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셋째 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가고 나는 호텔에 남아 일을 했다. 점심때쯤 일을 마치고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서 합류했다.
아내가 오는 길에 견과류를 좀 사 오라고 했는데, 다람쥐를 유인하는 용도였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손 위에 견과류를 올려놓고 기다리면 와서 가져갔다. 아이들은 다람쥐를 찾아 공원을 몇 바퀴 돌았다.
점심을 먹고 Hatchards 서점에 갔다. 1797년에 설립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고 한다. 서점의 3층이 전부 어린이 책 코너였다. 아이들은 파리에서 구하지 못했던 책들을 실컷 구경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국의 조카들에게 줄 책도 샀다.
서점에서 나와 소호 구경을 했다. 자연스럽게 파리의 번화가 마레 지구와 비교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마레 지구가 훨씬 예쁘고 개성 있고 트렌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명품 쇼핑은 하지 못했지만 대신 Hamleys 에서 장난감 구경을 하고 Whittard에서 차를 샀다. 여름용 차를 몇 개 시음하고 사 왔는데 요즘 아이들과 같이 잘 마시고 있다.
다음 일정으로 자연사박물관에 갔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박물관이다. 영국박물관에서는 전시물을 보는둥 마는 둥 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자연사박물관에서는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관람한다. 체험형 전시물은 모두 체험을 해봐야 한다. 결국 폐장 시간이 되어서야 충분히 보지 못했다고 투덜대며 박물관을 나왔다.
호텔에 돌아와서 오후에 산 책을 훑어보며 쉬다가 하이드 파크에 갔다. 퇴근을 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윤수는 요즘 축구에 빠져서 영국까지 축구공을 들고 왔다. 잔디밭에서 지칠 때까지 골키퍼 연습을 했다.
저녁은 호텔 근처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다음 날. 오전에 첼시 스타디움 투어를 했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고, 축구장 구경을 하려고 1인당 3만원이 넘게 쓰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투어를 해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첼시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투어 가이드와 함께 라커룸, 기자회견장, 벤치 등 경기장 구석구석을 돌며 설명을 들었다.
첼시 팬인 윤수는 입이 귀에 걸렸다. 원정팀 라커룸에는 원정 경기를 왔던 유명한 선수들의 유니폼이 걸려있었는데,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도 있었다. 투어 가이드가 예전에는 투어에 참여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전부 토트넘에 뺐겼다고 농담을 했다.
투어를 마치고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영국 음식을 먹었다. 그러니까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다른 영국 음식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피시 앤 칩스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파리나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달랐다. 영국 국민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오후에는 나는 호텔로 돌아와 일을 하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세인트폴 대성당과 밀레니엄 브리지를 보러 갔다.
저녁때 웨스트민스터에서 다시 합류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찰스 왕의 대관식 준비로 문을 닫아서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우리도 기다렸다가 찍었는데 과연 예쁘게 나왔다.
빨간 버스 타고 차이나 타운에 가서 저녁으로 중국 요리를 먹었다. 사천요리 식당이었는데 정통 중국 요리 맛이었다. 듣던 대로 런던에는 이렇다 할 영국 레스토랑은 없지만, 훌륭한 레스토랑은 많았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펍 앞에 퇴근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잔뜩 서있었다. 런던에 왔으니 펍 문화를 즐겨야 하지만, 예약해둔 뮤지컬 시간이 다 되어 지나쳐야 했다.
런던에서 매일 무대에 오르는 수 많은 뮤지컬 중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같이 보기 좋은 마틸다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로알드 달의 책을 좋아하고, 마틸다 영화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틸다는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어린 나이에 프로의 노래와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놀라웠고, 저렇게 잘하려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도 아이들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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