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겨울 여행

부르고뉴 - 세뮈르 Semur, 퐁트네 수도원, 베즐레 Vezelay

커피대장 2025. 1. 6. 23:58

알프스에서 스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날. 파리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에는 먼 길이라, 리옹 근처 고속도로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파리로 올라오며 그 동안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부르고뉴 Bourgogne의 소도시들을 몰아서 숙제하듯 돌아봤다.

 

 

세뮈르 Semur-en-Auxois

 

강과 돌다리, 마을의 성벽이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을 보고 꼭 한번 가봐야 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그 사진이 찍힌 장소를 먼저 찾아갔다. 그런데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돌다리는 공사중이라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강물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으며, 하늘마저 흐려서 사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을 산책을 하면서 실망감을 좀 달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돌길을 걷고, 마침 장날이라 시장 구경도 했다. 산책을 하고 동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부르고뉴의 동네 식당에서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스테이크도, 개구리 요리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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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트네 수도원 Fontenay Abbey

 

점심을 먹고 퐁트네 수도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2세기 시토 수도회의 수도원으로, 프랑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도원의 건물들은 돌로 지어진 단순한 구조지만 정교하고 균형잡힌 느낌이 들었다. 시토 수도사들은 청빈한 생활을 중시해서, 개인 소유물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최소한의 난방조차 없이 생활했다고 한다. 수도원에서는 그들의 청렴한 생활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우리집 두 아들은 "나는 수도사는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유명한 수도원의 정원은 겨울이라 다소 황량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조용히 관람할 수 있었다. 정원에서 어떤 장식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베즐레 Vézelay

 

마지막으로 성스러운 언덕 마을, 베즐레에 들렀다. 베즐레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연 마들렌 교회다. 9세기에 이곳에 수도원이 건립되었고, 막달라 마리아의 유해를 안치했다는 소식에 신자들이 모여들며 중요한 순례지가 되었다. 12세기에는 수도원의 자리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현 교회가 다시 건축되었다.

 

교회를 보고 언덕을 다시 내려오며 마을을 구경했다. 이곳은 지금도 산티에고 순례길 출발지 중 한곳이라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베즐레 언덕의 와인밭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볼 수 있었다.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 겸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마을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