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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는 어떻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까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뭐가 가장 그리울 것 같냐는 동료의 질문에 ‘프랑스 요리’라고 대답했다. 나는 맛있는 음식에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주는대로 먹고 찾아 먹지 않는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서 요리를 전담하는 아내가 힘들어한다. 회사 식당에서는 메뉴를 보지 않고 짧은 줄 뒤에 가서 선다. 그런데도 프랑스에서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왜 좋은지는 딱히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유네스코에 프랑스 요리가 등재된 이유를 읽고는 이거다! 싶었다. - the use of fresh, preferably local products and complementary flavours - careful selection of dishes re..

파리의 역사를 간직한 파사주 Passage,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

두 아이가 모두 친구 집에서 슬립오버를 했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아내와 파리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레스토랑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직을 나와 산책을 했다. 팔레 후야얄을 걷고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에 갔다. 이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파사주 쿠베르 Passage couvert 중 하나다. Passage는 '통로' couvert는 '덮인'을 뜻한다. 그러니까 passage couvert는 덮인 통로라는 의미이다. 건물 사이의 좁은 보행자 통로 위에 유리 천장을 덮어놓은 구조다. 통로 양쪽에는 상점들이 있으니 옛날 아케이드라고 볼 수 있다. 낮에는 골동품, 책,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우리가 갔던 늦은 시간에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

파리 필하모니 Philharmonie de Paris

한 달에 두 번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파리에 와서 새로 생긴 취미다. 라디오프랑스에도 가끔 가지만 홈그라운드는 파리 필하모니다. 파리필하모니의 피에르 불레즈 홀은 내가 가본 공연장 중에서 가장 음향이 좋은 곳이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시야가 가리지 않고 무대가 잘 보이는 것도 이 홀의 장점이다. 차를 가져와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공연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건물 밖으로 나간다. 입구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것부터 이미 공연 감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들뜬 사람들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금속 재질의 외부와는 달리 공연장 내부는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이다. 친구들과 온 사람들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온 사람들은 CD..

부르고뉴 - 디종 투어, Parc de l'Auxois 동물원

이튿날, 아이와 약속한 대로 아침 일찍 부엉이 길을 다시 찾았다. 투어의 출발지는 아침에 가면 제일 좋은 곳인 전통 시장, 디종 중앙시장 Les Halles Centrale de Dijon으로 정했다   디종 중앙 시장은 철골 구조로 지어졌는데, 프랑스의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다. 시장에서는 채소, 육류, 해산물 등 식재료와 머스터드나 와인 같은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 안팎으로 디종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가득 차서 활기가 넘쳤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바에는 달팽이 요리나 소시지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부엉이 화살표를 따라 구시가지를 계속 걸었다. 디종은 부티가 나는 도시였다. 돌로 포장된 길과 우아한 중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거리..

부르고뉴 - 그랑크뤼 와인 루트 단풍 드라이브, 디종 시내 산책

10월 둘째 주말에 부르고뉴로 포도나무 단풍을 보러 가려했지만, 가족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취소했다. 그다음 주는 노르웨이에 다녀오느라 못 갔고, 어느새 10월 말이 되었다. 단풍철이 이미 끝났을 거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부르고뉴에서 찍은 최근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니 아직 단풍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급히 부르고뉴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부르고뉴는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적인 와인 산지이다. 부르고뉴의 포도밭 구획을 뜻하는 클리마 Climats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특히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 루트 Route des Grands Crus는 그랑크뤼급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산지들을 따라 이어진 길로, 와인 애호가들이 성지 순례처럼 찾는 곳이다.  우리는 와인 애호가는 아니..

노르웨이 - 오슬로

오슬로에서 2박 했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다다음 날 아침에 떠나야 해서 실제로 관광할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다. 아침 먹고 바로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먼저 중앙역 광장에서 오슬로의 상징인 호랑이 동상을 보고, 오페라 하우스까지 걸어갔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2008년에 개장한 건축물인데, 북극의 빙하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한다. 하얀 대리석과 유리로 된 외관이 바다에 떠 있는 빙하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건물 경사로가 지면에서 옥상까지 이어져 있어서 걸어서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도 특이했다. 우리가 갔던 날도 일요일 아침이라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 주요 장소와 백스테이지를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가 하루에 한 번 있었는데, 3주 전에 이미 매진돼..

노르웨이 - 플롬 Flåm

플롬 Flåm에서의 둘째 날.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스테가스테인 Stegastein 전망대에 올랐다. 이 전망대는 해발 650m 높이에 위치해 에울란피오르 Aurlandsfhord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플롬에서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투어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는 좁고 가파르고 굽은 산길을 프로페셔널하게, 그러니까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 20분만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단풍이 물든 산길 풍경이 아름다웠지만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는 절벽에서 약 30m 앞으로 뻗은 곡선 플랫폼으로 설계되어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전망대 끝이 투명 유리로 막혀 있어서 발아래로 펼쳐지는 피오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화장실로 뽑혔다는 화..

노르웨이 - 송네피오르 크루즈

베르겐은 송네피오르 Songnefjord를 여행하는 크루즈의 출발점이다. 베르겐에서 송네피오르를 왕복하는 크루즈를 탈 수도 있고, 베르겐에서 플롬까지 편도로 이동하기도 한다. 플롬에서는 기차로 뮈르달 Myrdal을 거쳐 베르겐으로 돌아오거나 오슬로로 이동한다. 우리는 플롬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오슬로로 이동하기로 했다.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은 말이다. 피오르드라고도 불리지만 실제 노르웨이어 발음이나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도 피오르가 맞다. 빙하가 만든 지형이므로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곳에서만 관찰할 수 있으며,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수심이 깊은 대표 피오르이다. 우리는 아침 8시에 베르겐을 출발하는 배를 탔다. 항구를 떠날 때는 해가 뜨기..

노르웨이 - 베르겐 Bergen

피오르드가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아이들 투썽 Toussaint 방학 기간 동안 노르웨이에 다녀왔다. 방학 기간에 그나마 저렴한 항공권을 찾느라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막상 가보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짧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일 차 파리 - 베르겐 2일 차 베르겐 - 피요르드 크루즈 - 플롬 3일 차 플롬 - 오슬로 4일 차 오슬로 5일 차 오슬로 - 파리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르겐은 서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노르웨이 수산업의 중심지로 연어, 대구, 고등어를 전 세계로 수출한다. 그래서 우리는 베르겐에 도착하자마자 수산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수산시장 안에 항구 전망이 보이는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연어 스테이크 피시 앤 칩스, 조개 수프, 피쉬 수..

생클루 공원 Domaine National de Saint-Cloud

단풍철이 찾아왔다. 원래 계획은 부르고뉴로 포도밭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이었지만, 가족들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취소했다. 대신 가까운 생클루 공원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생클루 공원은 황제들이 머물렀던 성이 있던 자리다. 비록 성은 1870년 프로이센 전쟁 중에 파괴되었지만, 성터와 정원, 숲은 여전히 남아 파리 시민들에게 쉼터가 되고 있다. 파리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어 가족들과 주말에 자주 찾는다. 공원 입장료는 없지만,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7유로를 내야 한다. 파리의 주차료를 생각하면 7유로는 공짜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뭇가지 숲'은 공원 안쪽까지 들어가야 해서 항상 차를 가지고 간다.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하고, 숲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나무집을 만들고, 지겨워지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