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르 Colmar는 알자스에서 스트라스부르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로 구시가지를 통과하는 운하가 유명하다. 운하가 있는 구역은 '작은 베니스'라는 뜻으로 쁘띠 베니스라고 부른다.
운하 쪽으로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알자스식 버거, 알자스식 그라탕, 알자스식 고기 갈레트 Fleischkiechle를 주문했다.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니 긴 초록색 목 위에 작은 볼이 달린 알자스식 와인잔에 담아 나왔다.
아이들이 운하를 지나가는 배와 오리를 구경하는 동안 디저트까지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독일인 커플이 앉아있었다. 종업원들도, 독일인들도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며 이야기했다. 알자스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쓰는 것이 기본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구시가지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라 운터린덴 박물관 Musée Unterlinden 으로 피했다. 200m 정도 열심히 달려갔는데 그 동안 비를 쫄딱 맞았다. 화장실 핸드 타월로 빗물을 대충 닦고 박물관을 둘러봤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대 미술까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 있었다. 윤수는 중세시대 종교 미술작품에 푹 빠져서 열심히 구경을 했다. 천국과 지옥의 적나라한 묘사와 극명한 대비가 어린이의 눈길을 끄는 것 같다.
지수는 지루하다고 하서 정원에 나와서 놀았다. 수도원을 개축하여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회랑과 정원은 옛 건물을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현대적인 박물관 안에 자리잡은 수도원의 흔적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 구시가지를 다시 산책했다. 첫 날 비를 피하느라 제대로 못 본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화 속 마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실제로 콜마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쁘띠 베니스는 콜마르의 하이라이트다. 이름에 베니스가 들어가지만 베니스와 별로 닮지는 않았다. 대신 '쁘띠'라는 이름에 맞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도, 창마다 걸어 놓은 꽃도, 건물의 뒷골목도 좋았다.
아침을 먹고 쁘띠 베니스의 운하에서 배를 탔다. 뱃사공이 우리를 보고 영어로 “프랑스어로 안내를 해도 될까요?” 물어봤다. 마침 이 상황에 딱 맞는 프랑스가 기억이 났다. 어감까지 최대한 느낌을 살려서 말해봤다.
"ça marche (뭐 그러시죠)”
"완벽해요!"
이 틀 동안 수없이 지나다닌 운하가 배를 타고 가면서 보니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다리 밑으로 지나갈 때는 고개를 숙여야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지수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신이 났다.
뱃사공이 지나가면서 보이는 건물들의 기본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덧창에 난 구멍 모양의 의미, 집마다 다른 색을 칠한 이유 등을 열심히 설명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안내인줄 알았으면 영어로 해달라고 할 걸. 이번에도 아이들에게는 내 마음대로 통역을 해주었다.
콜마르를 떠나기 전에 시장에 들렸다. 여행을 가면 시장은 가능하면 빠짐없이 방문한다. 아이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나는 알자스 대표 빵 프레젤을 사러 갔다. 알자스에서는 프레젤이 알자스에서 기원했다고 이야기하고, 독일에서는 독일 음식이라고 말한다. 원조 논쟁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맛있게 먹으면 된다.
프레젤 전문점에는 기본 프레젤부터 시작해서 소시지 프레젤, 에멘탈 치즈 프레젤, 멍스테르 치즈 프레젤 등 다양한 맛이 있었다. 종류별로 하나씩 사 먹어봤다. 방금 구워서 나와 따끈따끈하고 맛있었다.
알자스를 상징하는 마크는 이름이 ‘A coeur (A 심장)’ 인데, 이건 누가 봐도 A자 모양이 아니라 프레젤 모양이다. 우리는 경주의 마크에 황남빵을 넣거나 횡성의 마크에 소머리 그림을 넣지 않는다. 그만큼 알자스 사람들은 프레젤에 진심이다. 그럴 만하다.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알자스에 있는 동안 더 많이 사 먹을 걸 그랬다.
알자스 와인 루트의 마지막 여정. 에기솅 Eguisheim에 갔다. 에기솅은 알자스에서 와인 재배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교황 레오 9세가 태어난 곳이라 마을 곳곳에 그의 동상과 조각상이 있었다. 동상들이 근엄하나 화려하지 않고 작고 귀엽고 재미있는 것이 독특했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소개하는 책에는 에기솅을 한 마디로 ‘enter the round’라고 표현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모든 길이 마을 가운데 위치한 작은 성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나 있다. 성 주변을 작게 돌거나, 마을 외각 성벽을 따라 길게 돌거나, 어쨌든 돌아야 한다. 커브를 돌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와 재미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길가 카페 테라스에서 누가 아는 척을 했다. 어제 케제르베르의 카페에서 비를 피할 때 만난 분들이었다. 우리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즐거운 여행하세요!”
아이들이 잘 따라다녀준 것이 고마워 기념품을 하나씩 사주기로 했다.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두 형제는 뭘 살지 열심히 토론을 했다. 결국 선택한 것은 얼마 전에 마트에서 보고 찜 해 둔 레고다. 알자스를 기념할 만한 것으로 생각해보라고 해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알자스 기념품으로 꼭 알자스를 상징하는 것을 살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알프스에서 산 자동차 레고를 가지고 놀 때 ‘이거 그떄 스키장에거 산 거야.’ 하고 이야기한다. 뭘로 기념을 하던 기념만 하면 되는 거다. 대신 아빠 엄마는 기념품으로 알자스를 상징하는 화이트 와인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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