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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de Maintenon 맹트농 성

루이 14세가 정부였던 맹트농 부인에게 하사했다는 맹트농 성. 그동안 가본 다른 성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그래서 정말 사람이 살던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성 안에 17세기에 사용되었던 가구와 의복들도 전시되어 있다. 크기가 요즘으로 치면 유아용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25세기 사람들이 내 옷을 보면 유아복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인류는 이제 클 만큼 컸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성에 딸린 정원에서 간식을 먹고 곤충도 잡고 송사리도 잡으면서 놀았다. 정원 건너편에는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해 만들던 수도교의 흔적이 남아있다. 베르사유 궁전까지 거리가 50km는 될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수도교를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 몇 명인지 이야기를 듣던 아..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 알프스 음식

알프스 산맥이 있는 사부아 Savoie 지방의 음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치즈'다. 알프스에서는 치즈를 녹여 먹고 구워 먹고 덮어 먹고 긁어 먹는다. 스키장 근처의 모든 식당이 똑같이 오래된 스키가 벽에 매달려 있는 산장 분위기로 꾸몄다. 메뉴도 똑같다. 치즈나 소시지 혹은 둘 다 들어간 요리에 감자와 샐러드를 곁들여서 먹는다. 일주일 동안 똑같이 생긴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읽는 것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알프스에서는 이런 하드코어 메뉴가 용인되는 것 같다. 레스토랑에 가면 다들 즐겁게 치즈의 다양한 변형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게도 치즈가 매일 먹어졌다. 알프스 레스토랑. 모두 이렇게 생겼다. 퐁듀 남은 치즈 조각들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요리다..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Domaine les sybelles

프랑스에서 맞는 세 번째 겨울. 이번에도 스키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에서는 겨울 방학이 12월에 크리스마스 방학 2주, 2월에 겨울 방학 2주가 있다. 보통 스키 여행은 보통 2월 방학에 간다. 이때가 12월보다 눈이 많고 날씨도 더 좋기 때문에 스키 타기에는 훨씬 좋다. 하지만 그만큼 숙박비도 강습료도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12월에 스키를 타러 갔다. 우리가 간 스키장은 Domaine les sybelles로 프랑스에서 4번째로 큰 중간 정도 규모의 스키장이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2620미터에 슬로프가 136개나 있는데도 빅 3에 끼지 못한다. Domaine les sybelles에는 6개의 스키 리조트가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La Toussuire에 갔다. Lagrange Va..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에 다녀왔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한여름에 아이들과 가기에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차를 하루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모네의 정원에 도착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입장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평일 오전에, 예약 입장만 가능한데도 여름휴가 시즌이라 사람이 많았다. 모네의 정원은 정말 예뻤지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덥다, 목이 마르다, 개구리가 없다, 배고프다 계속 칭얼대는 통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빠도 초록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 건 얼마 전인데 너희들한테 정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다음에 너희들 학교 갔을 ..

동물원 La Tanière - Zoo refuge

샤르트르 근교에 특별한 동물원이 있다. La Tanière - Zoo refuge는 동물원이자 버려진 동물들을 데려와서 보호하는 쉼터이다. 사자, 코끼리, 말, 원숭이, 물개 등 살고 있는 동물의 구성은 다른 동물원과 비슷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동물들을 소개하는 표지판이다. 이름, 서식지, 나이, 먹이 등 일반적인 정보에 추가하여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지가 적혀있었다. 서커스에서 야생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버려진 동물들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주인이 죽어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동물, 다쳐서 버려진 동물, 실험실에서 은퇴한 동물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였다. 이곳은 프랑스의 다른 동물원에 비하면 시설이나 환경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구조가 첫 번째 목적이니 이해가 된다. 살고..

네덜란드 - 로테르담

로테르담여행 첫 날. 큐브하우스에 갔다. 큐브를 기울여서 세워놓은 모양의 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건축물이다. 40여채의 집 중 한 곳이 모델하우스로 공개되어 들어가볼 수 있었다. 내부는 공간 활용에 있어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창문을 내기도 어렵고, 통로를 내기도 어렵고, 층고도 균일하지 않아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치기 쉬웠다. '이렇게 생긴 집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실험적인 목적으로 지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실험적인 사람들이 실제로 다른 집들에 살고 있었다. 큐브하우스 바로 옆에는 마르크트홀 (마켓 홀)이 있었다. U자를 거꾸로 뒤집은 모양의 건물 안에 시장이 있었다. 시장에서 보이는 건물 내벽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오후에는 중국에 살때 사귄 한국인 가..

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운하, 자전거, 꽃시장,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였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안네의 집이었다. 안네 프랑크의 가족은 독일에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홀로코스트가 시작되자 2년 동안 다른 유대인 4명과 함께 이 집에서 숨어서 살게 된다. 집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당시 가족들이 사용하던 가구나 살림살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이 숨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의 이야기와 암스테르담에 살던 유대인들의 상황도 알려준다. 아이들도 오디오 가이드를 집중해서 열심히 들을 만큼 전시가 잘 기획되어 있었다. 집 곳곳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검게 칠해 항상 어두운 집에서 발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살았을 안네의 생활이 그려진다. 벽에는..

룩셈부르크 여행 - Vianden 성

“룩셈부르크에 가서 성이 보이는 강에서 카누 탈 거야” ​ 지수가 룩셈부르크에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한 이야기다. 성이 보이는 강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걱정을 했으나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라 어렵지 않았다. 구글에 룩셈부르크 성을 검색하니 언덕 위에 세워진 성과 그 아래 흐르는 강 사진이 나왔다. ​ "어!! 여기 맞아!!" ​ Vianden 성은 룩셈부르크시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기차를 탄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갈 수 있는 데다가 비까지 와서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가기로 했다. 겨울이니 카누를 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할 수 있었지만, 성에 가는 것을 다음으로 미룰 이유는 없었다. ​ 룩셈부르크 여행 3일 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룩셈부르크 역에 가서 짐을 맡겼다...

룩셈부르크 여행 - 독일 트리어 Trier 당일치기

룩셈부르크 여행 2일 차. 기차를 타고 이웃나라 독일의 트리어 Trier에 다녀왔다. 트리어는 켈트족이 세운 도시였으나 기원전 1세기 로마에 점령을 당했다. 로마는 도시의 이름을 Augusta Treverorum로 바꾸었고 이후 도시가 크게 확장되어 로마의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덕분에 지금도 많은 로마 유적이 남아있다. ​ 룩셈부르크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모젤강을 따라 40분 정도 달려 트리어역에 도착했다. 트리어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도시의 북쪽에 세워진 검은 문 Porta Nigra. 로마인들이 서기 170년에 지었다. 18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성문은 원래의 모습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었다. 입장료를 내면 성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성문 외벽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로 ..

룩셈부르크 여행 - 룩셈부르크시

아이들 학교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주간인 인터내셔널 위크의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지수가 말했다. “나 룩셈부르크 가고 싶어” 룩셈부르크에서 온 친구 엄마가 나라 소개를 해주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았나 보다. 아이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가족이 다 같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동참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룩셈부르크로 떠났다. 여행 첫날. 보크 포대 Bock Casemates를 찾았다. 포대 위의 전망대에서 룩셈부르크시의 윗마을 Ville Haute 과 아랫마을 Grund를 모두 볼 수 있었다. 보크 포대는 1644년 절벽에 터널을 뚫어서 건설한 포대이다. 터널의 일부를 박물관으로 개방하여 관람이 가능한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을 열지 않아 볼 수 없었다. 포대 바로 옆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