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탈리아

이탈리아 - 로마. 트레비, 카피톨리니, 바티칸미술관

커피대장 2023. 1. 16. 00:31

이탈리아 여행 일정

금요일 파리 - 로마
토요일 로마
일요일 로마
월요일 로마 - 나폴리 - 소렌토 (기차)
화요일 소렌토
수요일 폼페이 당일치기 (기차)
목요일 아말피-포지타노 당일치기 (페리)
금요일 소렌토 - 나폴리 (기차)
토요일 나폴리
일요일 아침 나폴리 - 파리




저녁 늦게 로마 공항에 도착해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갔다. 테르미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 인근역에서 내리니 10시였다. 여행 첫날인데 그냥 호텔에 들어가기는 아쉬워 근처 젤라토 가게에 갔다. 내 평생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 계속해서 제일 맛있는 젤라토 기록은 깨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근처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에 다녀왔다. 부스럭대다가 아이들을 깨우면 안 되니 운동복을 입은 채로 나가려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는 이탈리아다. 대충 입고 다녀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갔다.

트레비 분수에 도착해서 보니 갈아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부터 풀메이크업 풀착장하고 나온 인그타그래머들이 많았다. 혹시라도 운동복 바람으로 배경에 찍히면 민폐를 끼칠 뻔했다.

 




Sant'Andrea delle Fratte 성당에 들러서 아침 미사하는 것을 잠시 보고 스페인 계단에 갔다. 로마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장소가 아닐까. 계단 좌우의 오래된 건물, 언덕 위 교회, 계단에 놓인 꽃까지 너무 잘 어울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바에 선 채로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는 두 모금이면 다 마실 수 있는 리스트레토였다. 파리에서 카페 종업원에게 리스트레토를 달라고 애원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와서 마셔보니 이해가 되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로마에서는 싸고 괜찮은 호텔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역대 가족여행 최고가인 1박에 330유로를 지불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의 테라스에서 보는 로마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아깝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카피톨리니 박물관에 갔다. 버스 정거장에서 아이들에게 83번이나 86번을 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우리도” 하고 대답을 하고 웃었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에 온 것이 실감 난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내려서 조국의 계단을 올라 박물관으로 향했다. 계단에서 보는 Palazzo Valentini 돔이 멋졌다. 계단을 오르면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나올줄 알았는데 다시 계단을 내려와야 출구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언덕을 올라 박물관에 도착했다.

벌써 힘들다는 아이들을 박물관 테라스 카페에 데리고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다. 아이스크림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Romulus와 Remus에게 젖을 먹이는 늑대 조각상을 비롯해 유명한 작품들을 얼른 챙겨보고 박물관을 나왔다.

 

 

 


캄피돌리오 광장에 앉아서 쉬면서 결혼식 뒤풀이 구경을 했다. 하객들도 신랑 신부만큼이나 잘 차려입었다. 나도 이탈리안 수트를 하나 맞춰볼까 하다가 호텔에 쓴 돈을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면 그곳이 로마 포럼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로마 포럼은 ‘로마 포럼 잔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만큼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상상을 조금만 보태면 로마시대의 영광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잊기 힘든 장관이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와 근처 피자가게에서 조각 피자를 사 먹었다. 피자를 무게를 달아 팔고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피자를 사서 길거리에 앉아 먹었다. 파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

아이들 체력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진실의 입을 보러 갔다. 진실의 입에 손을 넣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우리 차례가 왔다. 윤수와 입 안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은 뒤에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윤수는 기겁을 하고 손을 빼 도망쳤다. 옆에 있던 직원이 한국말로 “아빠 손 잘릴 뻔했어” 하고 장난을 쳤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한참 웃었다.

 

 



5월 초 로마는 오후에 해가 너무 뜨거워서 돌아다니기 힘들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쉬다가 옥상 테라스 바에 가서 간식을 먹었다. 치즈와 햄 플레이트에 프로세코를 마시고 주먹밥튀김 아란치니도 먹어봤다.

다시 방에 들어와서 조금 더 쉬다가 바티칸에 갔다. 여행 2주 전쯤 표 예약을 했는데 바티칸 미술관 표는 금요일 야간 개장 한 슬롯만 남아있었다. 하마터면 못 보고 갈뻔했다. 콜로세움 티켓도 로마를 떠나는 날 티켓만 남아있어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전부 바꿔야 했다. 연휴기간 박물관 티켓 예매는 이제 필수인 것 같다.



바티칸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바티칸 입장 시간이 가까워서 빨리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친절하게 면까지 바꿔가면서 시간을 맞춰주었다.

파스타는 모두 생면으로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넷이 각자 한 그릇씩 비웠다. 지수가 평생 먹어본 것 중 최고라고 해서 셰프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스킨헤드 셰프가 활짝 웃었다.


바티칸미술관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야간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대였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낮에 많이 돌아다닌 아이들이 금방 지쳐버려서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예습한 꼭 봐야 할 작품은 모두 찾아봤다.

천지창조는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너무 높이 그려져 있어서 작게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반면 아테나 학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림 구석구석 학생들의 표정을 찾아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긴 복도를 지도로 가득 채운 지도의 방이 압권이었다. 지도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 체력이 다해 휙 둘러보고 나왔다. 결국 형제가 모두 업혀서 미술관을 나왔다.


미술관을 나와 근처 젤라토 가게에 가서 젤라토를 사 먹었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1인 1일 1 젤라토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작은 아이스크림 컵 하나에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활짝 웃었다. 2.5유로의 행복이다.

아이들은 미술관에서 봤던 작품들은 기억 못 하더라도 하루종일 걷다가 늦은 저녁 길거리에 앉아서 먹은 아이스크림은 기억한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타려고 역에 내려갔는데 표 파는 기계가 전부 고장 나고 하나만 작동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여행하는 동안 자주 보게 될 모습이다. 지하철은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