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 & 노르망디

노르망디 - 페캉, 에트르타, 르아브르

커피대장 2023. 7. 13. 02:10

노르망디의 작은 항구 도시 페캉 Fécamp에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이 잡혔다. 마침 아이들 여름 방학이 막 시작해서 다 같이 페캉에 가서 주말까지 놀다가 왔다.

 

노르망디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크다. 썰물 때 맞춰서 나가면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조개, 게 같은 바다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7월의 대서양은 수영을 하기에는 차갑지만 물에 발을 담그고 게를 찾아다니기에는 딱 좋았다.

 

어린이들은 나흘 내내 아침 저녁으로 바다에 나갔다. 파도를 쫓고, 모래 놀이를 하고, 갯바위의 돌을 뒤집고 다녔다. 20분만 찾아도 손바닥만 한 게를 서너 마리는 잡을 수 있었다.  불가사리, 새우, 작은 물고기까지 원 없이 잡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풀어주었다. 

 

 

노르망디의 해산물은 파리에 비하면 훨씬 싸고 신선하다. 현지 직원이 추천해준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이틀 연속으로 먹었다. 연어, 대구, 가자미 모두 맛있었다. 윤수는 메뉴를 읽더니  "나는 슈쿠르트 드 라 메르 Choucroute de la mer 먹을래!" 재빨리 외쳤다. 발효시킨 양배추 (슈쿠르트) 위에 생선 구이를 올려 주는 요리다. 아이가 프랑스 요리의 맛을 알아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

 

페캉 수산시장에서 파는 해산물은 더 저렴했다. 랑구스틴 10마리, 바닷가재 1마리, 도미 1마리를 사도 40유로를 넘지 않았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내는 30도를 넘는 더위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주방에서 매일 생선을 굽고 바닷가재를 쪘다. 

 

 

 

 

 

페캉 항구

 

 

 

 

페캉은 프랑스의 대표 증류주 중 하나인 베니딕틴이 만들어지는 도시다. 회사 동료들은 업무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팔레 베네딕틴 Palais Bénédictines 바에 가서 식전주로 베네딕틴으로 만든 칵테일을 마셨다. 처음 방문하는 나에게는 베네딕틴 4종 시음 세트를 권했다. 40도가 넘는 술 네 잔은 나에게는 식전주 치고 많이 과했다. 저녁 먹는 내내 졸려서 고생했다. 

 

토요일에 가족들과 팔레 베네딕틴에 다시 들렀다. 이번에는 양조장 투어를 했다. 팔레 베네딕틴은 Palais(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했다. 베네딕틴 박물관을 돌아보고 가이드와 함께 증류장, 저장소를 방문했다. 투어 마지막에는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시음을 했다. 

 

 

 

금요일에는 이웃 마을 에트르타 Etrat 에 다녀왔다. 에트르타는 페캉에 비해 훨씬 휴양지 느낌이 많이 났고 관광객도 많았다. 

 

이 날은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서 해수욕을 했다. 물에 들어가면 3분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물이 차가웠지만 밖으로 나오면 뜨거운 햇빛에 금방 다시 몸이 데워졌다. 

 

카약을 빌려 타고 코끼리 바위까지 다녀왔다.  카약을 빌릴 때 바람과 조류의 방향 때문에 바위 쪽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 돌아오기는 어려우니 감안하라고 설명을 들었다. 정말로 돌아올 때는 패들을 열심히 저어야 겨우 앞으로 나갈 수 있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페캉은 저녁 노을이 아름다웠다. 매일 저녁 해변에 나가 일몰을 봤다. 저녁 시간에는 동네 사람들이 해변에 많이 나왔다. 해변 창고에 보관해 놓은 테이블과 식기를 꺼내놓고 준비해 온 저녁을 먹는다.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친구와 먹는 저녁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우리 집 둘째는 바다에 나온 김에 노을을 배경으로 또 바다 생물들을 잡았다. 바위와 게가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어두워져야 겨우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혹시 아이가 저명한 생물학자가 되어서,  언론사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인터뷰를 하러 오면 노르망디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집에 오는 길에 Le Havre 르아브르에 들렸다. 르아브르는 한국의 인천처럼 수도 파리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마르세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항구이기도 하다. 

 

르아브르는 2차대전때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은 전후 예전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애썼지만 남은 것이 없는 르아브르는 도시를 새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빠른 재건을 위해 획일화된 구조의 철근 콘크리트를 어떻게 보면 소비에트 도시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도시가 탄생했다.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거대한 생 조세프 교회도 이 시기에 지어졌다. 정사각형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팔각기둥 탑이 높게 서있다. 프랑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교회였다. 

 

르아브르의 Muma 앙드레 말로 현대 미술관에도 방문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페캉, 디에프, 르아브르, 에트르타 등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 많아서 반가웠다.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르아브르 시내

 

 

 

생조세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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