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욘 Bayonne
바욘은 바스크 지방의 수도이자 매년 여름 세계적인 규모의 바스크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도시 인구 중 바스크인의 비율이 40% 이상이고, 이들이 바스크 문화를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스크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바욘의 바스크 박물관에 가서 바스크 문화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계획은 그럴싸했으나 바욘에 간 날은 공휴일이었다. 바스크 박물관은 문을 닫았다. 대신 아두르 강변의 바스크 식당에서 매운 고추가 들어간 바스크 요리를 찾아 먹고 구시가지 산책을 했다. 스테이크 굽는 냄새, 수프 냄새, 빵 냄새, 초콜릿 냄새가 도시 전체에 둥둥 떠다녔다. 밥을 먹고 나왔는데도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냄새였다.
바욘은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가장 먼저 생산된 곳이라 초콜릿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초콜릿 가게들이 많았다. 네 식구가 각자 먹고 싶은 초콜릿을 한 개씩 샀다. 나는 고추 맛 초콜릿을 샀다. 초콜릿보다 더 유명한 바욘 햄은 바스크에 온 후로 거의 매일 먹었으니 눈으로만 구경했다.
포 Pau
포는 비아리츠와 가깝고 행정구역 상으로도 같은 피레네아틀란티크 Pyrénées-Atlantiques 지방에 속하지만 바스크 문화권이 아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보통 남서부 Sud-Ouest 라고 부르는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 비아리츠와 도시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포는 프랑스의 다른 도시에서 살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다. 분기에 한 번 정도 출장을 가는데 갈 때마다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얻어 온다. 혼자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맛있게 드세요' 인사를 한다. “고마워요” 인사하면 “기꺼이요! Avec plaisir” 라고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파리에서는 보통 "천만에요 De rien" 라고 짧게 대답하고, 아무도 웃지 않는다.
하루는 포에서 일하는 동료 필립과 소도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산과 강이 있고, 바다가 있고, 차가 막히지 않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장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파리도 다른 나라의 대도시에 비하면 절대 큰 도시가 아니지만 프랑스의 소도시 사람들에게는 야만인들이 사는, 숨이 턱턱 막히는 대도시다.
필립은 자기는 그래도 소도시는 싫다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가 좋다고 했다. 이 분은 그 누구보다 더 시골 아저씨 스타일이라 의외였다.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리옹?"
"아니 거기는 완전 메트로폴리탄이야"
"보르도?"
"음…사람이 너무 많지 않나? 관광객도."
"포?"
"그래 맞아. 딱 그 정도."
포 Pau는 인구가 10만이 채 되지 않는다. 크다 작다 이야기할 때는 역시 기준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나도 동의한다. 딱 그 정도가 좋다.
아내에게 피레네 산맥을 보여주고 싶어서 피레네대로 Boulevard des Pyrénées에 갔다. 피레네대로의 전망대에 서면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기 직전에 맞춰서 도착했다. 30분 동안 하늘이 분홍색으로 물들어가고 산은 서서히 어둠 속에 잠기는 장관이 연출될 거라고 이야기해 두었는데, 이 날은 잔뜩 흐려서 산이 보이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날씨가 우리 편이 아닌 것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2주 후에 다시 출장으로 포를 찾았는데 그 날은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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