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여행

프로뱅 Provins

커피대장 2023. 1. 7. 17:08

토요일 아침. 거의 일주일 만에 해가 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앞으로도 일주일 동안 내리 비가 온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한다. 에트르타, 퐁텐블로, 바르비종 파리 근교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지수 친구네가 프로뱅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섰다.

프로뱅의 구시가지는 11세기 요새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먼저 올라가 봤다. 성 안쪽에는 마을이, 밖으로는 초원이 펼쳐진다. 성벽은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성을 쌓아야만 했을까?

 


성에서 내려와서 마을에 들어갔다.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예쁜 마을이었다. 프랑스 어디를 가나 마을 가운데 광장이 있고, 광장에는 회전목마가 있다.

아이가 회전목마 옆에서 솜사탕을 발견했다. 솜사탕 기계에는 바바파파라고 적혀있었다. 바바파파가 솜사탕이라는 뜻이었다니! 바바파파 책을 열 번도 넘게 읽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바바파파 가족은 정말 솜사탕처럼 생겼다.

"아빠! 바바파파는 솜사탕이라서 마음대로 변신을 할 수 있는 거였어!"

한국의 예쁜 솜사탕에 비하면 형편없이 못생긴 솜사탕이었지만 아이는 놀이공원에 온 것 마냥 즐거웠다.


 




프로뱅의 하이라이트는 언덕 위에 세워진 세자르 타워 Tour César 다. 세자르 타워도 중세에 지어졌다고 한다. 타워에 오르면 마을과 평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른들은 감탄하고 아이들은 아무 느낌이 없다. 타워의 지붕은 나무로 지어진 종탑이다. 종이 매달려있는 곳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종을 수백 년 전에 어떻게 올렸을까? 나무 구조는 어떻게 설계했을까? 건축의 역사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마을에는 중세에 관련된 책을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도 있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음식,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모아놓았다. 베스트셀러는 중세에 사용되던 욕을 모아놓은 사전이라고 한다. 현대 불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기는 힘든 책이다.








여행의 마지막은 독수리 사냥 공연 관람. 성곽을 배경으로 중세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독수리와 매 같은 맹금류들을 데리고 나와서 간단히 소개를 하고 사냥하는 것도 보여준다. 배우들이 먹이를 말에 매달고 달리거나 줄에 묶어서 하늘에 빙빙 돌리면 새들이 날아와서 낚아챈다. 아이들은 독수리가 머리 바로 위로 날아다니니 신이 났다. 하지만 공연 중에 원하면 언제든지 바로 옆 숲으로 날아갈 수 있는데도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면 새장으로 돌아가는 새들이 안타까웠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주 처음으로 구름 밖으로 나온 해는 반나절만에 다시 사라졌다. 차에 타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이들은 집에 오는 길에 요즘 푹 빠진 노래 '언더더씨'를 무한반복으로 듣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나오기를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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