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둘째 날. 선사시대 유적지 스톤헨지에 다녀왔다. 스톤헨지는 런던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의 솔즈베리 평원에 위치해 있다. 교통편이 불편해서 왕복 버스와 입장 티켓이 포함된 투어를 예약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에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득 찼다.
스톤헨지는 원형으로 늘어선 거대 돌기둥들이다. 원형의 흙 구조물 안에 높이 8미터의 거대 바위들이 여러 형태로 세워져있다. 기원전 2000년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나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지도 모르겠다.
스톤헨지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찬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얼른 한 바퀴 돌아보고 스톤헨지 박물관에 들어갔다. 박물관에는 일본의 선사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유물과 영국의 선사시대 유물을 비교하는 특별 전시를 하고 있었다. 큐레이터가 손도끼, 토기, 화살촉 유물들의 유사점을 설명해 주었다. 전혀 교류가 없었음에도 비슷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비가 그치고 해가 떠서 스톤헨지 평원에 다시 갔다. 이번에는 스톤헨지를 크게 한바퀴 돌아봤다. 5천 년의 시간을 상상해 보니 까마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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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박물관에 갔다. 람세스 석상, 로제타 스톤, 모아이 석상,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이집트 미라, 아시리아 조각 등 주요 작품들을 둘러봤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었다면 관심을 갖고 봤겠지만, 아직 저학년이라 그런지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도 관람하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제국주의의 전리품들을 마치 원래 처음부터 영국에 있었던 것처럼 중립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불편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유물들을 원래 있었던 곳으로 반환하기 시작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갈 길이 많이 멀다.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다녀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한국관 가봤다. 실망스럽게도 그저 그런 전시물들이 맥락도 없이 여기 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관이 작은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작은 전시관을 좋은 작품을 잘 기획하여 채워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호텔에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하이드 파크에 갔다. 켄싱턴 가든 입구에 다니애나비를 추모해서 만든 놀이터가 있었다. 몇 시간을 놀아도 지루하지 만큼 규모가 컸다. 해적선을 모티브로 한 대형 구조물, 넓은 모래사장, 그네, 미끄럼틀, 인디언 텐트, 나무다리 등 완전히 어린이 천국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도 영국박물관에 있을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표정으로 신나게 놀았다. 지수가 모래사장 한구석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길래 가보니 스톤헨지를 세우고 있었다. 입구 표지석과 무너진 부분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해가 질때까지 놀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인도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점심으로는 핫도그, 저녁에는 탄두리 치킨과 카레를 먹었다.
"아빠. 그런데 우리 영국 음식은 안먹어?"
"음......피시 앤 칩스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 집에 가기 전에는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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