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 카탈루냐 음악당에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보다 연주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타일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된 연주홀에서는 스페인의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장이라고 자부할만했다.
기타 트리오가 스페인 음악을 연주하고, 댄서 두 명이 플라멩코를 추었다. 아랑후에즈 협주곡 같은 스페인 대표 음악부터 칙 코리아까의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다. 연주 중간중간 기타리스트가 곡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스페인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세 곡쯤 듣고는 잠이 들었다. 너무 깊이 잠들어서 공연이 끝났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사람들이 잠든 아이들을 보고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정말 제대로 즐겼네요!"
다음 날 아침 바르셀로나 개선문을 보고 피카소 미술관에 갔다. 피카소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나 14살 때 가족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1년 후 마드리드의 학교로 진학하면서 바르셀로나 생활은 짧게 끝났지만, 가족이 있는 바르셀로나를 고향이라고 생각하며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는 주로 그의 젊은 시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동일한 주제로 오랜 기간 작업한 연작 시리즈가 많아서 그림 스타일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비둘기 그림을 가장 좋아했다.
미술관에서 나와 고딕 지구를 조금 걷다가 근처 초콜라테리아에서 추러스를 먹었다. 별 모양 마개를 사용하지 않고 원통형으로 길쭉하게 뽑아서 모양은 별로 예쁘지 않았지만 바삭하고 맛있었다. 핫 초콜릿을 찍어먹다가 남기기에는 아까워서 들고 마셨다.
람블라스 거리를 걸어 벨 항구 Port Vell 에 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테라스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 미술관에서 영감을 잔뜩 받은 아이들은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동안 나는 콜럼버스 동상 앞에 선 오픈 마켓 구경을 했다. 골동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파는 것과 비슷했다.
항구에 정박한 요트 사이로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마침 쓰레기통에 버려진 바게트를 발견해서 조금씩 잘라서 물고기에게 던져 주었다. 물고기들도, 아이들도 즐거운 파티를 했다. 항구 주변 산책을 하고, 버스킹 연주도 들으며 스페인의 햇살을 마음껏 받았다.
지수가 게를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 해산물 식당에 갔다. 다른 식당의 1.5배 가격이었지만 그만큼 맛있고 서비스도 좋았다. 윤수가 랍스타도 사달라고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주문해서 집에 가면 사주기로 약속했다.
호텔에 가서 맡겨둔 짐을 찾고 시간이 조금 남아 호텔 수영장에서 놀았다. 발 담그기도 힘들 정도로 물이 찬데도 어린이들은 벌벌 떨면서도 신나게 첨벙 대면서 논다. 최선을 다해 노는 너희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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