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 날 소뮈르 Saumur에 갔다. 소뮈르 구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마로니에 가에서 소뮈르 성을 감탄하며 바라봤다. Covid 때문에 소뮈르 성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강 너머로 보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올 가치가 있었다. 우리 차 앞 세워진 캠핑카에는 노부부가 차 문을 열어놓고 와인을 마시며 전망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 맛에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구나.
소뮈르 구시가지는 장날이라 시끌벅적했다. 소뮈르는 루아르에서 제일 가는 미식의 도시지만 Covid 때문에 레스토랑은 모두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문을 연 케밥 식당에서 케밥을 사서 생피에르 교회 앞 계단에 앉아서 먹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오히려 더 여행 온 느낌이 났다.
주문한 케밥이 나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Bon courage! 힘내세요’ 라며 요리사를 응원했다. 흠... 그래도 나는 패스트푸드는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밥이 늦게 나온 덕분에 아이들은 교회 앞에서 신나게 뛰어 놀았다.
아이들은 이 날 케밥을 처음 먹어봤다.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고, 앞으로 자주 사 먹자고 했다. 밥 때가 지난 데다가 뛰어 놀기까지 했으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케밥을 먹을 때는 소뮈르를 떠올릴 수 있겠다.
점심을 먹고 AOC Saumur-Champigny 포도밭에 들렸다. 전날 갔던 포도밭에 비하면 훨씬 큰 규모다. 포도나무의 잎도 훨씬 크게 자랐고 포도도 손톱 만하게 열려 있었다.
Roche Ville이라는 이름의 와이너리에 가니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테라스가 있었다. 여기서는 또 와인 시음이 가능했다. 대체 기준이 뭘 까? 이럴 때 프랑스에서는 싸데펑 ça dépend (그때그때 달라요) 이라고 말한다.
화이트와인 3종류와 레드 와인 1종류를 마셔봤다. 화이트와인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훌륭했다. 그리고 비쌀수록 더 복잡한 항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레드 와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행 마지막 날. 집에 오는 길에 투르 Tours에 들렸다. 투르 식물원 Jardin botanique에 가면 동물을 볼 수 있다. 염소, 거북이, 새 같은 “시시한” 동물들만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유인하기에는 충분했다. 봄꽃이 한창인 정원도 아름다웠다.
질다가 투르에 가면 플뤼뫼르 광장 Place Plumereau에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16세기에 지어진 목조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 팟타이를 테이크아웃해서 광장 한켠에 앉아서 먹었다.
그 다음 코스는 Basilique Saint-Martin 성당과 Cathédrale Saint-Gatien 성당이었지만 킥보드를 타고 광장을 돌고 골목길을 뛰어다니다 보니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둘 중 한 군데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무지개가 떴다. 연휴 마지막 날의 끔찍한 교통체증이 용서가 될 만큼 크고 선명한 무지개였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무지개다. 이번 여행에는 앞으로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들이 많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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