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 21

파리의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

튈르리 광장과 라데팡스를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꽃도 단풍도 진 회색빛 거리에 저녁 5시만 되어도 이미 어둠이 내려앉으니, 프랑스 사람들이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조금 색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고자 검색을 하다가 주말에 파리 근교 베지네 Vesinet 에서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2주 전 노르웨이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연어와 순록 고기 핫도그를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노르웨이 교회는 앞뒤로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었다. 정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역시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파리의 한인교회 바자회에 가면 딱 이런..

PSG 경기 직관, 스타디움 투어

우리 집 큰아들은 축구를 하러 학교에 간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방과 후 과정에서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열리는 주에는 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찾아본다. 나도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PSG 스타디움에 경기를 보러 간다. 자주 가면 좋겠지만 티켓 가격이 부담스럽고, 경기가 보통 일요일 밤에 열려서 다음 날 아이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경기가 있을 때에만 경기를 보러 간다. PSG는 프랑스 리그에서는 거의 패배하지 않는 최강 팀이고, 요즘 이강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어서 항상 재미있게 경기를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아들과..

리옹 구시가지 Vieux Lyon, 전통 식당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는 출장을 가서 혼자 저녁을 먹더라도 꼭 레스토랑에 가서 챙겨 먹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귀찮아지기 시작해 요즘은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늘도 호텔에 들어오니 나가기 싫어졌고, 마침 바로 근처에 있는 KFC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미식의 도시 리옹에 와서 KFC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구시가지로 나섰다. 리옹 구시가지 Le Vieux Lyon은 리옹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된 곳이다. 과거에는 실크 직물을 생산하는 공방과 이탈리아 상인들의 거주지였으나, 지금은 카페와 상점, 그리고 전통 식당인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가 자리잡고 있다. 부숑 리오..

파리 방브 벼룩 시장

일요일 아침에 LP를 사러 방브 벼룩시장에 갔다. CD나 LP는 보통 한 장에 1~2유로 판다. 이 정도 가격이면 잔뜩 사게 될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살만한 것이 별로 없다. 벼룩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반을 1유로에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작위로 매대에 놓여있는 수백장을 다 뒤져야 살만한 물건이 한두장 나온다. 판매자가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를 해놓으면 찾기 쉬울텐데 절대 그렇게 해놓지 않는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사러 갔는데 못찾고 다른 음반만 몇 장 샀다. 방브 벼룩시장에는 골동품 가구, 그림, 그릇이 주로 판매된다. 예쁜 커피잔 세트가 보여서 “이거 얼마에요?” 물어봤다. 판매자가 이야기하는 가격의 50%를 젱..

몽마르트 언덕 산책

오랜만에 아내와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 몽마르트는 가면 참 좋은데, 막상 잘 가지 되지는 않는 곳이다.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밤에는 또 너무 없어서 좀 그렇다. 아침에 한번 와봐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파리에서 가장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은 몽마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센강, 루브르, 튈르리 공원, 오르세, 샹젤리제 거리 같은 장소들은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몽마르트 같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광장의 화가들, 빈티지한 카페,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샹송,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들, 그리고아틀리에까지, 낭만적인 것들은 다 모아놓았다. 물론 단순히 이런 요소들을 모아 놓는다고 해서 낭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아빠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우리 집 탁상달력은 주말마다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내나 내 일정이 아닌 아이들의 일정이다. 주말마다 아이들은 생일파티나 플레이데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내는 아이들의 일정을 챙기고, 나는 아이들의 운송을 맡는다. 친구 집이나 생일파티 장소에 데려다주고, 시간이 되면 다시 데리러 간다. 두 아이가 모두 약속이 있는 날엔 하루에 네 번씩 차를 몰아야 한다. 파리 시내 교통 환경을 생각하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가끔은 아이 친구가 합승을 하기도 한다. 뒷자리에서 아이가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아빠, 우리 노래 틀어도 돼?”라고 물어올 때면 마치 아이들의 전용 택시 기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 덕분에 파리 시내를 자주 다니게 된다. 가끔은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

빵은 중요하다 - 프랑스 빵 예찬

빵이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딜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baguette de tradition française 이 있어서 허용된 재료만 넣어야 전통 바게트라거 부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가 목이 잘린 분도 있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집 근처 맛있는 빵집이 문을 닫아서 삶의 질이 현격하게 저하되어 이사 간다..

프랑스 요리는 어떻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까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뭐가 가장 그리울 것 같냐는 동료의 질문에 ‘프랑스 요리’라고 대답했다. 나는 맛있는 음식에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주는대로 먹고 찾아 먹지 않는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서 요리를 전담하는 아내가 힘들어한다. 회사 식당에서는 메뉴를 보지 않고 짧은 줄 뒤에 가서 선다. 그런데도 프랑스에서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왜 좋은지는 딱히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유네스코에 프랑스 요리가 등재된 이유를 읽고는 이거다! 싶었다. - the use of fresh, preferably local products and complementary flavours - careful selection of dishes re..

파리의 역사를 간직한 파사주 Passage,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

두 아이가 모두 친구 집에서 슬립오버를 했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아내와 파리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레스토랑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직을 나와 산책을 했다. 팔레 후야얄을 걷고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에 갔다. 이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파사주 쿠베르 Passage couvert 중 하나다. Passage는 '통로' couvert는 '덮인'을 뜻한다. 그러니까 passage couvert는 덮인 통로라는 의미이다. 건물 사이의 좁은 보행자 통로 위에 유리 천장을 덮어놓은 구조다. 통로 양쪽에는 상점들이 있으니 옛날 아케이드라고 볼 수 있다. 낮에는 골동품, 책,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우리가 갔던 늦은 시간에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

파리 필하모니 Philharmonie de Paris

한 달에 두 번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파리에 와서 새로 생긴 취미다. 라디오프랑스에도 가끔 가지만 홈그라운드는 파리 필하모니다. 파리필하모니의 피에르 불레즈 홀은 내가 가본 공연장 중에서 가장 음향이 좋은 곳이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시야가 가리지 않고 무대가 잘 보이는 것도 이 홀의 장점이다. 차를 가져와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공연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건물 밖으로 나간다. 입구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것부터 이미 공연 감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들뜬 사람들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금속 재질의 외부와는 달리 공연장 내부는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이다. 친구들과 온 사람들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온 사람들은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