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르도뉴

첫째 날. 파리 - 리모주 - Turenne

커피대장 2022. 11. 9. 05:26

도르도뉴 Dordogne로 휴가를 떠난 프랑스어 선생님이 여행 중에 사진을 보내주셨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강변의 예쁜 마을, 마을 뒤 절벽 위에 세워진 요새와 성. 내 머리 속의 '프랑스의 멋진 풍경' 딱 그대로였다. 사진 한 장이면 충분했다. 우리도 도르도뉴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도르도뉴에 가는 길에 리모주 Limoges에 들렀다. 리모주는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한 도시다. 리모주 대표 도자기 브랜드 중 하나인 Royal Limoges 에서 옛 도자기 가마를 보존해놓은 작은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은 작지만 알찼다. 1950년까지 도자기를 구웠던 가마를 중심으로 도자기 만드는 도구와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마는 2층으로 되어 있다. 온도가 낮은 2층에서 900도로 초벌구이를 하고 1층에서는 1400도로 한번 더 굽는다. 바닥에서 땐 불이 1층과 2층을 통과해 굴뚝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래픽으로 잘 구현해놓아서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웠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같은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아울렛 할인점이 있었다. 커피잔과 접시를 사고 싶어서 둘러봤는데 아울렛 할인 판매가도 우리에게는 너무 비쌌다. 구경만 하고 나왔다.

다음으로는 동물원 Park Zoo Reynou 에 들렀다. 100헥타르 규모의 숲에 조성된 동물원 겸 공원으로 중간 중간 놀이터와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동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넓어서 동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물원의 마스코트 래서판다는 높은 나무 꼭데기에 앉아 있는 것을 겨우 찾았다. 자세히 버기 위해서는 판다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기린이나 가젤 같은 아프리카 동물들은 넓은 초지에 모여 살았다. 아프리카 초원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뛸 수 있는 공간은 있었다.

새들은 우리에 갖혀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북극곰도 더위에 지쳐 있다. 다른 지방에서 데려온 동물들은 자연감소 시키고, 그 공간에서 지역의 멸종위기 동물들 키우는 것이 요즘 대부분 동물들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오후 늦게 첫번째 목적지 Turenne에 도착했다. Turenne은 도르도뉴 동쪽, Corrèze 지방의 작은 마을이다.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Turenne 성 아래 똑같은 양식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집들은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과 흰색 돌로 지어졌는데, 15세기부터 지금까지 같은 양식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집 사이사이 섞여 있는 망루와 탑들이 이곳이 중요한 요새 마을이었음을 알려준다.

마을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성에 올라갔다. 이 성의 주인이었던 Turenne의 자작들은 1738년에 루이15세가 편입하기 전까지 1000년 가까이 주변의 지역을 지배했다고 한다. 성 위에는 정원과 원형 타워가 있다. 성에서 보이는 마을 주변의 시골 풍경이 아름다웠다.







Turenne에서 1시간을 다시 달려 Cenac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에어비엔비의 숙소 설명에는 번지수 대신 'A 표지판에서 좌회전을 하고 B 표지판이 보이면 우회전을 한 다음에 두번째 갈림길에서 나와 언덕을 두 번 넘어' 오라고 적혀 있었다.
두번째 갈림길부터 길을 잃어 결국 주인아저씨 필립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주소 좀 알려주세요."
"우리 동네에는 주소가 없어요. 내가 지금 설명해 줄게요. 옆에 뭐가 보여요?"

나는 프랑스어를 잘 못하고 필립은 영어를 잘 못해 거의 소통이 되지 않았다. 숙소 주변을 몇 번 돈 끝에 힘겹게 숙소에 도착했다. 길가에 나와있던 주인아저씨가 우리 차가 다가오자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다.

숙소는 수영장이 딸린 예쁜 집이었다. 1층에서 주인아저씨 내외가 사용하고 우리는 2층을 썼다.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장 위로 해질녘에 맞춰 떠오른 열기구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