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La Roque-Gageac에 갔다. 도르도뉴 강과 절벽 사이 좁은 땅에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집들은 모두 똑같이 노란색 벽돌과 갈색 타일 지붕으로 통일했다. 거리에는 열대 지방의 꽃과 나무들이 있었다. 남쪽에서는 남프랑스의 해가 강하게 비추고 북쪽에서는 절벽이 찬바람을 막아주어 열대 식물도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도르도뉴에 철도가 놓이기 전까지는 인근에서 생산된 와인을 보르도로 실어 나르는 배로 강이 가득 찼다고 한다. 지금은 화물선 대신 바캉스 온 사람들의 카누가 있다. 아내와 나는 마을 구경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카누를 타고 싶다고 졸랐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카누를 타는 것으로 합의했다.
마을 맞은편 카누 대여 가게에서 4인용 카누를 빌렸다.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서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면 버스로 마을까지 다시 데려가 주는 시스템이다. 코스는 5km부터 30km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9km 코스를 선택했다.
9km 코스는 La Roque-Gageac을 출발해 Castelnaud-la-Chapelle성과 Beynac 성을 지난다. 카누를 타고 강에서 보니 자동차와 인파 속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La Roque-Gageac의 진면목이 보였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성과 절벽과 마을이 번갈아 나오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힘이 들면 강변에 카누를 세우고 간식을 먹고 물놀이를 했다. 카누 업체에서 코스 소요 시간을 '2시간부터 당신이 강변에서 보내는 시간에 따라 하루 종일까지' 라고 설명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하루 종일 타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을에 돌아와 강변 노점에서 츄러스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카누를 타게 될 줄 모르고 유람선을 미리 예약해 두어서 같은 코스에서 유람선도 탔다. 카누보다 재미는 덜하지만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후 내내 강변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한참 더 놀다가 저녁 때가 다 되어서 다음 목적지인 Domme에 갔다. Domme는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에서 도르도뉴 계곡과 주변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강변을 내려다보는 높은 언덕은 군사 전략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13세기에 프랑스의 왕 필립 3세는 영국의 침략에 대비하여 이곳을 요새 도시 로 만들었다. 그때 만든 성벽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마을 광장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전망대에 가니 마침 강 위로 해가 지고 있었다. 윤수가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망원경을 보고 싶어했다. 잔돈이 없어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청년들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바꿔주었다. 윤수가 형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작은 친절 덕분에 오늘 하루 끝까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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