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와 브르타뉴는 2차 대전 때 유럽 본토에 상륙하려는 연합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나치가 치열하게 싸운 격전지다. 그래서 당시의 흔적을 보존한 박물관과 사망한 병사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많다. 생말에 있는 전쟁기념관 MEMORIAL 39-45도 그중 하나다.
MEMORIAL 39-45에는 독일군이 건설한 해안 벙커가 남아있다. 생말로 전투의 기록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은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야외 전시물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반으로 갈라진 대공포, 형편없이 뜯겨 나간 시멘트 벽, 그리고 가장 압권은 철제 벙커 뚜껑에 남아 있는 수많은 포탄의 흔적들이었다. 벙커를 공격하던 연합군은 얼마나 많이 희생당했을까? 벙커 안에 있던 병사는 이렇게 많은 공격을 받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념관에서 내려 다 보이는 생말로와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더 비극적이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득 채웠을 함대와 해안절벽에서 수없이 날아왔을 총탄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기념관에서 나온 아이들은 너는 영국군 나는 미국군이 되어 전쟁놀이를 했다.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놔두었다. 이렇게 라도 오늘 본 것을 기억하면 나중에 더 커서 역사 시간에 배울 때 다시 떠올릴 수 있겠지.
생말로 아쿠아리움에 가서 물고기들을 보며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고, 호텔에서 추천해준 해산물 맛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인테리어가 밝고 예쁘고,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좋았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주방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해산물 모둠과 생선요리를 주문했다. 아이들은 메뉴의 사진에서 게를 보고는 세 마리씩 먹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했던 한국 대게와는 맛이 많이 달라서 잘 먹지 않았다. 대신 생굴이 정말 달았다. 바다향은 입안 가득 퍼지는데 비린내는 전혀 없다. 이 날 이후로 여름이 올 때까지 굴을 열심히 사 먹었다.
여행 마지막 날. 생말로 해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Grand-Bé 섬에 갔다. 간조 때 물이 빠지면 섬으로 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려서 걸어서 섬까지 갈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오전 물때가 딱 맞아서 섬에 가볼 수 있었다.
바위섬이지만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오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섬에 오르면 성벽으로 둘러 쌓인 생말로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조개껍질을 신나게 주웠다. 조개껍질은 집에 가져와서 그림도 그리고 목걸이도 만들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아이들이 사흘간 매일 보면서 얼굴을 익힌 리셉션 아주머니에게 살갑게 프랑스어로 인사를 했다. 이렇게 기특할 때가.
"생말로는 좋았나요? 날씨가 참 이상했죠? 이 동네 날씨가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해요."
"네.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집에 가는 길에 생말로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디낭 Dinan에 들렀다. 디낭에는 생말로를 거쳐 바다로 향하는 랑스강이 흐른다. 강변에 작고 예쁜 항구가 있고 윗마을에는 중세 건물들이 남아있는 구시가지가 있다.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Basilique Saint-Sauveur도 가볼 만했다.
생말로와 디낭만 다녀왔으니 브르타뉴를 보고 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여행이었다. Cancale에서 굴도 먹어보고 싶고, Carnac이나 Vannes 같은 남쪽 도시들도 가보고 싶고, 가장 브르타뉴다운 바다라는 Crozon에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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