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붉은색으로 물드는 알함브라를 보기 위해서 저녁때 맞춰서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가 오고 흐린 날씨 때문에 석양은 볼 수 없었다. 아쉽지만 말라가에 있는 3일 내내 날씨가 좋았으니 그걸로 됐다.
그라나다 대성당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알함브라 궁전 맞은편 언덕 알바이신 지역에 호텔을 예약했다.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는 멋진 전망의 호텔이지만 차로 접근할 수 없어 걸어가야 했다. 돌이 깔린 미로 같은 골목길은 구경하기에는 재미있지만 여행가방을 끌고 올라가기에는 무리다. 그래서 하루치 짐만 배낭에 따로 넣어서 호텔에 갔다.
비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서 호텔까지 올라가는데 고생을 좀 했다. 호텔의 공용 테라스에서 보는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아름다웠다. 비를 맞고 배낭을 메고 걸어온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서 조금 더 언덕 위에 있는 성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은 알함브라 전망 때문인지 대부분 비싸서 언덕 아래에 있는 식당에 갔다. 호텔 안뜰에 있는 식당이었다. 음식도 맛있고 담당 서버가 너무나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호텔에 돌아와서 로비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알함브라 궁전 야경을 봤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마시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밤새 비가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고맙게도 비가 그쳤다. 나스르 궁전 입장 시간을 9시에 예약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아침 식사 시작 시간에 맞춰서 식당에 갔다.
호텔 직원이 궁전 반대쪽 정문까지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궁전 남쪽의 Puerta de la Justica 문으로도 입장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급하게 아침을 먹고 Puerta de la Justica 문으로 갔다.
가는 길에 궁전에서 일하는 직원분을 만났다. 친절하게도 궁전 입구까지 안내해주셨다. 궁전 입구에서 일하는 분은 우리를 보고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리랑 TV 애청자로 본인을 소개한 아저씨는 몇 번 더 마주쳤는데 볼 때마다 너무 반가워해서 고마웠다.
제일 먼저 나사르궁에 갔다. 나사르궁은 입장 시간이 정해져있고, 다른 곳은 아무 때나 방문이 가능하다. 14세기에 지어진 나사르궁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물로 꼽힌다. 기둥과 벽, 천장까지 화려하게 조각된 무늬들이 인상 깊었다.
나사르궁 남쪽에는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다. 이슬람 양식의 주변 건물들과는 다르게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건물 외부는 정방형인데 내부에는 원형 회랑이 있는 특이한 구조다. 지금은 박물관과 기념품샵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타일, 도자기, 그림 등 볼거리들이 많았다.
다음으로 들린 알카사바는 알함브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곳으로, 요새 겸 군인들의 거주지였다. 망루에 오르면 성 안의 궁전, 맞은편 알바이신 지구의 하얀 집들, 멀리 그라나다의 시내까지 볼 수 있다. 성 북쪽 언덕으로는 외성이 있던 흔적이 보인다.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14세기에 지어진 여름 궁전 Generalife에 갔다. 정원 중앙의 수로와 여기저기 놓인 분수들이 예뻤다. 지금이야 전기 모터로 수로에 물을 끌어올리겠지만 예전에는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진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 전경도 멋지다.
궁전을 나와 출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수는 어른용 스테이크를 혼자 다 먹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안달루시아 샐러드와 안달루시아 수프를 먹었다. 수프 맛이 라면 맛과 정말 비슷했다.
점심을 먹고 그라나다 대성당 근처 Alcaiceira 바자르 구경을 했다. 호텔 직원이 아랍 시장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이스탄불 바자르 같은 시장을 기대했는데, 기념품 가게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라나다 대성당도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라나다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도 포기하고 마지막 목적지 네르하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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