑 밖으로 보내주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서 우리를 보고 씽긋 웃는데, “아 그거 사실은…” 하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저녁이니 지역 와인도 한 잔씩 마셨다. 나는 뻬샤르망 Pécharmant을 마시고 아내는 전날 발견한 취향 저격 와인 몽빠지악 Monbazillac을 마셨다. 아이들도 주스를 한잔씩 주고 즐거웠던 여행을 기념하며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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