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중간에 들려야 한다. 안달루시아 여행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해변휴양지 말라가에 갔다. 아이들이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별 불평 없이 따라다닌 것은 그다음에 바닷가에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2월 말 말라가의 기온은 10도에서 20도 정도였다. 햇살이 따듯해서 오후에는 초여름처럼 느껴졌다. 바닷물은 아직 차서 들어가서 수영을 하기는 힘들었지만,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고 놀 정도는 되었다. 물론 아이들은 놀다 보면 발만 담그지 않는다.
파도와 모래만 있으면 아이들끼리 잘 노니 어른도 편하게 쉴 수 있다. 모래성을 만들고, 모래 속에 들어가 찜질을 하고, 바다에 돌을 던지고, 파도와 달리기를 하고, 2박 3일 내내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다.
둘째 날 오전에는 피카소 미술관에 다녀왔다. 말라가는 피카소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다. 미술관은 작은 규모지만 피카소의 그림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랍식 안뜰이 있는 건물도 아름다웠다. 미술관에 가면 항상 2인 1조로 움직인다. 그림을 좋아하는 윤수와 아내가 그림을 보는 동안, 나는 지수랑 휙 둘러보고 나와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피카소 미술관 근처에는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되어온 로마 시대의 극장이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극장이 1951년에야 발굴되었다고 하니 신기하다. 극장 뒤로는 알카자바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가보고싶었지만 말라가에서는 쉬기만 하기로 아이들과 약속했으니 멀리서만 봤다.
이날 짧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바다에서 놀고먹기만 했다. 아래는 먹은 기록들.
항구에 위치한 Muelle Uno 쇼핑몰에 멋지고 비싼 식당들이 많았다. 가격의 상당 부분을 항구 전망이 차지하는 것 같은데 항구가 공사 중이라 그만한 가치를 못했다.
야식을 먹으러 그중 한 식당에 가봤다. 말라가 어느 곳에서나 '러시아 샐러드'를 팔고 있어서 호기심에 먹어봤다. 마요네즈 소스에 새우, 참치, 삶은 계란 같은 것들을 넣어서 매우 느끼했다. 윤수가 새우가 먹고 싶어 해서 갔는데, 주문한 새우는 새우 구이가 아니라 새우가 들어간 만두였다.
새우에 대한 갈증은 다음 날 Mercado Atarazanas 시장에서 풀었다. 과일, 야채, 고기, 생선 등 식료품을 파는 시장인데 야외 테이블에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있었다. 타이거새우구이, 문어다리 구이, 물고기 튀김을 먹었다. 전부 신선하고 맛있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옆 테이블에 있던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뭘 주문했는지 알려줘서 물어봐서 알려주었다.
맛있는 하몽을 찾아 동네 식료품점에 갔다. 하몽을 주문하면 바로 커팅을 해준다. 일정한 크기, 일정한 두께로 잘라내는 기술이 예술에 가깝다. 어린이들도 넋을 잃고 구경했다. 잘라낸 하몽을 저울에 올리니 정확히 주문한 100g이 나왔다. 브라보!
스페인에는 동네 슈퍼에도 이렇게 하몽을 돼지다리 통째로 걸어놓고 원하는 만큼 잘라주는 코너가 있었다. 프랑스에는 같은 자리에 치즈를 파는 코너가 있다. 스페인 사는 한국인 친구에게 “하몽 코너 자리에 프랑스에는 치즈 코너가 있는 것 알아?” 이야기해줬더니 마찬가지로 신기해했다.
식료품점에 안달루시아 치즈도 추천을 받아서 같이 사 왔다. 그날 야식으로 치즈와 하몽을 먹었다. 하몽은 하몽 이베리코와 하몽 베요타를 사 왔는데 베요타가 훨씬 맛있었다. (그리고 훨씬 비싸다.)
해변의 노천 식당도 좋았다. 빠에야와 생선 구이, 앤초비 튀김, 꼴뚜기 튀김을 먹었다. 생선을 한 마리 통째로 구워 주는데도 15유로를 넘지 않는다. 파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오징어 튀김이 촉촉하고 맛있었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놀게 하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혼자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일출을 봤다. 주변에 달리기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바다를 바라봤다.
이날부터는 렌터카로 이동할 계획이라 말라가 공항에 가서 차를 빌려왔다. 옆 창구에서 차를 빌리던 영국인 노부부가 부부싸움을 했다. 직원이 추가 운전자 등록을 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할아버지가 "얼만데요?" 물어본 것이 발단이었다. "싸면 하고 비싸면 안 할 거예요?" "궁금해서 물어봤지. 난 궁금한 게 많아요" 티격태격하는 것이 귀여웠다.
모래사장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놀고, 다음 목적지인 그라나다로 가기 전에 Benalmadena에 들렀다. 말라가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작은 항구도시인데, Sea Life Center라는 이름의 아쿠아리움이 었었다. 둘러보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은 규모였지만 상어도 있고 바다거북도 있으니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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