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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

로렌 Lorraine 지방에 있는 공장에 출장을 갔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메츠역에 내려서 차를 빌렸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에 가봤다. 메츠 대성당을 비롯해서 구시가지의 건물 벽이 모두 노란빛을 띄었다. 로렌 지방의 석회암에는 철성분이 많은데 철이 산화되면서 변색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출장을 가는 석유화학 공단도 과거에는 철광석을 사용한 중공업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메츠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3번째로 큰 성당으로 올해 800살이 되었다. 실내 높이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가본 성당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렇게 높은 벽을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득 채우고 있다. 높고 폭이 좁아서인지 실내가 어두웠고 그래서 스테인드글라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Auvers-Sur-Oise

작년 이맘때 파리에 혼자 살던 시절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갔었다. 반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작은 마을이다. 마을 뒤로 올라가면 그가 을 그린 밀밭이 있다. 나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밀밭을 봤는데, 회색 구름 아래 거대하게 펼쳐진 노란 물결에 완전히 빨려 들었다. 그 후로 일 년 동안 프랑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더 큰 밀밭을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그래서 올해 가족과 다시 가봤다. 노르망디 여행을 가는 길에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밀이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황금 들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마을에 도착.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바로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밀밭이 있어야 할 곳에 옥수수가 있다. 길은 잘못..

아미앵 Amiens

피카르디는 피카르디라고 불러야 피카르디 같단 말이죠. 피카르디랑 노르파드팔레를 합치고 이름을 오드프랑스로 이름을 바꾸다니 말이 됩니까? 이렇게 통합할 거면 그냥 프랑스를 북주 중주 남주 세 개로 나누지 그래요? 그리고 이름이 오드프랑스 (프랑스의 위라는 뜻)가 뭡니까? 그럼 벨기에는 뭐가 됩니까? 오드오드프랑스예요? 네덜란드는 오드오드오드 프랑스예요? 피카르디가 없어졌으니 나는 이제 집에 어떻게 가죠? 넷플릭스에서 프랑스 코미디언 대니 분의 쇼를 보고 피카르디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옛 피카르디의 수도인 아미앵에 가봤다. 아미앵에 도착하자마자 아미앵 대성당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집에서 싸 온 김밥이다. 코로나 때문에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

지앙 Gien, 바르비종 Barbizon

결혼할 때 샀던 커피잔 세트를 전부 깨 먹고 짝도 맞지 않는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빨리 치우고 아이들을 재워야 하니 예쁜 커피잔에 담고 씻고 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도 좀 커서 여유도 생겨서 커피잔을 새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루아르 강변에 있는 지앙 Gien이라는 마을에 가면 프랑스 그릇 브랜드 지앙의 아울렛에 있다고 해서 소풍 겸 가봤다. 파리에서 지앙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렸다. 그릇을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아놓고 파는 본격 아울렛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와는 달리 가격은 싸지 않았다. 정가가 비싸서 할인을 한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비싸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사고 싶은 것은 너무너무 많아서 가격이 부담되지 않았으면 잔뜩 들고 왔을지도 모..

피에르퐁 성 Château de Pierrefonds

회사 동료가 파리 근교에 멋진 성이 있다고 추천을 해줘서 가봤다. 피에르퐁 성은 12세기 건설되었으나 성주가 왕에게 반역을 하여 멸망하고 성도 폐허가 되었다. 방치된 성을 나폴레옹 3세가 재건한 것이 지금 모습이라고 한다. 성을 둘러보고 성 아래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로 레스토랑 영업이 중단된 후 거의 일 년 만에 외식이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점심을 먹고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물오리 둥지를 발견했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어와 둥지 보수를 했다. 우리 가족 모두 넋을 잃고 지켜봤다 성 근처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지도 있었다. 거의 다 무너지고 벽체 일부만 남은 교회와 역시 기초만 남아있는 원형극장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만지면 안 되는 것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

트루아 Troyes

'holy city of stained glass'라고 불리는 트루아. 작은 도시 안에 교회와 성당이 10개가 있다. 교회마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특색이 다 달라서 모두 가봐도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실내 조각이 예술이었던 Église Sainte-Madeleine,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Basilique Saint-Urbain, 웅장한 Saint-Pierre Saint-Paul 대성당까지 보고 아이들은 "성당은 이제 그만"을 외쳤다.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은 아이들도 부모도 힘든 일이니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교회 구경은 이제 그만하고 시청 앞 광장 카페에서 와플을 하나씩 사줬다. 나는 샹파뉴에 왔으니 샹파뉴 치즈 Chaource를 먹었다.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페루즈 Pérouges

언덕 위에 세워진 마을 Pérouges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우리 회사 공장에서 멀지 않아 한국에서 출장자들이 왔을 때 시간이 남으면 종종 같이 방문을 한다. 이번에는 가족과 알프스에 가는 길에 들렀다. 돌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구경했다. 페루즈에는 공방이 많았다. 나무 공예가, 스테인드글라스 공예가, 화가의 작업장 겸 판매장에 들러서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샀다. 마을의 Auberge Du Coq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어서 따듯했다. 식당은 연말을 맞아 가족과, 친구와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파리에서는 느끼기 힘든 시골 레스토랑만의 분위기가 있다. 주변의 ..

프로뱅 Provins

토요일 아침. 거의 일주일 만에 해가 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앞으로도 일주일 동안 내리 비가 온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한다. 에트르타, 퐁텐블로, 바르비종 파리 근교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지수 친구네가 프로뱅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섰다. 프로뱅의 구시가지는 11세기 요새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먼저 올라가 봤다. 성 안쪽에는 마을이, 밖으로는 초원이 펼쳐진다. 성벽은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성을 쌓아야만 했을까? 성에서 내려와서 마을에 들어갔다.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예쁜 마을이었다. 프랑스 어디를 가나 마을 가운데 광장이 있..

안시 Annecy

알프스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에 가는 길에 안시에 들렀다. 겨울의 안시 호수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아이들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 모래 장난을 했다. 호수 건너편 눈 덮인 알프스 산자락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으러 구시가지 Vielle Ville에 갔다. 에메랄드빛 물이 흐르는 운하를 따라서 파스텔 색으로 칠한 예쁜 집들이 늘어서 있다.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오래된 집들이라고 한다.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과 운하 위에 놓인 돌다리는 관광객들이 붐볐다. 성당 앞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에 먹을거리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하여 사부아 음식을 하는 식당에 갔다. 알프스를 떠나기 전이 마지막으로 라끌렛을 한번 더 먹었다. 치즈가..

샤르트르 Chartres

매일 밤 샤르트르 Chartres의 주요 유적지들은 빛으로 된 옷을 입는다. 샤르트르 대성당과 바로 옆 미술관에는 건물 외벽에 비춘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다리, 교회, 거리 곳곳에 화려한 조명을 비춘다. 오후 늦게 샤르트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 조명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나갔다. 샤르트르 대성당 외벽에 프랑스의 과거와 오늘을 주제로 한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막상 보니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도 우와! 우와!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 성당의 서쪽은 빛으로 건물을 채색해 놓았다. 수많은 조각상들이 모두 색색의 옷을 입었고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까지 표현해 놓았다. 조명 옷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빛 공연이 있는 장소들을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