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10월 마지막 주는 toussaint 방학 기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프랑스에서 처음 맞는 방학이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방학을 하니 부모들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많이 간다. 우리는 루앙 Rouen과 몽생미셸 Mont-Saint-Michel 을 거쳐 생말로 Saint-Malo로 여행을 다녀왔다.
루앙
루앙에 간 목적은 모네의 연작 그림으로 유명한 노틀담 대성당을 보기 위해서다. 노틀담 대성당 안에는 2차대전때 처참하게 파괴된 성당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어봐서 전쟁 때 독일군이 파괴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건설한 성당이 불과 몇일만에 무너져 내렸다고.
나중에 집에 와서 유럽 역사 책을 읽다가 설명을 잘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루앙 대성당은 독일군이 아니라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후로 연합군은 노르망디 지역에 집중적으로 폭격을 했다. 루앙에는 1944년 4월에만 24회의 공습이 있었다. 아이에게 정정을 해주었다.
"루앙에 연합군이 폭탄 600톤을 떨어뜨렸어. 600톤이면 코끼리 600마리랑 맞먹어. 폭탄이 비가 오듯이 내려온다고 상상해 봐. 노틀담 대성당도 무너지고 시가지 전체가 파괴됐어."
"그런데 왜 연합군이 프랑스 땅에 폭탄을 떨어뜨려? 프랑스는 같은 편 아니야?"
"루앙을 독일군이 점령한 상황이었거든. 노르망디에 상륙하기 전에 독일군 힘을 최대한 빼놓으려면 어쩔 수 없었나 봐."
점령군의 핍박을 받는 상황에서 연합군의 폭격까지. 전쟁 중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성당을 나와서 루앙 대성당 주변의 구시가지도 돌아보았다. 구시가지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은 사실 대부분 전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 다시 짓기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덕분에 다음 세대도 예전처럼 아름다운 거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몽생미셸
루앙에서 다시 두시간을 달려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몽생미셸은 프랑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을 꼽으라고 하면 항상 등장하는 곳이다. 바다 한가운데 솟은 바위섬 위에 세워진 중세시대의 수도원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눈 앞에 수도원을 앞두고 우리는 동물원에 먼저 가야했다. 멀리 여행을 가는 건 절대로 싫다고 했던 아이들이 여기까지 군소리 없이 따라와준 것은 악어 떼가 있는 동물원에 가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악어동물원 Alligator Bay는 작지만 알찬 동물원이었다. 뱀, 거북이, 이구아나, 도마뱀 등 다양한 파충류가 살고 있었다. 악어 늪에는 정말 다양한 악어들이 득실득실했다. 동물원 안에 큰 놀이터도 있어서 한참을 놀다가 나왔다.
동물원에서 나오니 수도원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는 아쉬워 구글맵에 ‘몽생미셸 포토 스팟’으로 표시된 곳에 가봤다. 초록 평원 멀리 바위섬에 수도원이 우뚝 서있다. 너무나 낯선 풍경이다.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몽생미셸 수도원에 갔다. 수도원이 처음 건립된 8세기부터 (18세기가 아니라 8세기다!) 순례자들은 근처 마을에 도착해서 바닷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갯벌을 건너 수도원에 도착했다.
지금은 섬까지 다리가 놓여서 예전 순례자들보다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것 보다도 더 편하게 버스를 타고 갔다. 가이드북에는 걸어서 가라고, 양들이 풀을 뜯어먹는 염전을 지나 바다를 건너는 동안 저 멀리 신비스럽게 보이던 수도원이 점점 더 눈 앞에 가까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찡찡거리는 아이를 업고 가야 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버스는 빠르고 편하고 무료다.
섬에 도착하면 수도원에 올라가는 길에 작은 마을이 있다. 예전에는 수도원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거처나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였겠지만 지금은 대부분 기념품가게와 식당이다. 몇 군데 구경을 해봤는데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기념품이 다 비슷비슷하다.
마을을 통과해 수도원으로 올라갔다. 마침 미사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수도사가 교회 종을 치는 것도 보고, 종교 음악 연주도 들었다.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수도원은 11세기에 처음 본당이 지어진 후 수백 년 동안 보수와 증축을 하여 19세기 말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부분마다 다른 양식으로 지어졌다. 수도원 곳곳에 수사들의 생활을 짐작해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
수도원과 마을은 성곽에 둘러 쌓여 있다. 두터운 성벽과 망루는 이곳이 요새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망루에 오르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간조때라 섬 주변을 돌면서 갯벌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바다 쪽에서 본 수도원의 모습은 또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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