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페인, 포르투갈 12

바르셀로나 - 카탈루냐 음악당, 피카소 미술관, 벨 항구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 카탈루냐 음악당에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보다 연주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타일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된 연주홀에서는 스페인의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장이라고 자부할만했다. 기타 트리오가 스페인 음악을 연주하고, 댄서 두 명이 플라멩코를 추었다. 아랑후에즈 협주곡 같은 스페인 대표 음악부터 칙 코리아까의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다. 연주 중간중간 기타리스트가 곡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스페인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세 곡쯤 듣고는 잠이 들었다. 너무 깊이 잠들어서 공연이 끝났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사람들이 잠든 아이들을 보고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정..

바르셀로나 - 고딕 지구, 람블라스 거리, 구엘공원

아침 일찍 구시가지 람블라스 거리에 갔다. 보행자 거리 좌우로 키가 큰 가로수들이 늘어서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 FC 바르셀로나 샵에 갔다. 요즘 축구에 푹 빠져서 사는 윤수에게 축구 유니폼을 사주기로 했다. 22-23 시즌 유니폼 가격이 100유로를 훌쩍 넘는데, 거기에 등에 이름과 번호를 프린트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더 지불했다. 팬들 덕분에 먹고살면서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YOONSOO 7이 찍힌 유니폼을 받아 든 아이는 마냥 행복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빠져나와 고딕 지구를 걸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 된 지역으로 곳곳에서 중세 시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왕의 광장, 산 펠립네리 광장, 레이알 광장 등 골목골목 숨겨진 유적지들을 찾아다녔다. ..

바르셀로나 - 카사 바트요, 성가족대성당, 해변

부활절 연휴 기간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했다. 카사 바트요에 Casa Batlló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가우디가 사업가 바트요의 의뢰를 받아 1904년에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의뢰인은 가우디에게 완전한 자유를 허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재미있는 건물이 탄생했다. 건물을 둘러보고 가우디가 만화경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옥상 카페에 앉아서 카사 바트요의 상징인 용무늬 지붕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내 스케치북을 꺼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우디의 영감을 잔뜩 받은 아이들은 용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가우디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 네르하 Nerja

그라나다에서 1시간 조금 넘게 달려서 안달루시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네르하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원 없이 놀게 해 주고 집에 갈 계획이었다. 네르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유럽의 발코니다. 야자수가 심어진 광장 끝에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지중해에 왔으니 뜨거운 태양, 쨍한, 햇살, 파란 하늘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짙은 구름, 매서운 바람, 높은 파도, 겨울의 속초 바다 느낌이었다. 그래도 전망은 정말 좋았다. 말라가 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출과 일몰 때 정말 멋질 것 같은데 아쉽게도 우리가 머무는 사흘 동안 한 번도 아침 저녁에 해를 볼 수 없었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도 높지만 그래도 모래놀이는 계속되어야 하니 해변에 갔다. 유럽의 발코니 바로 옆에도 해변이 있지만 너..

스페인 안달루시아 - 그라나다

해 질 녘 붉은색으로 물드는 알함브라를 보기 위해서 저녁때 맞춰서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가 오고 흐린 날씨 때문에 석양은 볼 수 없었다. 아쉽지만 말라가에 있는 3일 내내 날씨가 좋았으니 그걸로 됐다. 그라나다 대성당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알함브라 궁전 맞은편 언덕 알바이신 지역에 호텔을 예약했다.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는 멋진 전망의 호텔이지만 차로 접근할 수 없어 걸어가야 했다. 돌이 깔린 미로 같은 골목길은 구경하기에는 재미있지만 여행가방을 끌고 올라가기에는 무리다. 그래서 하루치 짐만 배낭에 따로 넣어서 호텔에 갔다. 비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서 호텔까지 올라가는데 고생을 좀 했다. 호텔의 공용 테라스에서 보는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아름다웠다. 비를 맞고 배낭을 메고 걸어온 수고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 말라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중간에 들려야 한다. 안달루시아 여행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해변휴양지 말라가에 갔다. 아이들이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별 불평 없이 따라다닌 것은 그다음에 바닷가에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2월 말 말라가의 기온은 10도에서 20도 정도였다. 햇살이 따듯해서 오후에는 초여름처럼 느껴졌다. 바닷물은 아직 차서 들어가서 수영을 하기는 힘들었지만,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고 놀 정도는 되었다. 물론 아이들은 놀다 보면 발만 담그지 않는다. 파도와 모래만 있으면 아이들끼리 잘 노니 어른도 편하게 쉴 수 있다. 모래성을 만들고, 모래 속에 들어가 찜질을 하고, 바다에 돌을 던지고, 파도와 달리기를 하고, 2박 3일 내내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다. 둘째 날 오전에는 피카소..

스페인 안달루시아 - 세비야 2

세비야 여행 둘째날. 아침 일찍 스페인 광장에 갔다. 스페인 광장은 1929년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Ibero-American Exposition)를 위해 지어졌다.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에게 스페인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광장은 당시 건축 기술을 총동원하여 웅장하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지어졌다. 지금 내가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이니, 100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온 사람은 정말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광장이 너무 거대하다보니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지 못해 휑한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고, 중간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벤치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 곳이 좋은 광장이다. 이런 면에서는 실패한 건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광장에는 스페인의 각 도시의 역사가 그려진 타일..

스페인 안달루시아 - 세비야 1

“승객 여러분. 우리는 지금 피레네를 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세비야로 향하는 비행기. 창 밖으로 눈 덮인 피레네 산맥이 보였다. 산맥 너머 스페인 쪽은 프랑스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세비야의 공기는 파리와 완전히 달랐다. 기온 차이는 10도 정도인데 체감 상으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아내에게 햇살의 품질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남쪽으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2시가 조금 넘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우리에게는 늦은 점심이지만 스페인에서는 보통 점심 먹는 시간이다. 세비야 대성당 앞 타파스 식당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빈자리가 있는 식당을 겨우 찾아들어가 타파스 몇 개를 주문했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먼저 나온 빵부터 먹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포르투 3

아침 일찍 렐루 서점 Livraria Lello에 갔다. 1881년에 문을 연 서점으로 세계에서 인테리어가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작가 조엔 롤랭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쓸 때 영감을 받았다고 하여 유명해졌다. 해리포터 성지인만큼 관광객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포르투에 온 첫날 문 닫는 시간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갔다가 허탕을 쳤다. 그래서 여행 마지막 날 문 여는 시간인 9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입장 20분 전에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우아한 곡선의 중앙 계단, 오래된 서가, 해가 잘 드는 천장, 아름다운 서점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다 보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가장 ..

포르투갈 포르투 2

포르투 여행 둘째 날. 포르투 대성당에 갔다. 포르투 대성당 밖에서 봤을 때는 두 개의 탑 때문에 고딕 성당으로 보였으나 성당 내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다. 성당 곳곳에 타일 장식이 있는 것도 독특했다. 성당의 타워는 포르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였다. 아침 내내 도루 강 위를 덮고 있던 안개가 우리가 타워에 올라갔을 때 딱 맞춰서 걷혔다. 덕분에 360도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성당에서 내려오는 골목길도 예뻤다. 골목 구석구석에 고양이들이 숨어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니 에그타르트 가게 카스트로 Castro 앞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사먹었다. 이후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카르네이루 해변 Praia do Carneiro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