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샹보성에 갔다. 샹보성에 도착하기 전에 멋진 숲이 먼저 나왔다. 프랑스의 고성 근처에는 항상 숲이 있다. 숲 가운데 성을 지었는지, 아니면 성을 지으면서 숲을 조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의 주인들이 이곳에서 사냥을 했을 것이다. 성의 사냥의 방에서 숲에서 잡은 동물들의 박제를 볼 수 있었다.
샹보성은 루아르의 성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으로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426개의 방이 있는 대규모 성으로 1519년 프랑수와 1세가 건축하였다. 막상 성이 완성되자 프랑수아 1세는 성이 촌스럽다고 자주 방문하지 않고 블루아 성을 더 많이 찾았다고 한다.
성 입구에서 히스토리 패드를 빌렸다. 패드에 설치된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으로 성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방에 가서 패드를 보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겹쳐 보이는 식이다. 보물찾기 같은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히스토리 패드가 있어도 아이들의 집중력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지루하다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 노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동안 어른들은 성을 더 둘러보았다.
성에서 나와 근처 Cheverny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와이너리에 갔다. 술을 좋아하는 가족이었다면 와이너리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시음을 하는 진짜 와이너리 투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온 가족이 다 같이 와인 한 병을 다 비우지 못한다. 그래서 한 군데만 들러 보기로 했다.
시음과 투어를 무료로 해주는 와이너리도 많지만 전문적인 투어를 하고 싶어서 투어 비용을 따로 받는 곳에 갔다. 와이너리 사장님이 영어로 투어를 진행했고, 아내와 내가 번갈아 가며 부모님께 통역을 해드렸다.
먼저 포도밭에 가서 와이너리의 역사, 밭에서 자라고 있는 포도의 품종들, 포도 작황에 중요한 요소(태양, 흙, 바람, 가장 무서운 냉해 등), 수확 방법에 대해 들었다. 냉해를 막기 위해 최근에 도입한 공기순환 설비, 와이너리에 장미가 많은 이유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와인 제조 시설에 들어가서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와인 시음. 레드 2가지, 로제 1가지, 화이트 2가지를 맛봤다. 로모랑탱 Romorantin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제일 좋았다. 로모랑탱은 프랑수아 1세가 샹보 성에 올 때 부르고뉴에서 처음 가져왔다고 한다. 지금은 부르고뉴에서는 재배하지 않고 Cheverny에서만 볼 수 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와인을 한 병씩 샀다. 아이들도 포도주스를 시음하고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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