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샤모니 Chamonix와 안시 Annecy로 5박 6일간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샤모니에서는 트레킹을 하고 안시에서는 호수에서 놀면서 쉬는 계획이다.
1일 차 오전 샤모니 도착, 오후 Lac Blanc 트레킹
2일 차 오전 Brevent 트레킹, 오후 Mer de Glace 빙하 견학
3일 차 Aiguille de midi 전망대, Panoramic Mont Blanc를 타고 이탈리아 왕복, Plan de l'Aiguille
4일 차 Parc de Merlet 동물원, 샤모니 시내 박물관
5~6일 차 안시 호수
새벽에 파리에 출발해서 점심때쯤 샤모니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으나 샤모니 일정의 마지막 날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첫날부터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첫 트레킹은 샤모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트레킹 코스인 락 블랑 Lac Blanc에 갔다. 락 블랑에 가는 루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샤모니에서 걸어 올라가는 것이 가장 클래식한 방법이다. 산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겠지만, 호수가 해발 2,352미터에 위치해 있으니 1,000미터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어린이들이 등반하기에는 (사실 저질체력 아빠도) 아무래도 무리다.
그래서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걷는 루트를 택했다. 샤모니에서 La Flégère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877m의 la Flégère 까지 오르고, 여기서 다시 체어리프트로 갈아타고 해발 2595m l'Index까지 올라갈 수 있다. l'Index에서 Lac Blanc까지 트레킹 코스가 연결되어있다.
l'Index에 도착하니 눈앞에 알프스 산맥의 장엄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중 가장 높은 산봉우리가 몽블랑이다. 몽블랑은 제일 높기도 하지만 뾰족한 다른 산들과 달리 둥근 모양이라 더 눈에 띄었다.
산자락을 따라 흘러내린 빙하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산허리에 걸친 구름이 천천히 움직였다. 들판에 앉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산 정상에는 7월 초인데도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름에 반팔을 입고 만년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칠 수는 없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눈 놀이부터 했다.
락블랑으로 출발했다. 곳곳에 눈이 덮여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가파른 절벽을 가로지르는 코스에서 눈을 밟으며 걸어야 할 때는 아찔했다.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민소매 상의에 샌들을 신고 락블랑에 갈 수 있는지 묻는 관광객에게 직원이 "그렇게 하고는 위험해서 못 가요"라고 대답했는데, 이제 이해가 되었다. 최소한 트레킹화는 신어야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미끄러운 것도 힘들었지만, 눈에 덮여 트레킹 코스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중간에 여러번 길을 잃었다. 그래도 다른 트레커들이 많아서 금방 코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힘들 때마다 마침 야생 산양이 나타나서 아이들이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 첫번째 만난 산양은 홀로 절벽 위에 서있었다. 우리를 보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절벽 위로 올라갔다. 두 번째 산양은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어린 형제인 것 같았다.
이정표에는 락블랑까지 1시간 15분이 걸린다고 적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락블랑에 도착하니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맑은 호수의 물빛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호수 뒤로는 설산이 웅장하게 솟아 있다. 하늘은 눈이 부실만큼 파란색이었다.
하늘과 산이 호수 표면에 비친 모습을 기대했으나, 호수에 얼음니 남아 있어서 산의 일부만 비쳤다. 아무렴 어때. 대자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들이 호수에서 돌을 가지고 노는 동안 곁에 서서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산을 눈에 담았다.
호수를 한바퀴 돌고, 아쉽지만 계획보다 일찍 하산했다. 케이블카 정거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에 1시간으로 적혀 있으니 우리에게는 2시간은 넘게 걸릴 터였다. 케이블카 운영 시간 종료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게 미리 출발했다.
Lac Blanc에서 내려오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눈밭이 초록 들판으로 바뀌고, 야생화도 가득 피어 있었다. 이제 우리가 생각했던 트레킹에 가까워졌다. 새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걸었다.
맞은편에는 빙하의 바다 Mer de Glace가 보인다. 바다처럼 넓은 빙하라서 이름이 빙하의 바다인데, 실제로는 빙하가 있던 흔적에 가까웠다. 과거 빙하가 있던 곳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위쪽의 초록색과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구분선을 따라가면서 과거 거대했던 빙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케이블카 종료 30분 전에 La Flégère에 도착했다. 지수는 마지막 500m 가량의 오르막길을 거의 울면서 걸었다. 그래도 용감하게 완주했다.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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