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 일드레

일드레 4, 라로셸

커피대장 2022. 11. 22. 16:24

어린이 고객 님들이 전날 바다에서 두 번이나 놀았지만 '잡을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숙소 근처의 해변은 모래사장이라 간조 때 물이 빠져도 게나 새우 같은 바다 생물들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이 고객님의 컴플레인을 받아들여 바다 생물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봤다.

이틀 전 생태관찰선생님과 갔던 바다에 écluse à poissons 라고 부르는 구조물이 있었다. 바위 해변에 허리 높이로 돌 벽을 쌓아 놓았는데, 만조 때 들어온 물고기가 간조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서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잇는데 독살이라고 부른다. 독살이 있는 곳이라면 바다 생물이 있을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숙소에서 10분 거리 Sainte-Marie-de-Ré에 독살이 있었다.

아이들은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게가 밑에 숨어있을 만한 돌을 뒤집어 보기 시작했다. 게, 새우, 불가사리, 성게는 손쉽게 잡았는데 문제는 물고기였다. 바위 중간 움푹 패인 부분에 생긴 연못에 물고기들이 많았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빠르기도 하고, 수초와 돌이 많아 숨기도 쉬웠다. 물고기를 잡아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열심히 도왔다. 지성이면 감천. 돌을 뒤집었는데 돌에 붙어 있던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행운이 있었다.

아이들이 물고기와 새우를 관찰하겠다고 바위에 물이 고인 부분에 풀어주었다. 물고기가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돌과 수초를 가져와 숨을 곳을 만들어주었다. 물고기와 새우는 바로 돌 밑으로 쏙 들어갔다. 아이들은 친구도 필요하겠다며 소라게와 조개도 가져와서 올려놓았다. 이렇게 멋진 자연 어항이 되었다. 어항에서 왔다 갔다 움직이는 물고기를 한참 관찰하고 바다에 놓아주었다.

 

 

 




물고기까지 잡았으니 미련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말했다.

“아빠 우리 바다에 가자.”
“또? 오전에 갔다 왔잖아.”
“오전에는 수영을 안 했거든?”

피곤했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니 한 번 더 나가서 놀기로 했다. 바다에 들어가서 놀다가 해변에 나와 모래성을 쌓았다.

“얘들아 저기 물 들어오는게 보여? 우리 여기 성을 쌓으면 조금 이따가 물 속으로 사라질 거야.”
“알아. 그러니까 빨리 쌓아.”

노르망디 바다에 있는 몽생미셸 수도원을 모델로 정성 들여서 성을 쌓고, 바닷물이 들어와서 삼키기 전에 손수 무너트렸다.





저녁에는 라로셸 La Rochelle에 갔다. 이번 여행의 원래 목적지는 라로셸이었다. 그런데 일드레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드레에서 숙박을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일드레에 와보니 너무 좋아서 라로셸은 하루하루 미루다가 마지막 날 에야 가게 되었다.

라로셸은 일드레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항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쿠아리움에 갔다. 아쿠아리움 홈페이지에 여름에는 방문자가 너무 많으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오라고 적혀 있어서 7시 반에 입장을 했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유 있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디스플레이가 정말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수조마다 산호가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일드레에서 봤던 바다생물들을 아쿠아리움에서 발견해서 뿌듯해했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오니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걸려 있었다. 라로셸을 대표하는 3개의 타워 - 랜턴 타워, Saint Nicolas 타워, Chaine 타워 - 를 비롯한 항구의 석회암 건물들에 노란 조명이 들어왔다. 조명을 받은 건물은 바다에 비쳐서 반짝였다. 라로셸을 백색 도시 Ville blanche 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구 주변을 걷다가 길거리 공연을 하는 비보이들을 만났다. 윤수가 관심이 있어 해서 관중들 틈으로 들어가서 봤다. 공연이 끝난 뒤 아이스크림을 사서 항구에 앉아서 먹었다. '보르도 카눌레' 맛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정말로 작게 자른 카눌레가 들어있었다.

라로셸의 구시가지는 이제 막 신나는 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거의 잠들기 직전이었다. 아쉽지만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두 아이 모두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라로셸을 이렇게 맛만 보고 떠날 수는 없으니 다음 날 파리에 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그냥 파리로 올라왔다. 여행 기간 내내 해가 쨍쨍했으니 날씨 탓을 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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