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르

루아르 - 가족 여행 1. 오를레앙, 블루아

커피대장 2022. 12. 14. 15:35

한국에서 처가 부모님과 처남 가족이 프랑스로 여행을 왔다. 파리에만 있기에는 아쉬워서 근교 투어를 하기로 했다. 노르망디와 루아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루아르로 정했다. 노르망디 풍경이 예쁘기는 하지만 성, 정원, 와이너리가 있는 루아르 밸리가 더 프랑스적이라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오를레앙에 들러 대성당을 볼 수 있는 것도 루아르를 선택한 이유다. 고딕 성당은 프랑스에 오면 꼭 봐야 할 건축물인데, 파리의 대표적인 고딕 성당인 노틀담 대성당은 아직 화재 복구 중이다. 그래서 대신 오를레앙의 생트크루아 대성당에 가기로 했다.

파리에서 1시간 조금 넘게 이동해 오를레앙에 도착했다. 대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당에 들어갔다. 마침 일요일 오전 미사 시간이라 신도석 뒤에 서서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미사 참관을 했다.

미사가 끝난 뒤 성당 안에 들어가 채플을 둘러보고 잔다르크의 일대기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도 봤다. 성당에 가면 아이들이 조각이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꼬마 해설사의 설명에 할머니는 큰 감동을 받았다.





점심은 루아르 강에 있는 선상레스토랑에서 먹었다. 2층 테라스 테이블에 앉았는데 강이 보이고 날씨도 좋아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본식과 디저트 세트를 각자 주문했다. 서빙 시간이 조금 길기는 했지만 음식은 괜찮았다. 어린이들은 남은 빵을 들고 나와서 강변에 쪼그리고 앉아 물고기들에게 던져 주었다.

점심을 먹고 오를레앙 구시가지를 산책했다. 오를레앙은 잔다르크의 도시이다. 잔다르크는 백년전쟁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던 오를레앙에서 수세에 몰려 있던 프랑스군을 이끌고 극적인 승리를 이뤄냈다. 이후 전세가 역전되어 프랑스는 영국군을 물리쳤고 잔다르크는 국민 영웅이 되었다.

오를레앙의 곳곳에서 잔다르크를 기념하는 상징들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Martroi 광장에 있는 잔다르크의 대형 동상을 찾아가서 그녀의 일생을 그린 조각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조금 흥미를 보이다가 바닥 분수를 발견하고는 뛰어가서 물장난을 했다.







오를레앙에서 40분 정도 달려 블루아 Blois에 도착했다.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바로 블루아 성 Chateau Royal de Blois에 갔다. 구시가지 거리마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즐겁게 파티를 하고 있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블루아 농구팀이 2부리그에서 우승을 했다. 브라보!

블루아 성은 프랑스 왕 7명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왕들이 각자 자기 취향에 맞게 증축을 했는데 그 덕분에 다양한 양식이 공존하게 되었다. 성 가운데 광장에서 둘러보면 네 방향의 건물이 모두 다른 모습이다.

성이 언덕 위에 지어져서 테라스의 전망이 좋았다. 블루아 구시가지와 루아르 강,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니콜라 교회가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

블루아 성 맞은편에는 마술의 집 Maison de la magie Robert-Houdin 이 있다. 우리가 성에서 나왔을 때 딱 맞춰서 집 창문으로 용이 나오는 퍼포먼스를 했다. 2세 아기는 입이 떡 벌어졌지만 형아들은 시시하다고 평가했다. 집 안에는 마술과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 블루아에 오면 가봐야겠다.




루아르 강을 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강에서 커다란 가마우지가 커다란 장어를 잡아먹는 것을 봤다. 삼키는데 1분은 걸리는 것 같았다. 마법의 집 퍼포먼스보다는 자연의 퍼포먼스가 아이들애게는 훨씬 반응이 좋았다.

블루아에서 숙박을 한 이유는 4월부터 9월까지 매일 밤 블루아 성에서 열리는 Sound and Light show를 보기 위해서다. 블루아 성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성 건물을 캔버스 삼아 레이저로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360도로 펼쳐지는 그림도 아름답도 음악도 좋았다. 하늘에는 별도 떠서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블루아 성의 역사가 주제라 프랑스어를 모르면 좀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한국어 더빙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가이드가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공연을 많이 봤지만 블루아 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