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샀던 커피잔 세트를 전부 깨 먹고 짝도 맞지 않는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빨리 치우고 아이들을 재워야 하니 예쁜 커피잔에 담고 씻고 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도 좀 커서 여유도 생겨서 커피잔을 새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루아르 강변에 있는 지앙 Gien이라는 마을에 가면 프랑스 그릇 브랜드 지앙의 아울렛에 있다고 해서 소풍 겸 가봤다. 파리에서 지앙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렸다.
그릇을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아놓고 파는 본격 아울렛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와는 달리 가격은 싸지 않았다. 정가가 비싸서 할인을 한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비싸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사고 싶은 것은 너무너무 많아서 가격이 부담되지 않았으면 잔뜩 들고 왔을지도 모른다.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으로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차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고작 그릇 사러 여기까지 왔냐는 아이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공원을 찾아 갔다.
가는 길에 구시가지와 지앙 성 박물관 Château-musée de Gien을 지나갔다. 들려서 구경하고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협조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그릇 쇼핑을 견뎌주었으니 아빠엄마도 하나 포기할게.
공원을 찾아간 Briare는 작고 예쁜 운하 마을이었다. 마을 가운데 요트 정박장이 있고 주변에 운하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운하 사이에 있는 공원도 좋았다. 마을의 집집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이들는 공원의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오리들한테 나무열매를 먹이인 척 던져주면서 놀리고, 운하 여기저기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아쉽게도 아무도 물고기를 낚지 못했다.
하루 종일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놀리면 좋았겠지만 그냥 맞기에는 너무 거세져서 철수했다. 그래도 공원에서 노는 짧은 시간이라도 그쳐주어서 다행이다.
집에 오는 길에 밀레의 마을로 유명한 바르비종 Barbizon에 들렀다. 5시 10분에 조착했는데 이미 해가 완전히 저 벼렸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어두워서 마을 구경을 하기는 힘들 것 같았지만 그래더 혹시나 싶어 차를 세우고 마을에 들어가 봤다.
다행이 갤러리들이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꽤 있었다. 교회 마당에서는 아주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교회 앞과 시청에서는 벽에 예쁜 조명 쇼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핫도그를 사서 먹으면서 감상했다. 아내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 뱅쇼를 마셨다.
마을에는 작은 갤러리들이 많았다. 작품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통로가 좁아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가는 작품을 망가뜨리기 딱 좋은 규모였다. 밖에서 창문으로만 구경했다. 사진 갤러리에서는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걸 본 주인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풍경사진과 수묵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가격은 100유로에서 300유로 정도였다. 프랑스에 사는 동안 그림도 사진도 열심히 보러 다니고 귀국하기 전에 한두개 사가야겠다. 나중에 아이들 학교 가는 날 휴가 내고 아내와 다시 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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