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코트다쥐르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에즈 Èze , 망통 Menton, 모나코 Monaco

커피대장 2024. 12. 6. 16:15

니스 여행 둘째 날. 당일치기로 주변 도시들을 다녀왔다.
 
코트다쥐르 Côte d'Azur에는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루 밖에 시간이 없고 차도 없었기 때문에 니스에서 기차로 갈 수 있는 3곳을 추렸다. 프랑스 남부 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를 따라가며 에즈, 모나코, 망통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라인은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해서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에즈 Èze 
 
에즈로 가는 기차에서야 에즈가 두 부분, 에즈 빌라쥬 Èze village와 그 아래 해안 마을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절벽 위 중세 마을은 에즈 빌라쥬이지만, 기차역은 해안 마을에 있었다. 해안에서 윗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는 한 시간 후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니스에서 에즈 빌로 가는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후회를 해봐야 소용 없다. 바다에서 놀며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전날에 이어 눈부시게 따스한 햇살이 비쳤다. 둘째가 바위 틈새에 있는 게를 잡고 싶다고 해서 도와주러 갔다가 갑자기 밀려온 파도에 둘 다 옷이 다 젖어버렸다. 이럴 줄 알고 여분의 옷을 가져왔지.
 
버스를 타고 에즈 빌라쥬에 도착했다. 에즈는 중세 시대에 건설된 요새 도시로, 코트다쥐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예쁜 벽돌 건물들 사이사이로 지중해가 보였다. 마을에는 갤러리, 기념품 가게, 카페가 많았지만 비수기라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아이들이 '이렇게 따듯한데 겨울이라서 문을 닫았다고?' 라며 놀라워했다.
 
멍통으로 가는 기차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버스가 없어 우버를 타고 서둘러 역으로 내려왔는데 기차가 취소가 되었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멍통에 도착할 것 같아, 결국 기차역 옆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의 파스타와 연어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같이 주문한 로제 와인은 잔이 넘칠 정도로 가득 담아서 나왔다.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망통 Menton
 
다음 목적지 망통 Menton은 매년 2월 중순에 열리는 레몬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망통에서는 15세기부터 레몬 재배를 시작했으며, 망통의 레몬은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레몬보다 당도가 높고 향이 강해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망통을 찾은 것은 모래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스의 해변은 아름답지만 자갈 해안이라 아이들이 놀기에는 좋지 않았다. 모래놀이를 하지 못해 불만이 많은 어린이 고객님들을 위해 멍통을 일정에 넣었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신나게 모래놀이를 했다.
 
가까운 바다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요트 강습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왔다. 우리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자기들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배는 지금 당장 빌려서 탈 수 있는게 아니야.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해. 우리가 바닷가에 살았다면 너희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지?'
 
 
 

 
 
 

 
 
 

 
 
아이들이 노는 동안 망통의 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파제 조망대에 갔다. 파란 바다 위로 레고로 만든 것처럼 귀여운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건물들은 노란색, 주황색 등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이탈리아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망통은 이탈리아외의 국경에 위치해 있어 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모래놀이만 하겠다던 어린이들은 결국 옷을 다 적셨다. 옷을 또 갈아입고 구시가지를 둘러봤다. 색색의 건물들이 쨍한 햇빛을 받아 더욱 예뻤다. 마을의 작은 광장마다 레몬 나무가 있었다. 레몬의 도시에 왔으니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기념품으로 레몬잼과 레몬향 올리브 오일도 구매했다. 
 
 

 
 

 
 

 
 
 
모나코 Monaco
 
멍통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마지막 목적지인 모나코로 향했다. 모나코는 작은 마을과 예쁜 마을을 좋아하는 우리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가는 길에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웠다. 도시 국가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에 가보는 것도 교육적인 의미가 있으니 들르기로 했다. 
 
호화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나코 항구에서 아이들의 학교 친구 가족을 만났다. 부모들끼리도 학교 행사에서 자주 만나 친한 사이였다. 
 
"요트 타고 온 거야?"
"응 저기 제일 큰 거는 아니고 그 옆에 있는 보트가 내 거야"
 
모나코에 어울리는 농담으로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함께 모나코 왕궁이 위치한 언덕을 향해 걸었다. 모나코 왕궁은 문을 닫아 방문을 할 수 없었지만, 왕궁 앞 광장에서 노을과 모나코시의 야경을 봤다. 구시가지를 걷고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의 알베르 2세와 결혼을 한 모나코 대성당도 방문했다.
 
모나코는 건물, 자동차, 상점 등 모든 것이 고급스러웠다. 너무 고급스러워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기차를 타고 니스로 돌아오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