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여행 둘째 날은 노동절이었다. 콜로세움, 로마 포럼, 바티칸 미술관 등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문을 닫았다. 아침을 먹고 호텔에서 뒹굴다가 이 날 유일하게 문을 연 판테온에 갔다. 로마의 다른 관광객들도 갈 곳이 없어서인지 판테온에 모여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마침 미사 시간이라 입장이 불가능했다.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근처 나보나 광장에 갔다.
나보나 광장에도 사람은 많았지만 워낙 넓은 광장이라 그렇게 붐비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광장을 둘러싼 바로크 양식의 건물, 분수대, 오벨리스크, 카페와 거리의 예술가들. 앉아서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광장이었다.
광장에 있는 Saint'Agnese 성당에도 들어가 봤다. 4인조 아카펠라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성당 안은 시끌벅적한 성당 밖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광장 주변의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하고 에스프레소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1.1유로에 이렇게 훌륭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다음에 마실 커피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시 판테온에 가서 줄을 섰다. 우리 차례가 거의 다 되어서야 이 날은 오디오가이드 티켓을 산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마지막 남은 오후 4시 티켓을 구매했다. 직원에게 이 티켓으로 지금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입장시켜 주었다.
판테온의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2000년 전에 이렇게 거대한 돔 지붕을 올릴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온 것도 대단했다.
아내와 윤수는 판테온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나는 지수와 먼저 나와서 트레비 분수에 갔다. 트레비분수는 관광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별로 못 봤다. 20분 정도 머무른 것 같은데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분수에 동전을 던졌다.
호텔에 돌아와서 근처 식당에서 피자를 사다 먹었다. 갓 구운 이탈리안 피자를 종이 상자에 담아 5분 동안 식힌 뒤에 먹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트레비 분수에서 완전히 지쳐서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피자를 먹고 낮잠까지 잤다.
저녁에는 성베드로 성당을 보러 다시 바티칸에 갔다. 사람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겁을 먹었는데, 문 닫기 직전이라 한산했다.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눈치싸움 성공이다.
성당 내부는 정말 화려했다. 이건 좀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성당이 이렇게까지 화려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당이 지어진 16세기 보통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성당 앞 성베드로 광장에서 놀고 있을 때 마침 성당 뒤로 해가 넘어갔다. 성당 돔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아름다웠다.
오늘의 젤라토는 성베드로 광장 근처의 작은 젤라테리아에서 먹었다. 여기서 먹은 젤라토가 이탈리아에서 일주일 동안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다른 가게에 비해 아이스크림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바티칸에서 나와 천사의 성을 지나 천사의 다리까지 산책을 했다. 성에 오르면 바티칸과 테베레 강이 잘 보일 것 같았지만 아이들도 어른도 피곤해서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성 앞에서 남자 두 명이 기타와 베이스 연주를 하고 있었다. 둘 다 아마추어 솜씨가 아니었다. 연주가 좋으니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테베레 강변에서 성베드로 성당 너머 노을이 지는 것을 보는 동안 훌륭한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강 건너 구시가지에서 저녁을 먹었다. The Fork 앱에서 테라스 자리가 예쁜 식당을 예약했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식당은 모두 The Fork로 했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전화나 메일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변경하거나 취소할 때도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니 편하다. 아이들과 다닐 때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음식은 훌륭하고 추천받은 와인도 잘어울렸다. 문제는 서비스가 너무 오래 걸렸다. 식사를 하고 디저트 주문을 받는데 20분, 그리고 디저트가 나오는데 또 20분은 기다린 것 같다. 디저트로 먹은 티라미수도 맛있긴 했지만 40분을 기다릴 만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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