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베네룩스

룩셈부르크 여행 - 독일 트리어 Trier 당일치기

커피대장 2022. 12. 28. 16:22

룩셈부르크 여행 2일 차. 기차를 타고 이웃나라 독일의 트리어 Trier에 다녀왔다. 트리어는 켈트족이 세운 도시였으나 기원전 1세기 로마에 점령을 당했다. 로마는 도시의 이름을 Augusta Treverorum로 바꾸었고 이후 도시가 크게 확장되어 로마의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덕분에 지금도 많은 로마 유적이 남아있다.

룩셈부르크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모젤강을 따라 40분 정도 달려 트리어역에 도착했다. 트리어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도시의 북쪽에 세워진 검은 문 Porta Nigra. 로마인들이 서기 170년에 지었다. 18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성문은 원래의 모습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었다. 입장료를 내면 성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성문 외벽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가 무슨 사진인지 묻길래 대답을 해줄까 하다가, 정리하고 있던 사람에게 물어봤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이게 무슨 사진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이 분들을 우리 도시에서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유대인들이에요. 이건 그들의 신분증이에요. 여기 보면 미들네임이 여자는 모두 사라, 남자는 모두 이스라엘이에요. 나치가 유대인들을 구분하려고 이름을 바꾼 거예요. 1월 27일이 홀로코스트 추모일이에요. 그래서 어제까지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를 했어요"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서 감사했다.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니 엄마에게 뛰어가서 전달을 했다.

 

 

 

 

 

 

 

Porta Nigra 바로 옆에는 트리어 역사박물관이 있다. 시대별로 도시의 모습을 모델로 만들어놓아서 도시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로마시대에 도시를 둘러싸는 성벽이 지어졌는데 지금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2차 대전 때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모델도 있어서 아이들이 심각하게 관찰을 했다.

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 트리어 출신 작가들의 미술 작품, 도시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뭐 이런 것까지’ 싶은 전시물도 많았다. 예를 들면 트리어시장배 축구대회 우승컵이라던가……. 그래도 이게 다 도시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귀엽다.

 

 

 

 

Porta Nigra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은 스테이크을 먹고 아내는 모젤 리슬링 와인으로 만든 코코뱅, 나는 독일에 왔으니 슈니첼을 먹었다. Bitburger 생맥주도 한 잔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지도를 보니 Bitburger가 시작된 Bitburg가 바로 근처였다. 차가 있었으면 양조장에 가보는 건데, 아쉽다.

점심을 먹고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광장 Hauptmarkt에 갔다. 광장은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멋진 건물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십자가와 분수대도 아름다웠다. 겨울이라 한산했지만 여름에는 광장에 내놓은 의자에서 맥주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 같다.

광장에서 동쪽으로 트리어 대성당 Dom trier가 보인다. 전승에 따르면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가 트리어의 주교에게 성당을 건설하라고 자신의 집을 기증했다고 한다. 후에 고고학 연구에 의해 성당 하부에 주택이 실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성당이 지금의 모습으로 건설된 것은 1700년 전이다. 그래서 로마네스크 양식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에서 고딕 성당만 주로 보다가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트리어 대성당 바로 옆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성모 성당 Liebfrauenkirche이 있다. 대성당과 문을 맞대고 또 다른 성당을 지으려면 당시 교구의 힘이 대단했을 것 같다. 성모성당은 중세시대에 지어진 교회답게 전형적인 고딕 양식이다. 2차 대전 때 심각하게 파괴되어 그 후 수십 년에 걸쳐 복원이 되었다고 한다.

 

 

 

 

 

 

 

 

 

 

 

성당 안에서는 시큰둥했던 아이들은 성당 밖에 누워 있는 거대한 돌기둥을 발견하고는 돌다리 건너기를 하며 신나게 놀았다. 아마도 성당을 복원하면서 나온 옛 기둥인 것 같았다.

구시가지 남쪽에는 로마시대에 지어진 또다른 거대한 건물 Konstantin Basilika가 있다. 벽돌로 지어진 길이 27m, 너비 27m, 높이 33m 건물로 현존하는 로마 건물 중 실내면적이 가장 큰 방이라고 한다. 콘스탄티누스 1세의 왕자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개신교회로 쓰이고 있다. 실내에 초대형 오르간이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 보지 못했다.

Trier에는 그 외에도 로마 시대의 목욕탕, 성벽, 야외 음악당 등 많은 유적지가 있지만 아이들의 흥미도와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포기했다. 기차역까지 돌아갈 당분을 공급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다. 아이들은 광장 가운데 있는 십자가 아래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 십자가도 958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천년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여기 앉아서 간식을 먹었을까......

트리어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룩셈부르크로 돌아왔다. 룩셈부르크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룩셈부르크의 구시가지 Ville Haute가 창 밖으로 보인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탄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만큼 멋진 풍경이다.

 

룩셈부르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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