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도뉴 여행 마지막 날은 옆 지방 LOT에 들리기로 했다. 아내와 먼저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잠든 채로 안아서 차에 태웠다. 크리스틴이 가는 길에 아이들 주라고 아침을 챙겨주었다. 빵에 잼을 발라 하나씩 비닐로 싸고, 요구르트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하나씩 같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 마음은 국적에 상관없이 똑같다.
1시간도 가지 못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멀미를 했다. Gourdon이라는 마을에 차를 세우고 교회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크리스틴이 싸준 빵을 먹었다. 배고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기웃거려서 빵을 나눠주고 같이 놀았다.
Gourdon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요새 마을이었다. 마을 중심에 교회가 있고 그 주변으로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작은 정원들이 많아서 산책하기 좋았다.
거리 곳곳에 같은 장소에서 오래 전에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거리의 모습은 지금 그대로다. 50년 후에 이 거리에 온 관광객도 지금과 똑같은 거리의 모습을 보게 될까? 관광객은 잠깐 잠깐 지나가고 거리는 그 자리에 수백년간 계속 있으니 우리가 거리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라고 어느 여행책에서 읽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오늘의 진짜 목적지는 로카마두르 Rocamadour다. 사진을 보면 ‘저기는 꼭 가봐야겠다’ 마음먹게 되는 곳들이 있는데 로카마두르도 그랬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몽생미셸의 수도원만큼이나 수직 절벽 가운데 걸려있는 로카마두르의 수도원도 인상깊었다.
로카마두르 수도원에는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지어진 채플이 7곳이 있었다. 채플 사이를 오고가는 돌계단은 수 많은 순례자들의 발걸음으로 푹 파여있었다. 절벽에 걸려 있는 노틀담 채플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성스러운 기분이 들게 했다.
수도원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로카마두르 치즈를 먹었다. 로카마두르 치즈는 순례자들이 각 지방으로 퍼트려주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염소 치즈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났지만 샐러드와 같이 먹으니 괜찮았다. 식감이 너무 부드럽고 입안 가득 우유향이 퍼져서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아랫마을을 산책했다. 수백년전 순례자들이 쉬어갔을 마을이 이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긴 여정 끝에 마을에 도착한 순례자들의 눈에 절벽 위의 수도원이 어떻게 보였을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윗마을로 올라와서 로카마두르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오스피탈레 Hospitalet 에 갔다. 11세기에 지어진 오스피탈레 교회 Chapelle de l'Hospitalet 는 대부분 무너져 흔적만 보이고 옆에 작은 예배당만 남아 있었다. 교회 앞의 오스피탈레 문 Porte de l’Hospitalet 을 지나면 로카마두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로카마두르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빨간 벽돌 마을로 유명한 Collonges-la-Rouge다.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수가 잠이 들었다. 깨워서 데리고 나가봐야 보채기만 할 것 같아서 나는 지수와 차에 남고 아내와 윤수가 먼저 마을에 들어갔다. 윤수는 엄마와 오란만에 데이트에 신이 났다.
지수는 피로가 쌓였는지 점점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금방 일어날 것 같지 않아서 마을 관광은 포기하고 차로 마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다. 골목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빨간 집들이 예뻤다. 아쉬운대로 아내가 찍어온 사진들로 랜선 관광을 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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