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 알프스, 부르고뉴

리옹 여행 1 - Musée des beaux art, 미니월드, 푸르비에르 언덕

커피대장 2022. 12. 20. 06:06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에 프라하에 가려고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그런데 12월 들어 체코의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졌다.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수가 급증했다. 크리스마스가 절정이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취소했다. 그리고 대신 리옹에 다녀왔다.

리옹역 근처 호텔에 짐을 풀고 리옹의 중심부 Presque'ile 지역에 갔다. 리옹을 관통해 흐르는 론강과 손강이 만나 반도 모양의 지형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반도 Presqur’ile라고 부른다.

거대한 분수가 설치된 Place des Terraux 광장을 둘러보고 미술관 Musée des beaux art에 갔다. 로마, 이집트 등 고대 유적부터 로댕, 피카소까지 알차게 전시되어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 모네의 '워털루와 차링크로스 다리'가 있어서 반가웠다. 미술관 안뜰의 정원도 예뻤다.

 


저녁에는 리옹에 사는 회사 동료의 집에 놀러 갔다. 올 봄 루아르 여행 때 만나 친해진 아이들은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어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연말을 가족과 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친구와 함께해서 좋았다.

다음날 아침 리옹 미니월드에 갔다. 도시, 시골, 공원, 산 등 프랑스의 다양한 모습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막상 가보니 어른들이 보기에도 정말 재미있었다.

도시, 산, 시골 세 개의 월드가 있고 각 마을은 기차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도로와 기차로 자동차와 기차들이 쉼없이 오고 간다. 구조물들이 매우 정교하고, 사람과 동물들도 생생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도로에서는 접촉사고가 나서 사람들끼리 싸우고, 집 안에서는 파티를 하고, 군부대 앞에서는 시위를 하고, 스키장에서는 리프트가 산을 오른다. 밤에는 조명이 어두워지고 건물과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정말 미니 '월드'다. 디자인하고 만든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오후에는 유람선을 타려고 했으나 손강과 론강에 물이 너무 많이 유람선 운행이 중단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가기로 계획했던 Fourvière 언덕에 올라가기로 했다. 손강을 건너가 St-Jean-Baptiste 성당을 둘러보고 등산케이블카 Funiculaire를 탔다. 기차를 탄다고 잔뜩 들떠 있던 아이들은 언덕 위에 금방 도착해버리니 실망을 했다.

2천년 전 로마인들은 Fourvière 언덕에 도시를 세웠다. 지금도 그 때 지어진 로마 극장이 남아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Gallo-Romain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언덕 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진 순백의 바실리카 성당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이다. 성당 내부는 천장과 바닥의 화려한 모자이크가 인상적이었다. 성당 앞 테라스에서는 리옹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테라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들과 가본 건물 찾기를 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리옹의 전통 인형극을 보러 기뇰 극장 Theatre de Guignol에 갔다. 기뇰은 리옹의 공연자 로랑 무르게가 만든 인형극의 주인공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손인형을 모두 기뇰이라고 부른다.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시즌 특별 공연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와 아이들을 싫어하던 해커가 크리스마스를 망치려고 산타클로스의 GPS를 망가트렸는데, 기뇰과 그의 친구들이 활약하여 선물을 무사히 나눠준다는 익숙한 플롯이다.

프랑스어를 못 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웃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어른들을 위한 유머 포인트도 있었지만 슬프게도 못 알아들어서 못 웃었다. 인형극이 끝난 뒤 배우들이 어떻게 인형을 움직이는지, 무대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Croix Rousse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미식의 도시에 연말에 방문한만큼 저녁식사는 모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이 날은 La Bonâme de Bruno라는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는 Entrée 엉트레, Plat 쁠라, Dessert 데쎄흐 순서로 식사를 한다. 우리말로 하면 전식, 본식, 후식이다. 프랑스 요리 뿐만 아니라 일식당, 중식당, 한식당도 모두 세 개의 코스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고급 식당에서는 본식 뒤에 치즈가 추가되기도 하고, 본식을 2부로 나눠서 먹는 경우도 있다.

저녁을 먹으러 가면 보통 세 코스를 다 챙겨먹고 점심에는 셋 중 하나를 생략해서 전식과 본식 혹은 본식과 후식만 먹는 경우도 많다. 보통은 본식과 후식을 먹는데, 아무래도 디저트를 먹어야 식사가 끝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테이블의 모든 사람이 전식을 다 먹어야 본식이 나오고, 본식을 다 먹어야 후식이 나온다. 그래서 풀 코스로 먹으면 최소 3시간은 걸린다. 처음에는 앉아있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이 좋은 식당, 좋은 음식, 좋은 와인에 집착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엉트레, 쁠라, 데세흐가 일상을 훨씬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이제 2시간 정도는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빠 엄마가 대화하는 것을 듣기도 하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가 먹을 요리는 본인이 직접 주문하는 것도 프랑스에서 배웠다. 프랑스의 좋은 문화는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 부르노 식당으로 돌아가자. 메뉴가 매일 바뀌는 식당이었다. 우리는 본식과 후식 코스를 주문했다. 나는 트러플향 오리 리조토를 먹고 아내는 가리비 요리를 주문했다가 아이들에게 다 뺏겼다. 아이들은 생선요리를 하나씩 주문해서 접시를 다 비웠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을 올린 Pain Perdu와 티라미수를 먹었는데 티라미수가 정말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손강 산책을 조금 했다. 다리에서 보는 구시가지의 야경이 예뻤다.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이렇게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도시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