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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랑솔

라벤더를 보러 발랑솔에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이제야 발랑솔로 향한다. 발랑솔부터는 리옹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의 가족과 합류했다. 동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라 만나면 같이 잘 논다. 아이들이 잘 놀면 부모들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모두가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국말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립기도 하다. 발랑솔에 도착해서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공장에 들러 공장 투어를 했다. 화학 공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의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원료 도입부터 배합,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중간에 화장품 테스트..

4. 액상프로방스

액상프로방스에서 2박을 했다. 밀린 빨래를 하고 한식도 해 먹으면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빌렸다. 액상프로방스는 구시가지 전체가 차 없는 거리였다. 도심 밖에 주차를 하고 숙소까지 짐을 나르는데 고생을 좀 했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도 보행자 천국을 누렸다. 차가 없어진 대신 거리를 사람이 가득 메웠다.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을 채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느라 즐겁다. 파리보다 조금 더 느슨하고 한 템포 느린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길을 쏘다니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액상프로방스는 분수의 도시였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분수들 외에도 골목마다 크고 작은 분수가 있었다. 로통드 분수, 르네왕 분수, 9개의 대포가 있는 분수, 돌고래가 있는 분수, 시..

3. 고흐드 Gordes

고흐드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 로 선정될 만큼 예쁜 마을이다. 바위산 위에 자리잡은 마을로 산꼭대기에 성이 있고 그 아래 돌을 쌓아 만든 집들이 산을 타고 펼쳐져 있다. 집의 주황색 기와와 중간중간 심어진 나무의 초록색이 잘 어울린다. 마을 맞은편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경 사진을 찍은 뒤 마을에 들어갔다. 한여름 휴가철인 데다 장이 서는 날이라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골목길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하기를 원한다면 여름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시장 구경을 하고 절인 올리브와 마늘을 샀다. 점심은 교회 앞 계단에 앉아서 아비뇽에서 사온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방금 산 올리브와 마늘을 꺼내서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면서 잘 먹었다. 고흐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

2. 아를 Arles , 생트마리드라메르 Saintes-Maries-de-la-mer

아침 일찍 아비뇽을 출발, 아를에 도착해서 주차하는데 고생을 좀 했다. 축제 때문인지 구시가지 주차장 입구를 막아 놓고 우회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차들이 길에 꽉 찼다. 주차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차를 세우고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경기장에 갔다. 로마 콜로세움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지만, 작은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있으니 웅장하게 느껴졌다. 7월은 축제 기간이라 공연을 위해 경기장 안에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투우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경기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경기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밴드가 경기 축하공연 연습을 하고, 이미 잔뜩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술 한잔하고 가라고 초대했다. 아이들이 투..

1. 아비뇽 Avignon

아내의 프랑스 생활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던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을 보기 위해 아이들 여름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을 떠났다. 라벤더 꽃을 보러 가는 여행이니 일정도 라벤더 꽃의 개화 시기에 맞추었다. 6월말에서 7월초가 라벤더 꽃이 가장 많이 피어 있는 시기이다. 파리에서 아비뇽까지는 700km. 쉬지 않고 운전을 해도 7시간이 걸린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교통체증 없이 파리를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리옹에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은 계속해서 우회 도로를 안내했고, 열심히 가고 있는데도 도착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길가에 샛강이 보였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놀다가 가기로 했다. 강변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간..

다섯째날. 라스코 동굴벽화, Saint-Léon-sur-Vézère, Montignac 야시장

만오천년 전 크로마뇽인 예술가들이 베제흐 Vézère 계곡의 동굴에 벽화를 그려 놓았다. 벽화는 산사태로 동굴의 입구가 무너지면서 밀봉된 상태로 보존이 되었다. 그리고 1940년, 잃어버린 개를 찾던 네 명의 소년이 나무가 쓰러져서 생긴 좁은 틈으로 동굴에 들어가 벽화를 발견한다. 벽화에 그려진 동물들은 구석기인들이 그렸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생생했고 채색도 다채로웠다. 라스코 동굴벽화의 발견은 크로마뇽인이 당시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금의 인류와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벽화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 공개되자마자 하루 천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을 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동굴 벽에 곰팡이와 얼룩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라스코 동굴은 1963년 보..

넷째날. Issigeac, Bergerac , Monbazillac, Saint-Avit-Sénieur

필립의 에어비엔비에는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빵, 시리얼, 요거트, 우유, 커피가 있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빵이 맛있으니 훌륭한 식사가 된다. 매일 아침을 먹으면서 필립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립 부부가 영어를 전혀 못해서 우리의 어설픈 프랑스어로 겨우겨우 대화를 했다. 크리스틴은 항상 어제 저녁에 어느 식당에 갔는지 묻고 필립은 오늘은 어디 갈 건지 질문을 했다. "오늘은 몽바지악에 갈거에요." "와! 거기 스위트 와인이 정말 좋지요! 바로 옆 베르주락에도 갈거죠?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가 볼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몽바지악 Monbazillac 에 가기 전에 Issigeac에 먼저 들렸다. 중세 시대의 성벽에 둘러 쌓인 작은 마을로 일요일 아침에 열리는 시장이 볼만하다고 해서 찾아갔..

셋째날. Sarlat-la-Caneda, Beynac

인터넷에서 도르도뉴 여행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시장이다. 여름에는 마을마다 광장에 주 2회 정도 장이 선다.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에도 한 꼭지를 할애하여 마을 별로 장이 서는 요일을 적어 놓았다. 회사 옆자리 동료도 야시장에는 꼭 가보라고 강조를 했다. 처음에는 장은 우리 동네에도 서는데 굳이 도르도뉴까지 가서...... 하고 망설였지만 이쯤 되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 목적지 중 가장 큰 도시인 Sarlat-la-Canéda에 장이 서는 토요일에 맞춰 갔다. St-Sacerdos 성당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의 모든 거리가 시장이 되었다.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고 걷는 사람,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사고 파는 사람, 뭔가 먹고 있는 사람 모두 즐겁다. 시장에는 옷, 그릇, 장..

둘째날. La Roque-Gageac, Domme

아침을 먹고 La Roque-Gageac에 갔다. 도르도뉴 강과 절벽 사이 좁은 땅에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집들은 모두 똑같이 노란색 벽돌과 갈색 타일 지붕으로 통일했다. 거리에는 열대 지방의 꽃과 나무들이 있었다. 남쪽에서는 남프랑스의 해가 강하게 비추고 북쪽에서는 절벽이 찬바람을 막아주어 열대 식물도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도르도뉴에 철도가 놓이기 전까지는 인근에서 생산된 와인을 보르도로 실어 나르는 배로 강이 가득 찼다고 한다. 지금은 화물선 대신 바캉스 온 사람들의 카누가 있다. 아내와 나는 마을 구경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카누를 타고 싶다고 졸랐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카누를 타는 것으로 합의했다. 마을 맞은편 카누 대여 가게에서 4인용 카누를 빌렸다.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

첫째 날. 파리 - 리모주 - Turenne

도르도뉴 Dordogne로 휴가를 떠난 프랑스어 선생님이 여행 중에 사진을 보내주셨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강변의 예쁜 마을, 마을 뒤 절벽 위에 세워진 요새와 성. 내 머리 속의 '프랑스의 멋진 풍경' 딱 그대로였다. 사진 한 장이면 충분했다. 우리도 도르도뉴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도르도뉴에 가는 길에 리모주 Limoges에 들렀다. 리모주는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한 도시다. 리모주 대표 도자기 브랜드 중 하나인 Royal Limoges 에서 옛 도자기 가마를 보존해놓은 작은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은 작지만 알찼다. 1950년까지 도자기를 구웠던 가마를 중심으로 도자기 만드는 도구와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마는 2층으로 되어 있다. 온도가 낮은 2층에서 900도로 초벌구이를 하고 1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