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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빌프랑슈쉬르메르 Villefranche-sur-Mer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주말에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다. 여행 중에도 마찬가지라 식구들이 자는 동안 혼자 숙소를 나와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니스 여행 사흘째 아침.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가려는데 아이들이 깨어났다. 당연히 안갈줄 알고 '산책 나갈 건데 같이 갈래?' 물었는데 웬일로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조용한 아침 산책이 아이들을 동반한 시끌벅적한 산책으로 바뀌었다. 영국인의 산책길을 걷고 카페에 들러 따듯한 음료를 한잔씩 마셨다. 느즈막이 숙소에서 나온 아내와 살레야 시장 Marché Saleya에서 만났다. 살레야 시장은 니스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꽃 시장이다. 겨울임에도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들이 가득했다. 꽃 뿐만 아니라 식료품, 간단한 요리,..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에즈 Èze , 망통 Menton, 모나코 Monaco

니스 여행 둘째 날. 당일치기로 주변 도시들을 다녀왔다. 코트다쥐르 Côte d'Azur에는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루 밖에 시간이 없고 차도 없었기 때문에 니스에서 기차로 갈 수 있는 3곳을 추렸다. 프랑스 남부 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를 따라가며 에즈, 모나코, 망통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라인은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해서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에즈 Èze  에즈로 가는 기차에서야 에즈가 두 부분, 에즈 빌라쥬 Èze village와 그 아래 해안 마을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절벽 위 중세 마을은 에즈 빌라쥬이지만, 기차역은 해안 마을에 있었다. 해안에서 윗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는 한 시간 후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니스에..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11월 말. 아이들 땡스기빙 방학 동안 3박 4일 일정으로 니스 여행을 다녀왔다.  1일 차 파리 - 니스2일 차 에즈, 멍통, 모나코 당일치기3일 차 니스 - 빌프랑스쉬르메르4일 차 니스 - 칸 - 파리 파리에서 니스까지 저가 고속열차인 TGV OUIGO를 탔다. 열차는 파리에서 액상프로방스까지 약 700KM을 단 2시간 30분 만에 주파했지만, 액상프로방스부터 니스까지는 고속철도망이 아니라 훨씬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지중해를 따라 아름다운 도시들을 경유해 달리는 구간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니스의 마세나 광장 Place Masséna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중심부에 자리해 있어 주요 명소들로 도보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두 개의 트램 라인도 연결되어..

프랑스식 회식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사 담당자가 바뀌어서, 출장 중에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사실 출장 첫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안 갈까 고민했지만, 중요한 자리라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과 저녁을 먹을 때는 보통 본식과 디저트만 간단히 먹지만, 다른 회사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식전주부터 전식, 본식, 후식까지 풀코스로 먹는다. 식전주로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했더니,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오늘은 무알콜로 갈 거야.”“그래도 와인은 마실 거지?”“아니, 오늘은 정말 노알콜.”“와인은 와인이지. 알콜이 아니야.”“뭐야, 그런 게 어딨어.”“프랑스에 있지.” 전식으로는 타파스를 먹었다. 프랑스 남서부 지방은 스페인과 가까워서 타파스를 파는 식당이 많고, 전식으로 타파스..

동네 시장 Marché des Sablons

우리 동네에는 매주 수, 금, 일요일 오전에 장이 선다. 야채, 과일, 생선, 고기, 치즈, 빵 등 식료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크레페 같은 간식거리까지, 없는 것이 없는 시장이다.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마트보다 더 신선한 농수산물을 살 수 있다. 아내와 굴을 사러 시장에 갔다. 굴 파는 아주머니가 아내에게 ”당신이 깔거에요?“ 물었다. 굴을 까달라고 하면 수고비가 조금 더 붙는다. 아내가 ”아니요. 이 사람이 깔 거예요. “ 대답하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덤으로 굴을 하나 더 얹어 주었다. 생선 가게에서 아내가 먹고 싶었던 성게와 둘째가 좋아하는 가자미를 사고 야채 가기에 갔다. 슈퍼마켓에서 야채를 살 때는 내가 원하는 만큼 집어서 무게를 재고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말은 한마디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하는 브람스

헝가리 출신의 두 노신사, 이반 피셔와 안드라스 쉬프를 한 무대에서 만났다. 오늘의 주제는 헝가리 사람들이 연주하는 브람스.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교향곡 1번을 연주했고, 안드라스 쉬프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 했다.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드 레메니와의 연주 여행을 통해 헝가리 집시 스타일의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반영하여 헝가리 무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교향곡으로 편곡된 헝가리 무곡 1번과 11번이 연주되었다.  이반 피셔는 그 변화무쌍한 리듬과 템포를 '춤을 추며' 지휘해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는 안드라스 쉬프와 오케스트라가 뛰어난 호흡을 만들어내며 서정적이면..

파리 튈르리 공원 크리스마스 마켓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튈르리 크리스마스 마켓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마켓의 줄지어 늘어선 음식 부스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겨울 음식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라클렛, 타르트 플람베, 슈크르트, 소시지, 양파 수프, 타르티플레트 등등. 공원 곳곳에 고소한 치즈 향이 퍼졌다.  우리는 한 바퀴 돌며 구경한 끝에 타르티플레트를 먹기로 했다. 타르티플레트는 삶은 감자에 베이컨과 양파를 볶아 넣고, 르블로숑 치즈를 얹어 만드는 요리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 트러플 버섯이 추가된 타르티플레트를 먹고 싶다고 해서, 찾느라 시장을 두 번이나 돌아야 했다. 점심을 먹은 후, 후식으로 추러스를 사 들고 마켓을 다시 둘러봤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물건들은 해마다 비슷비슷해 조금 식상하다. 가끔 눈에 띄는 괜찮아 ..

2024년 파리 첫 눈

파리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보통 소복소복 내려주는 법인데, 어제의 눈은 꽤 난폭했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커다란 눈송이들이 강풍에 휘말려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찾아보니 이번 눈은 폭풍 카에타노가 동반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폭풍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단어 tempête 를 배웠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에 휘날리는 눈은 낭만이라기보다는 시련에 가까웠다. 하지만 하교길 어린이들은 길가에 주차된 차 위에 쌓인 눈을 발견하고는 신이 났다. 몇 시간 후면 모두 녹아버릴 걸 알기에, 옷이 다 젖고 볼이 새빨갛게 될 때까지 놀게 해주었다. 아빠는 추위에 떨었지만, 아이들이 첫 눈 오는 날 파리의 추억을 간직하기 바라며.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2024

11월 셋째 주 목요일.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가 출시되었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 지역에서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햇와인이다. 원래는 보졸레에서 와인 수확을 축하하는 지역 축제를 위해 만들어 마시던 것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았고,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내 주변의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보졸레 누보를 싫어한다. 지나친 마케팅 이벤트다, 와인의 영혼을 상실했다, 덜떨어진 와인이다,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진짜 보졸레 와인의 품질을 망치고 있다, 보졸레 누보 데이를 맞추기 위해 항공 수송하면서 과도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혹평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이니 올해도 마트에서 '관광객용 와인'을 한 병 샀다. 프랑스에 온 첫 해에는 보졸래 누보를 마시..

파리 라데팡스 크리스마스 마켓 2024

올해도 라데팡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파리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신개선문 그랑다슈 Grande Arche 앞 광장에 하얀 지붕의 나무 부스들이 줄지어 자리 잡았다. 점심 시간에 찾아가니 주변의 초고층 빌딩에서 쏟아져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따. 이들을 마켓으로 부른 것은 풍성한 음식 냄새다. 하클렛 Raclette의 치즈 향과 그릴에서 익어가는 소시지 냄새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따듯한 와인 뱅쇼 Vin Chaud도 크리스마스 마켓의 인기 메뉴지만 점심 시간이라 찾는 이가 별로 없었다. 저녁이 되면 퇴근길에 한 잔 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길 것이다.   마켓의 부티크에서는 주얼리, 스웨터, 수공예품, 크리스마스 장식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직 11월이라 그런지 선뜻 구매를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