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알프스 산맥의 더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안시 Annecy로 이동했다. 안시는 깨끗하고 맑은 물로 유명한 Annecy 호수에 접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우리도 호수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안시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호숫가 산책을 했다. 석양에 호수가 붉게 물든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조금 늦었다. 이미 해가 완전히 진 뒤에 호수에 도착했다. 낮에는 시끌벅적했을 호수 주변이 해가 진 뒤에는 조용하고 평온했다. 가족과, 연인과 호숫가를 걷는 사람들만 조금 보였다.
다음날 아침, 안시 근처 Mont Baron으로 트레킹을 하러 갔다. 안시 시내에서 차로 25분 정도 산을 올라가 Col des Contrebandiers에 주차를 하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 초반에는 울창한 나무숲을 걷는다. 숲길은 점차 가파른 경사의 돌길로 바뀌는데, 샤모니에서 숙달이 되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올랐다.
숲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안시 호수를 보며 조금만 더 걸으면 Mont Baron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보였다. 몽블랑은 구름 위로 나와 선명하게 보였다. 샤모니에 머무는 동안 첫날을 제외하고는 몽블랑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기뻤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해서, 조금 더 멀리 Mont Veyrier까지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가다 보니 길이 너무 험해지고, 점심시간도 다가오고 있어서 중간에 돌아왔다. 아쉽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몽블랑 전망을 서프라이즈 선물로 받아서 만족스러웠다.
오후에는 호수에서 시간을 보냈다. 호수 동쪽 Plage de la Brune 비치의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이들은 밥은 대충 먹고 바록 호수로 뛰어갔다. 호숫가에서 모래 놀이도 하고, 공 던지기도 하면서 몸을 좀 풀다가 본격적으로 호수에 들어갔다. 물이 차가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페달 보트를 빌려서 호수 안쪽으로 더 들어가봤다. 수영장에서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잘 놀던 아이들이 호수에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겁을 먹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보트에서 뛰어내려 수영하면서 아이들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보트에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다 될때까지 놀다가 공원을 떠났다. 안시로 돌아오는 길에 호수 수면에 햇빛이 반짝이는 게 정말 아름다웠다. 그 장면을 다운 장면을 놓칠 수 없어 근처에 차를 세웠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호수 산책로에 걸터앉아 호수를 보며 먹었다. 여름의 안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안시를 천국이라며 칭찬했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안시 구시가지에 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운하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두 운하가 만나는 곳에 있어 섬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팔레 드 릴 Palais de l'Isle이다. 중세 시대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지금은 역사 박물관이다.
구시가시의 사부아 레스토랑에서 사부아 대표 요리인 퐁듀를 먹었다. 둘째는 omble chevalier 라는 생선 구이를 먹었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다. 찾아보니 알프스 호수의 차가운 물에 주로 서식하는 연어과 물고기라고 한다. 아이가 집에 돌아온 후에도 먹고 싶다고 찾고 있다.
저녁을 먹고 호숫가 샌책을 했다. 이번에도 너무 늦게 가서 노을을 놓쳤다. 대신 가로등이 켜져 있었어서, 노란 가로등빛이 호수에 비쳐서 아름다웠다. 공원에는 버스킹을 하는 음악가들이 있었고, 야외 임시 무대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왈츠를 췄다.
다음 날에도 호수에 갔다. 이번에는 호수 북쪽 Plage d’Albigny 비치에 갔다. 전날보다 해가 더 뜨거워서 동네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곳은 물이 깊지 않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았다. 둘째는 작은 송사리들을 잡았고, 첫째는 물에서 공놀이를 했다.
페달 보트를 빌려 타고 나가 수영도 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는 촉감이 좋았다. 물에서 나와 햇볕에 말리면 다시 피부가 금방 뽀송뽀송해졌다. 호수 수영의 상쾌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근처 푸드 트럭에서 점심을 사먹고 오후 늦게까지 놀다가 파리로 돌아왔다. 프랑스 여행을 다니면서 여기 살고 싶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안시를 떠나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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