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르

친구와 루아르 여행 - 빌랑드리 성, 와이너리 투어

커피대장 2022. 12. 7. 16:09

길다의 성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지만 그래도 루아르 여행을 왔으니 다른 성에 가보기로 했다. 루아르에서는 보통 빅3라도 부르는 Chambord , Chenonceau , Cerverny성에 방문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Blois 성이나 Amboise 성에 갈 수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모티브를 주었다는 Usse 성도 좋은 선택이다.

우리는 빌랑드리 Villandry 성을 선택했다. 코로나 때문에 다른 성은 모두 문을 닫아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빌랑드리 성도 성 내부 방문은 안되고, 정원만 개장을 하였다. 우아한 프랑스식 정원이 가장 유명한 성이니 정원만 보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빌랑드리 성은 루아르 계곡에서 가장 마지막에 지어진 성이다. 성 뒷편은 언덕에 올라가면 6개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의 정원, 미로 정원, Ornamental 정원, 태양의 정원, 정원마다 특색이 다 다르면서도 잘 어울렸다.

아이들은 미로 정원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정원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눈치 안 보고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루아르의 성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성에서 숙소에 오는 길에 Bréhémont에 들렀다. 루이폴이 루아르 강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해주었다. 해질 무렵에 돛단배를 타면 루아르 강에 비치는 석양이 아름답다고 한다. 예술가는 여행지를 추천하는 말도 시적이다.

강변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자전거를 빌리고 있었다. 강둑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우리 아이들은 자전거 대신 강둑에서 돌을 주워서 열심히 던졌다.

강 한켠에 루이폴이 이야기한 돛단배들이 묶여 있었다. 오랜 세월 강을 오갔을 것처럼 보이는 낡은 나무 배였다. 해질녘에 다시 와보면 좋겠지만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저녁 8시 이후에는 통행이 금지되어 나갈 수 없었다. 루아르 강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 날에는 루이폴의 추천을 받아 근처 마을 Lignières-de-Touraine 의 교회에 갔다. Église Saint Martin 라는 이름의 작은 교회로, 천장에 프레스코 벽화가 있었다. 12세기에서 13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최근에 복원 작업을 했다고 한다. 성경의 내용이 그려져 있는데 9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믿기니 않을 만큼 생생했다. 나무로 된 예배당 천장도 특이했다.



루아르 밸리에 왔는데 와인이 빠질 수는 없다. 루아르는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다. 숙소 근처 와이너리 투어도 했다.

첫번째로 간 곳은 Château de la Roche. 아저씨가 점심을 먹다가 말고 나와서 맞아 주셨다. 코로나 때문에 와인 시음은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묻지도 않고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한 잔 씩 따라 주셨다.

전날 배앓이를 심하게 해서 와인은 입만 살짝 대봤다. 화이트 와인은 익숙한 맛인데 반해 레드 와인은 정말 특이했다. 산도가 강하고 체리향, 커런트 향이 많이 느껴졌다. 까베르네 프랑과 말벡에 루아르의 자랑인 그롤로를 블랜딩해서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지하 와인 저장고를 구경하고 와인 밭도 둘러봤다. 포도나무에 이제 막 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무가 저렇게 앙상한데 7월만 되어도 잎이 무성하게 덮이고 포도가 맺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Château de Aulée. 앞에 갔던 와이너리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시음도, 와인 저장고 투어도 불가능했다. 샴페인 병에 담긴 와인도 있길래 직원에게 물었다.

"이건 샴페인이에요?"
"아니에요. 여기는 샹파뉴가 아니에요. 샹파뉴에서 만든거만 샹파뉴라고 부르죠."
"아 참. 그럼 이건 스파클링 와인이에요?"
"그렇죠! 프랑스에서는 크레망 Crémant이라고 불러요. 샴페인보다 훨씬 훌륭하답니다."

샴페인보다 훨씬 훌륭한 크레망을 화이트 한 병, 로제 한 병 샀다. 시음을 못해봤으니 맛은 모르겠지만 가격은 샴페인보다 훨씬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