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도뉴

셋째날. Sarlat-la-Caneda, Beynac

커피대장 2022. 11. 11. 00:31

인터넷에서 도르도뉴 여행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시장이다. 여름에는 마을마다 광장에 주 2회 정도 장이 선다.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에도 한 꼭지를 할애하여 마을 별로 장이 서는 요일을 적어 놓았다. 회사 옆자리 동료도 야시장에는 꼭 가보라고 강조를 했다. 처음에는 장은 우리 동네에도 서는데 굳이 도르도뉴까지 가서...... 하고 망설였지만 이쯤 되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 목적지 중 가장 큰 도시인 Sarlat-la-Canéda에 장이 서는 토요일에 맞춰 갔다. St-Sacerdos 성당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의 모든 거리가 시장이 되었다.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고 걷는 사람,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사고 파는 사람, 뭔가 먹고 있는 사람 모두 즐겁다.

시장에는 옷, 그릇, 장난감, 골동품, 미술 작품 등을 팔고 있었다. 지역 특산품인 푸아그라, 호두, 딸기, 버섯을 파는 상인이 가장 많았다. 구시가지의 골목과 집들이 예뻤지만 너무 붐벼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장이 서지 않는 날 한번 더 와서 한적한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오후에는 도르도뉴 강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송사리와 곤충 유충을 잡으면서 정신없이 놀았다. 점심은 캠핑장 매점에서 파는 케밥을 사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놀렸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책을 읽었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아내가 말했다.

"이번 휴가는 정말 프랑스적이다"
"그러네. 정말 프랑스적이야."

강에서 놀던 아이들이 숙소 수영장에 가서 더 놀고 싶다고 했다. 그래 오늘은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놀게 해줄게. 숙소 수영장에 가서 또 놀았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숙소 호스트 필립이 할아버지 미소를 지켜보다가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었다. 손자가 있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과장된 리액션과 함께. 덕분에아내와 나는 푹 쉴 수 있었다.




물놀이를 원 없이 하고 Beynac 성에 갔다. Beynac 성은 영국의 리처드 1세가 1197년에 처음 건설을 했고, 백년전쟁 기간 동안 프랑스와 영국이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이며 많이 파괴가 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버려졌다가 1960년대에 재건이 되었다고 한다.오디오가이드가 입장료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들으면서 다녔는데 설명이 쉽고 재미있어서 아이들도 집중해서 들었다. 성은 규모도 작고 볼거리도 별로 없었지만 성에서 보는 도르도뉴 강의 전망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성에 종이상자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온 남매가 있었다. 사진을 같이 찍어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포즈도 멋지게 잡아준다. 기념품가게에서 산 칼과 방패는 금방 잊히겠지만 직접 만들어 들고 온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얘들아 우리도 다음에 저렇게 만들어 입고 올까?"
"으윽! 싫어!!!"



성을 보고 아랫마을에 내려와서 저녁을 먹었다. 분위기만 봐도 맛있어 보이는 식당에 운 좋게 자리가 남아 있었다. 도르도뉴에 있는 동안 한 번은 푸아그라를 먹어야 할 것 같아 시켜봤다. 기름진데 전혀 느끼하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그 동안 파리에서 먹어본 푸아그라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아내도,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치즈까지 완벽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지수에게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는지 물어보니 여기 식당에서 연어를 먹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이렇게 근사한 일이다.

식당을 나와 동네 산책을 하고 강가에 가서 돌을 던졌다. 윤수는 처음으로 물수제비에 성공했다. 뭔가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아이가 짓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