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에서 둘째 날. 아침 일찍 개썰매 투어를 하러 갔다. 키루나에는 개썰매 투어를 진행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프로그램은 대부분 똑같다. 개썰매를 타고 10km 정도 달린 뒤 간식을 먹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개썰매를 타고 며칠 동안 설원을 누비는 본격 탐험도 있지만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는 10km도 대단한 모험이다.
투어 회사에서 숙소로 픽업을 하러 왔다. 투어 캠프로 가는 길에 직원이 올해는 첫 눈이 늦게 오고 별로 춥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뭐라고요? 춥지 않다고요?”
라플란드 지방의 역사와 언어까지 알찬 설명을 들으며 투어 캠프에 도착했다. 옷을 몇겹을 껴입고 갔는데 캠프에서 준비한 옷을 그 위에 또 입었다. 양말도 장갑도 두 겹 씩 끼고 미슐랭 타이어 모델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썰매 가이드 나탈리와 인사를 하고 주의 사항을 들었다. 썰매를 끌고 갈 개들과도 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얼어붙은 호수를 20분 정도 달리고 작을 마을을 지나갔다. 호수를 지날 때는 맞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말 추웠다. 마을에서는 개들이 지나가던 말과 싸우느라 썰매가 멈추는 해프닝이 있었다. 숲 속에 들어가니 개들이 차분해졌다. 썰매는 빠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눈 덮인 아름다운 숲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두막에 도착해서 가이드가 모닥불을 피우는 동안 개들과 놀았다. 개들이 애교가 많아서 서로서로 쓰다듬어 달라고 달라붙었다. 우리 썰매를 끄는 팀은 어린 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뒷따라 오던 썰매의 팀보다 장난도 훨씬 많이 쳤다.
오두막에 들어가니 커피와 차,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몸을 녹이는 동안 가이드가 개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 날 기온은 영하 27도였다. 불 앞에 서 있어도 입김이 나오고 몸이 덜덜 떨렸다.
다시 썰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캠프로 향했다. 개들은 왼쪽! 오른쪽! 가이드의 소리를 척척 알아듣고 방향 전환을 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힘들어해서 좀 미안했다. 오늘 맛있는 고기 많이 먹고 푹 쉬기를.
숙소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근처 아이스 호텔에 갔다. 아이스 호텔은 이름대로 얼음을 잘라서 짓는다. 봄이 되면 녹아서 사라지고 다음 겨울에 다시 짓는다. 아이스 호텔에서 숙박을 하지 않아도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 둘러볼 수 있었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많이 받을만했다. 객실 하나하나가 얼음 조각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었다. 방마다 다른 아티스트가 자기만의 콘셉트로 디자인하여 재미있었다.
객실은 낮에는 관람객들이 관람을 할 수 있고, 밤에는 투숙객들이 숙박을 한다. 얼음 침대 위에 순록 모피를 깔고 그 위에 최고급 침낭을 비치해준다고 한다. 호텔 내부 기온은 영하 5도로 밖에 비하면 많이 따듯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잠을 자고 싶지는 않다.
호텔을 둘러보고 호텔 내 아이스바에서 얼음잔에 담아 주는 칵테일을 마셨다. 칵테일은 오로라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오로라 칵테일로 주문했다. 보드카 베이스의 예쁜 초록색 칵테일이 나왔다
호텔 마당에는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이 있었다. 높이는 얼마 되지 않는데 얼음으로 만들어서 정말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애들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탔다. 우리 집 아들들은 30번은 탄 것 같다.
숙소에서 저녁을 해먹고 오로라를 기다렸다. 이날은 구름이 많이 끼고 눈까지 와서 오로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창 밖으로 윤수가 하얀빛 세 줄기를 발견했다. 오로라라고 하기에는 빛이 너무 선명하고, 인공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광원이 가깝고 강했다. 우리가 본 것은 오로라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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