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에서 1시간 조금 넘게 달려서 안달루시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네르하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원 없이 놀게 해 주고 집에 갈 계획이었다.
네르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유럽의 발코니다. 야자수가 심어진 광장 끝에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지중해에 왔으니 뜨거운 태양, 쨍한, 햇살, 파란 하늘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짙은 구름, 매서운 바람, 높은 파도, 겨울의 속초 바다 느낌이었다.
그래도 전망은 정말 좋았다. 말라가 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출과 일몰 때 정말 멋질 것 같은데 아쉽게도 우리가 머무는 사흘 동안 한 번도 아침 저녁에 해를 볼 수 없었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도 높지만 그래도 모래놀이는 계속되어야 하니 해변에 갔다. 유럽의 발코니 바로 옆에도 해변이 있지만 너무 작고 지저분했다. 아이들과 놀려면 조금 멀리 떨어진 Burriana 해변으로 가야 했다. Burriana 해변은 깨끗하고 넓고 부대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해변에 비치 의자가 놓여있고 의자 주변으로 모래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는 방풍막이 놓여 있었다. 사용료가 있었지만 이런 날씨에는 관광객도 없고, 요금을 받는 사람도 없었다. 방풍막 사이에 앉아서 놀면 그렇게 춥지 않았다. 모래놀이를 하다가 해변 식당에서 빠에야와 새우, 오징어 튀김을 먹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근처 프리힐리아나 Frigiliana에 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에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마을이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는데 살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해변에서 놀다가 오후에는 아랍 차와 디저트를 파는 티룸 Teterias에 갔다. 기대했던 전통 아랍식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쪽에 온 분위기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예쁜 티팟에 담아서 나오는 차와 달달한 디저트들도 맛있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숙소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났다. 나가보니 큰길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날은 사육제 날이었다. 스페인 전국의 거리에서 카니발이 열리고, 네르하도 빠지지 않았다.
마칭 밴드가 윤수가 아는 노래를 많이 연주해서 아이도 신이 났다. 검은 소로 분장하고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투우는 문화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스 베이더가 지나가길래 마침 윤수와 스페인어로 공부했던 “내가 니 애비다”를 외쳤다. 다스베이더는 들고 있던 광선검으로 내 팔을 자르고 도망갔다. 윤수는 집에 와서도 몇 번이나 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마지막 날 해변에 나갔다가 죽은 갈매기를 발견했다. 해변에 쓰레기가 많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먹고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바다 동물들을 위해서, 깨끗한 해변에서 놀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새기고 네르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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